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삐삐 대참사에 이스라엘 “피난민들 귀가가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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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혀 몰라"… 당일 전화로 “작전수행 예정” 사실만 통보 받아
26명 죽고 2800명 이상 다쳐… 민간인 포함 사상자 늘어날 듯
대만 때 아닌 불똥… “상표만 우리것, 제조사는 아냐” 차단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9-19 17:18:37

▲ 18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지역에서 전날 발생한 무선호출기(삐삐) 동시다발 폭발 사망자의 장례식이 치뤄졌다. 레바논 당국은 이번 '삐삐·무전기 폭발' 사건으로 최소 26명이 숨지고 280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사상자는 늘어날 전망이다. 연합뉴스

▲ 18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지역에서 거행된 무선호출기(삐삐) 동시다발 폭발 사건 사망자들의 장례식에 검은 옷을 입은 여성들이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레바논에서 벌어진 무선호출기(삐삐) 수천 개 동시폭발과 이튿날 무전기 폭발이 인류사 전쟁의 새로운 양상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 민간인 포함 최소 26명 사망에 약 2800명이 다친 이번 사태는 이란 대리군 역할을 해 온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 대원들을 겨냥한 ‘(기기) 원격 조정’의 결과로 보이며 사상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긍정도 부정도 없던 이스라엘이 시사적 발언을 하기 시작한 가운데 18일 미 CNN은 “이 대담 기발한 공격”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및 군의 합동작전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사건 당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에 ‘레바논에서 곧 작전 수행’ 예정을 알렸으나 세부 내용을 제공하진 않았다는 소식통들 말을 인용했다.

헤즈볼라가 써 온 삐삐와 무전기는 위치추적 및 타격을 당하기 쉬운 휴대전화를 대신한 통신 수단이었다. 삐삐 동시폭발 다음날 레바논 일부 지역에선 또 무전기(워키토키) 연쇄 폭발로 최소 20명 사망·450명 부상 당했다고 현지 보건당국이 집계했다. 가자전쟁 휴전 협상 관련해 이집트를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금시초문인 듯 놀라며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 역시 18일 브리핑에서 어떤 종류의 확전도 원치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위기해결 최선책이 추가 군사작전이라고 전혀 믿지 않는다”는 커비 보좌관 말이 나온 날 오스틴 장관은 갈란트 장관에게 역내 안보상황 검토와 미국의 대(對)이스라엘 지원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미 국방부가 밝혔다.

18일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 보도 또한 주목된다. 전날 북부의 라맛 다비드 공군기지를 방문한 갈란트 장관의 발언이다. 이날 그는 장병들에게 “중력(병력·자원·에너지) 중심이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새로운 전쟁 단계의 시작점에 있다. 이에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갈란트 장관은 이어 “일관성을 유지할 것” “엄청난 용기·결단력·인내심의 요구”를 언급하며 “북부 전선에서 수행될 전쟁의 단순 명확한 목표란 북부지역 피란민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에 CNN 등 일부 외신에선 ‘삐삐 폭발 개입’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하며 확전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이번 사태는 이스라엘이 최근 북부지역 피란민의 고향 복귀를 새로운 전쟁목표로 추가하고 가자전쟁 주력부대였던 98사단을 북부 레바논 국경지대로 이동 배치하면서 이뤄졌다. 이곳이 바로 헤즈볼라 근거지다. 헤즈볼라가 지난해 10월 가자전쟁 발발 이래 하마스 지원 차원에서 거의 매일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했으며 6만여 명의 국경지대 주민이 11개월째 피란생활 중이다. 이에 따른 비판은 인질 문제와 함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주도 연립정부를 한층 곤혹스럽게 했다.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압박이 어디까지 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사실상 그 배후의 이란과 미국의 대결이기 때문이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18일 북부사령부를 방문해 “국경지역 주민들이 고도의 안전을 보장받으며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안보상황 조성을 결심했다. 필요한 모든 일을 할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한편 폭발한 삐삐들에 자국 기업 상표가 박혀 있다는 사실에 대만도 발칵 뒤집혔다. 19일자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대만 브랜드(골드아폴로)일 뿐 대만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아니다. AA형 알카라인 건전지 1개짜리 해당 모델(AR924 기종) 구조상 폭발로 인한 사상자 발생이 불가능하며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구미로 수출된 해당 모델 삐삐 26만여 개는 아무 문제 없었다고 대만 외교부가 짚었다.

아울러 이번 ‘레바논 삐삐 폭발 사건’과 대만을 악의적으로 연결한 해외 ‘인지전’(cognitive warfare)을 적발한 사실도 밝혔다. 예를 들어 폭발한 삐삐가 4월 중순 수출됐다며, 이 시점과 당시 대만을 방문한 이스라엘 의회 대표단이 차이잉원 총통을 만나 양국 파트너십 관계심화 약속을 받아낸 시기를 연결시켜 상관성을 주장한 설명 등이다. 대만 당국 조사 결과 이들 계정의 기존 게시물이 모두 반서방·반민주·친중 선전과 관련돼 있다고 한다

AP통신에선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기반한 ‘BAC컨설팅KFT’가 상표권을 받아 제조했다는 대만 골드아폴로 측 주장을 헝가리 정부가 전면 부인했다고 전했다. “BAC란 무역중개회사일 뿐 제조시설이 없다. 문제의 기기들은 헝가리에 있었던 적이 없다”는 게 헝가리 측 반박이다. 향후 조사의 진전과 국제정치에 줄 영향이 주목된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