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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안양에 거주하고 있는 주부 김모씨(35)는 “배추가격 뿐 아니라 김치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부자재도 많이 올라 요즘은 집에서 김치를 담가먹지 않는다”며 “온라인에서 사려고 보니 포기김치도 품절되고 가격도 많이 올라 부담이 돼 어제 대림동에 가서 중국산 김치 10kg을 1만9900원에 구매했다”고 말했다.
배추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금값’이 된 배춧값에 담가 먹을 엄두를 내지 못한 사람들이 포장김치로 몰리면서 대형마트와 온라인몰에서 포장김치 품절 현상이 일어났다. 지금도 일부 온라인몰은 포기김치가 품절된 상태다.
치솟는 배추가격에 허리 휘는 소비자들
11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배추 10kg 도매가격은 평균 9000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같은 달(5821원)과 비교하면 1.5배가량 비싼 수준이지만 9월 가격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진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배추 10kg 도매가격은 3만원대까지 치솟으면서 전년과 비교해 2배 이상 폭등했다. 폭우와 가뭄에 이어 태풍까지 겹치면서 기상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병해충이 확산하자 생산량이 감소했고, 이른 추석을 맞아 9월 초 출하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배추뿐만 아니라 무와 생강도 올랐다. 지난달 20일 기준 무 20kg은 3만5900원으로 일주일새 8.9%(2940원) 올랐다. 1년 전(8980원)과 비교하면 4배나 급등한 셈이다. 생강(10kg)도 지난달 23일 4만7960원에서 일주일 만인 30일 4만9760원으로 3.8%(1800원) 뛰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4만6550원)과 비교하면 6.9% 오른 것이다.
배추·무 등의 가격이 급등하자 일반 시민뿐 아니라 요식업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일부 가게들은 밑반찬으로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지만, 김치를 담가 식탁에 올리는 가게들은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서울시 관악구에서 추어탕 가게를 운영하는 장모씨(60)는 “우리 가게는 매일 배추를 사서 김치를 담가 식탁에 올린다”면서 “배추가격이 치솟던 지난달에는 1포기 구매단가가 1만원이 넘어서 우리 가게도 중국산 김치를 사용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이어 “배추가격이 상승하면서 가게 매출이 하락해 속상하다”며 “우리가게가 밑반찬이 세 가지가 나오는데, 그 중 치코리무침 반찬은 지난달부터 식탁에 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앞서 정부는 김치 하나 마음껏 먹지 못하는 팍팍한 일상을 해소하겠다며 물가잡기에 나섰다. 지난달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제9차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모두 발언을 통해 “10월 초까지 배추 3000톤, 무 1200톤 등 공급물량을 최대한 확대하겠다”며 김장채소 수급안정 대책 마련 카드를 내놓기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9월 중순까지 배추가격이 급등했지만 하순부터 하락추세에 접어들었다”며 “지금까지 출하된 배추는 고도가 600m 이상 높은 지대에 있었던 거라 비가 많이 오면서 부진해지고, 9월 물량이 적다 보니 공급이 줄면서 가격이 많이 뛰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염금채소 10월호에 따르면 배추 출하량은 가을배추 생육 지연 등으로 평년 대비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11월이 돼야 배추 출하량 증가로 평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추가격 상승에 포장김치 줄줄이 품절
배추가격 상승은 포기김치 품절 대란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대형마트와 온라인 몰에서는 김치를 사려는 수요로 품절된 곳이 많았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대비 9월 기준 열무김치 71.4%, 총각김치 31.4%, 파김치 29.7%나 (판매량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달에 비하면 대형마트의 경우 포기김치 공급이 비교적 원만히 이뤄지고 있지만, 온라인 몰은 상황이 다르다. 10월4일 현재 대상 청정원의 온라인몰인 ‘정원e샵’에선 대부분의 배추김치 제품이 품절된 상태다. 캔맛김치와 볶음김치, 열무김치 등을 제외하면 어린이 김치까지 모든 제품의 구매가 어려운 상황이다. CJ제일제당 공식 온라인몰인 ‘더마켓’에서도 ‘썰은 배추김치’와 ‘여수 돌산 갓김치’ 등이 품절된 상태다.
이러한 ‘김치대란’ 상황에서 업계는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포장김치 업계 1위인 대상은 10월1일부터 종가집 김치 가격을 평균 9.8% 인상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15일부터 비비고 김치 가격을 평균 11% 올렸다. CJ제일제당과 대상은 올해 2월과 3월 각각 김치 가격을 한 차례씩 인상한 바 있다. 이번이 올해 들어 두 번째 인상이다. 농협은 김치 브랜드 ‘한국농협김치’ 제품 가격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으나 이 밖에도 크고 작은 업체들이 속속 김치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배추 수급이 원활해지면서 거래처 납품부터 정상화하고, 온라인 판매는 10월 중순 이후 재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대형마트는 물량 확보를 위해 산지를 추가로 물색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점차 공급이 원활해지는 모양새다.
홈플러스는 물량을 예년보다 30%가량, 롯데마트도 40%가량 더 확보했다. 롯데마트는 기존에는 태백시 매봉산 고랭지에서 김장철 배추 물량을 대부분 수급해왔지만, 올해는 이 지역의 작황이 부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추가로 강원도 강릉 안반데기 지역에서 계약 면적을 늘렸다.
이마트 관계자는 “김장철을 대비하기 위해 기존에는 전국구 공급업체와 강원 태백 농협 2곳을 통해 배추 물량을 확보했으나 올해부터는 강원도 지역을 주력으로 하는 공급업체 한군데를 추가 확보해 김장시즌 배추 물량의 30% 가량을 이곳에서 공급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 유통과 관계자는 “지금까지 시장에서 판매된 배추는 여름배추인데, 폭우와 가뭄 때문에 이번에 작황이 좋지 않아서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했다”면서 “김장용 가을배추가 나오면 평년가격 수준으로 배추가격이 내려가고 가격도 안정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1월에 나오는 가을배추가 공급되면, 김장철 배추는 평년 수준(6700원)에서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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