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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왕 김춘삼’이라는 책을 보면 우리나라의 개발시절 도시빈민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읽을 수 있다. 이른바 최악으로 내쫒긴 ‘다리 밑 거지’들의 생활은 사회적 냉대와 무시까지 겹쳐 인간이하의 생활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교량하부 거주민들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들은 거의 없다. 그것도 대한민국의 최고 부촌인 강남구 대치동의 타워팰리스 인근 영동5교 밑이라고 하면 도무지 상상이 안 된다는 투로 혀를 내두른다. 안타깝게도 그것은 사실이다. 이곳 ‘넝마공동체’는 지난 1986년 윤팔병씨가 오갈 데 없는 노숙인들에게 음식과 잠자리를 주면서 자활의지를 돕는 계기로 만들어졌다. 이곳을 통해 자활을 한 도시빈민들이 무려 30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재활용 의류를 수거하거나 넝마주이 등으로 최악의 조건을 견디며 자활의지를 꺽지 않은 끝에 다시 사회에 복귀한 케이스다. 하지만 넝마공동체는 10위권의 경제대국인 21세기 대한민국의 최고 부촌동네와는 어울리지 않는 거주지도 틀지지 않는다. 인근 강남주민들은 넝마공동체에 대해 불안과 경계의 태도로 불만을 제기해 오기도 했다. 결국 강남구청이 지난해부터 ‘고가(교량) 하부 불법시설 정비사업’을 벌인 끝에 마지막 남은 곳은 영동5교 거주지를 철거한다고 주민들에게 예고했다. 구는 철거를 하면서 지난해 7월 점유자 실태조사를 벌여 이주대책을 협의해 왔다. 문제는 조사시점에서 없던 주민들이 등장하면서 불거졌다. 30년간 살아 온 주민들도 빠지는 등 조사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 넝마공동체 사람들의 주장인 반면 구는 살지도 않은 주민들이 수십명 늘어났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전입신고가 안 돼 있기 때문에 실제로 거주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 따라서 구는 서울시와 중앙정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합리적인 방안으로 정비사업을 진행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21일 오후 넝마공동체 주민들의 사활을 건 시위 현장을 긴급 현장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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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거주지 철거와 관련된 이주대책 문제 등으로 강남구청과 갈등을 벌여온 대치동의 ‘영동5교’ 아래 거주 주민(넝마공동체)들이 이주 및 자활 문제 등에 대한 협상이 원할히 이뤄지지 않자 21일 오후 강남구청에서 격한 시위를 강행했다. ⓒ스카이데일리
최근 거주지 철거와 관련된 이주대책 문제로 강남구청과 갈등을 벌여온 대치동의 ‘영동5교’ 아래 거주 주민(넝마공동체)들이 21일 오후 단체로 구청 앞에서 시위를 강행했다.
강제철거에 대한 이주 및 자활 문제 등을 놓고 구청에 지속적인 항의를 해오던 주민들이 구청과의 협상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자 구청장을 대면·항의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갈등의 핵심은 주민들에 대한 거주사실 조사시점과 관련된 문제를 놓고 보상 대상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게 생겼다는 배경에 있다.
부자 제1동네로 꼽히는 강남구, 그것도 교육1번지로 널리 알려지면서 고급아파트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대치동이지만 이 같은 부의 적나라한 양극화 현상이 드러난 것도 주목되고 있는 사안이다.
이주대책 등 문제 놓고 양측 입장 엇갈려
강남구청은 지난 2010년 12월에 발생한 서울외곽순환도로 ‘중동나들목’ 화재를 계기로 불법시설물 20개소 정비를 실시하면서 영동5교 하부 또한 정비하기로 결정했다.
구는 또한 인근 학교의 학생들이 자주 왕래해 우범화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불안과 통행불편을 토로하는 등의 민원이 제기돼 정비사업을 강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구는 도시미관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보고 지난해부터 ‘고가(교량) 하부 불법시설 정비사업’을 벌였다. 이달 6일 구는 영동5교 하부 정비를 끝으로 이 사업이 종료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 경찰과 구청 관계자가 넝마공동체 주민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나섰다. 이날 시위는 사전 예고가 없었다.
