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NHK 라디오 “센카쿠 열도는 중국땅 댜오위다오”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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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탄 중국인 스탭 돌발 발언에 공영방송 對국민사과
재발 방지·철저 조사 요구 속 수신료 거부 움직임도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20 23:20:04

▲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는 동중국해 남서부의 다섯 개 무인도와 세 개의 암초로 대만과 류큐열도 사이에 있다.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으며 현재 일본이 실효지배 중이다. 연합뉴스

일본의 공영방송 NHK가 자사 라디오 중국어 뉴스에서 “센카쿠 열도(尖閣·댜오위다오釣魚島)는 중국 땅” 발언이 전파를 탄 사태로 대국민사과를 했다. 재발 방지를 위한 철저 조사 요구와 반발 속에 수신료 거부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같은 날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에서 ‘화장실’이란 뜻의 중국어 낙서가 발견돼 경찰이 기물손괴 사건으로 수사에 나선 직후였다.

20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NHK 라디오 국제방송에서 전날 오후1시 조금 지나 일본어 원고를 중국어로 번역해 읽는 40대 중국인 남성이 야스쿠니신사 낙서 관련 뉴스를 전한 뒤 약 20초간 센카쿠 열도가 중국 영토라고 말했다. 원고에 없던 돌발 발언이었다. 그는 NHK와의 위탁계약 단체 직원이며 2002년부터 NHK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해 왔다.

NHK의 항의로 이 단체가 남성과의 근로계약 해지 방침을 정했다고 전해진다. NHK는 “뉴스와 무관한 발언이 방송된 것”에 대해 “부적절했다. 깊이 사죄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중국인 남성이 이런 돌발 행동을 한 의도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NHK가 앞으론 뉴스를 실시간 대신 녹음한 다음 방송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국과 일본은 센카쿠 열도 인근 바다에 자국 선박을 보내는 한편 상대국 선박이 이 지점에 접근하면 퇴거를 요구하는 등 갈등을 계속해 왔다. 센카쿠 열도의 실효 지배국인 일본은 영유권 문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 세계 곳곳엔 분쟁지역이 많으며 저마다의 주장·논리가 팽팽하게 부딪히고 있어 어느 한 쪽을 편들기 어려운 게 일반적이다.

복잡다단한 현실 국제관계 속에 결국 국익 기반의 치열한 외교적 판단으로 입장을 정하기 마련이며 제3국의 지지 의사 번복은 드문 일이 아니다. 또 실효 지배 측에선 ‘분쟁지역 부인’, 상대방은 ‘분쟁지역화’를 위해 애쓴다. 따라서 우리가 실효 지배 중인 독도 역시 ‘우리땅’임을 소리 높이면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다.

동중국해 남서부의 다섯 개 무인도와 세 개의 암초로 된 센카쿠 열도는 대만과 류큐 열도 사이에 있다. 1884년 오키나와 거주 일본인이 발견해 일본 정부가 20억5000만에 사들여 2012년 9월11일자로 국유화했다. 중국이 본격 문제삼고 나온 것도 이 시기 즉 국력을 과시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일본의 불법 점거’라는 게 중국 측 입장이며, 이 지역에 매장된 석유·천연가스 등 지하자원 보고서가 갈등을 증폭시켰다.

한편 앞서 도쿄 황궁 북쪽의 치요다구(區) 야스쿠니신사에선 신사 이름이 적힌 돌기둥 표면과 받침대에 각각 3곳씩 검정 매직펜 낙서가 발생했고, 5월에도 신사 입구 돌기둥에 빨간색 스프레이로 화장실을 뜻하는 영어 단어 ‘toilet’가 발견됐다. 당시 낙서를 한 중국인 2명이 범행 직후 중국으로 출국, 경찰은 이들과 공모한 혐의(기물손괴 등)로 중국인 남성 1명을 체포한 바 있다.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유신 이래 내전과 국제 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 명의 영령을 기린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과 한반도 출신 약 2만1000명·약 2만7000명의 대만인도 포함된다. 일제 패전일인 15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이 신사에 다마구시(玉串·물푸레나무 가지에 흰 종이·베 조각을 매단 것) 대금을 봉납했다. 2021년 10월 총리 취임 이래 아홉 차례 공물을 봉납했을 뿐 직접 참배한 적은 없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