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공무원들 못 믿어”… 해외 정상들과 직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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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에게 “전쟁 빨리 끝내라… 유럽에 美軍 많아”
국무부·CIA·FBI 직업 관료들과의 전쟁도 선포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11 15:53:32

▲ 2018년 7월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블마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헬싱키 대통령궁에서 회담을 마친 후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을 때 모습. 우크라이나전쟁 발발 전 두 사람은 서로의 능력과 존재를 인정하며 상호 견제 및 협력 가능성에 긍정적인 입장이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했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당선 직후 진행한 최초의 외교 행위일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WP)가 10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는 푸틴에게 우크라이나전쟁을 확대시켜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사저에서 이뤄진 이 전화 만남을 통해 트럼프가 유럽에 주둔 중인 상당 규모의 미군 존재를 상기시키며 이렇게 종용한 것은 은근한 협박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정부 역시 이 전화 통화에 대해 통보받았으며 반대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트럼프 1기 시절 첫 탄핵의 빌미가 된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이 민주당과 공화당 내 네오콘 반(反)트럼프 세력 주도의 공작으로 드러난 가운데 트럼프는 푸틴과의 소통에 거침 없어진 모습이다.

나아가 트럼프 측에선 이번 미 대선에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위해 영국 노동당 정부가 대거 자원봉사자 등을 파견한 사실을 ‘대선개입’으로 규정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고 ‘영국 스캔들’로 몰아세우기도 했다. 전쟁 발발 몇 주 후인 2022년 3월 마련된 협상 기회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이 유럽연합 주류 엘리트 입장을 대변하는 영국 보수당 보리스 존슨을 만난 직후 무산된 것 또한 잘 알려진 일이다.

앞서 트럼프는 대선 선거운동에서 “취임 후 24시간 내 우크라 전쟁을 끝낼 수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을 언급한 적이 없다. 다만 9월 말 유세 때 러시아의 침공을 막기 위해 “우크라가 조금 포기했어야 했다. 최악의 협상도 지금보다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그의 종전협상 구상에 일부 영토 포기가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측근 사이에서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을 최소 20년 유예하고 현 전선을 동결한 채 비무장지대를 조성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선거 승리가 드러난 이후 해외 각국 정상과 잇따라 통화를 진행 중이다. “그들이 당선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온다”고 한 관계자가 WSJ에 귀뜸했다. 대통령직 인수를 위한 정부와의 협정 체결 전이라 국무부 등의 통역 지원은 없다.

첫 임기 때 외국 정상과의 통화 내용이 유출돼 트럼프와 그 측근들은 직업 관료들을 불신한다고 WSJ이 짚었다. 트럼프는 자신에게 적대적이었던 국무부·정보국(CIA)·연방수사국(FBI) 등 거대한 관료 세력과의 전쟁을 선언한 상태다. 트럼프에게 차기 대선은 없으나 부통령 JD 밴스처럼 강성 트럼프주의자를 후계자로 세워 놓았기에 향후 최소 12년 공화당 기조가 계속될 전망이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