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시바 시게루 日 새 총리 취임에 기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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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과거사에 일본 책임 인정하는 입장 견지
야스쿠니 참배 하지 않아 한·일 우호 협력 주목
아시아판 나토 주장… 한·미·일 안보협력 바람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01 00:02:02

일본 새 총리에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이 취임했다. 자민당 총재를 겸하는 이시바 총리 내각 출범을 계기로 한·일 양국 간 한층 증진된 관계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역사수정주의 경향을 상징하는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우경화 정책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 왔다.

주목되는 바는 이시바 총리가 한·일 간 과거사 문제에 대해 유력 정치인 중에서는 드물게 일본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의 입장을 견지해 왔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그는 2019년 8월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 이후 자신의 블로그에 독일의 전후 반성을 언급하며 일본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실었다.

당시 그는 “우리나라(일본)가 패전 후 전쟁 책임을 정면에서 직시하지 않았던 것이 많은 문제의 근원에 있다”며 “일본에도 한국에도 ‘이대로 좋을 리가 없다. 뭔가 해결해서 과거의 오부치 총리-김대중 대통령 시대 같은 좋은 관계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시바 총리는 대승적 차원에서 한국 국민이 ‘한·일 관계가 정상화되니까 이런 좋은 일도 있구나’라고 느끼도록 해야 할 역사적·국제법적·도덕적 책임을 인식하고 실천해야 한다. 일본의 조선 강점과 제2차 세계대전 중 한국 국민이 입은 손해를 하루빨리 사과하고 배상해 양국 관계가 명실상부 정상화돼야 한다.

이시바 총리는 2018년 11월 와세다 대 강연에서 “일본이 한국을 합병한 역사를 인식해야 한다”며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대응 때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해 관심을 모았다. 특히 그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도 해 오지 않았다. 따라서 일본이 성의를 보이지 않았던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방침이 달라질지 주목된다.

물론 최근 크게 보수화한 일본 사회 분위기를 고려할 때 지금까지의 정책 방향이 극적으로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더구나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 총재이지만 당내 지지기반이 약한 비주류이기에 ‘현실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노력을 지켜 보고자 한다.

이시바 총리는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에도 힘쓸 것으로 보인다. 국방 분야 전문성을 갖춘 그는 자민당 내 ‘안보통’으로 불린다. 한·일 간 대북 군사 정보 공유 등은 바람직할 수 있다. 다만 우리가 경계할 점도 적지 않다. 기시다 총리는 아시아판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나토) 창설 등을 주장하고 있다. 목적은 중국·러시아·북한의 핵 연합에 대한 억제력 확보임을 표명하고 있다.

그는 아시아에 나토와 같은 집단적 자위 체제가 존재하지 않고 상위 방호 의무가 없어 전쟁이 발발하기 쉬운 상태라고 진단하면서 아시아판 나토 창설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틀 안에서 미국의 핵무기를 공동 운용하는 핵 공유나 핵 반입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다. 핵 공유와 핵 반입은 미국의 핵무기를 자국 영토 내에 배치해 공동 운용하자는 취지이지만 ‘핵무기를 제조하지도, 보유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인 ‘비핵 3원칙’에 위배된다. 더구나 아시아판 나토는 공동 방위·집단적 자위권 등이 전제된다는 측면에서 주변국들이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군국주의 일본이 저지른 ‘대동아공영권’의 트라우마로 인해 큰 논란이 일게 불 보듯 훤하다.

한·일은 일의대수(一衣帶水), 옷의 띠만큼 좁은 간격을 두고 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이시바 내각의 역사인식만 올바르게 개선된다면 호혜 정신으로 공동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한·일 신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