하지만 영동5교 하부에는 생활보호대상자 및 장애인 등 갈 곳 없는 노숙자 수준의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넝마공동체’가 있다.
이들은 대부분 재활용 의류를 수거하거나 넝마주이 등으로 살아가는 도시빈민들이다. 이들은 심하게는 ‘다리 밑 거지’로 비유되던 시절의 사람들과 연상되기 때문에 강남부촌의 사람들과 공존하는 것 자체를 모르는 시민이 대부분이다.
이에 강남구청은 지난해 7월부터 철거민들의 이주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영동5교 하부 점유자 실태조사를 시작해 최종적으로 16세대 17명으로 파악하는 결론을 냈다.
하지만 17명에 포함되지 않아 이주대책에서 제외된 주민들은 반발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구청 점거를 위한 시위에 나선 것이다.
당초 구청은 조사시점에는 없던 점유자들이 이주대책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점차 불어나 현재는 60여명에 육박하고 있다며, 이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하지만 주민들은 구청의 입장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지속적인 항의로 갈등해 왔다.
시위중인 한 주민은 이날 스카이데일리와 만나 “영동5교 하부에서 30여년을 거주했다. 하지만 실태조사 당시에 없었다는 이유로 보상자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조사당시에 없었다는 이유로 30여년을 살아온 터전을 잃는 현실이 억울할 따름이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주민은 “어차피 갈 곳 없이 쫓겨나느니 구청 앞에서 죽겠다”며 격렬한 표현을 쏟아냈다.
기자는 전후 진행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해당 부처인 건설관리과 관계자를 찾았다.
▲ 영동5교에서 바라로 대한민국 최고의 부촌인 타워팰리스 전경. 다리 밑에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폐지나 넝마주이 등으로 살아가는 21세기판 다리 밑 도시빈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곳을 거쳐 자활을 찾은 사람들이 30년 가까운 기간 동안 3000명을 넘는다.
이 관계자는 조사 시점과 이주대책 대상자에 대해 “최근 넝마공동체 일부 사람들이 허위사실을 유포해 외부인 40~50명을 끌어들여 점유자 수를 늘린 것이다”며 “조사 당시 영동5교 하부에는 컨테이너가 1~2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갑자기 증가하는 현상을 보였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구는 이런 상황을 감지하고 조사된 인원 외에는 이주대책을 마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주민들 입장에서는 과거에 20~30년을 살아왔지만 조사 당시 없었다는 이유로 보상자 명단에 해당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구청 관계자에게 탐문한 결과, 지난해 7월 이후 가가호호 방문하며 수차례 점유자를 파악했지만 그 이전에는 주민 면담 정도만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이 지속적으로 엇갈리는 상황에서 한 주민은 “구와는 협상이 되지 않는 현실에서 서울시나 정부가 나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이대로 발길을 돌려 시청으로 갈 것이다”고 목청을 돋구었다.
늦은 시간까지 시위대와 경찰병력 대치
▲ 갑자기 닥친 시위대를 맞은 강남구청은 셔터를 굳게 내린 채 경찰 병력을 배치해 시위하는 주민들을 막았다.
기자가 강남구청을 취재한 21일 오후, 강남구청 앞은 시위하는 주민과 이를 막는 경찰 등으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구청본관의 셔터가 굳게 닫혀 있었다.
사전에 신고 되지 않은 시위에 경찰병력이 출동했을 뿐만 아니라 구청 직원과 철거용역업체 직원들도 시위를 막기 위해 나선 것이었다.
대부분이 노인들로 구성된 주민들은 출입이 쉽지 않자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일부 주민들은 검은 봉지에 담아온 흙을 던지며 격하게 대응했다.
주민들 대부분은 “어차피 갈 곳 없이 죽느니 구청 앞에서 죽겠다”며 배수진을 치고 나선 것이다.
▲ 청사 내로 진입하지 못하는 주민들은 계속해서 청사 주변을 서성이며 항의를 계속했다.
경찰과 구청 관계자들은 주민들을 진정 시키기 위해 대화를 시도했고 양측은 서로 모여 합의점을 찾았지만 이 조차 쉽지 않았다.
결국 보상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특별한 합의점 없이 양측의 주장만 계속됐다.
관계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울시가 나서 정확한 실태조사를 다시해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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