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판매로는 어렵네… 수익 부진에 ‘대출 장사’ 나서는 카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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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론 대출 40조5000억 원 역대 최대치 돌파… 6개월 연속 증가세
0~1%대 가맹점 수수료율로 신용판매보다는 카드론 등 대출에 주력
카드사 순이익 급감 및 부실채권 증가… “적격비용 제도 개선해야”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6-26 10:55:00

▲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카드사 9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NH농협)의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잔액은 총 40조5186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월(39조9644억 원) 대비 5542억 원 늘어난 규모이자 역대 최대치다. 게티이미지뱅크

카드사들이 본업과 거리가 먼 대출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율이 2년 전 0.5%까지 떨어진 뒤 신용판매만으론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대출이 카드사의 주 수익원으로 자리할 경우 카드사 건전성이 악화되고 대출 금리를 추가 상승할 것으로 보여 카드사로선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카드사 9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NH농협)의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잔액은 총 40조5186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월(39조9644억 원) 대비 5542억 원 늘어난 규모이자 역대 최대치다. 1년 전(37조7684억 원)과 비교해서는 3조 원 가까이 불어났다. 카드론 잔액은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단기대출인 현금서비스 잔액도 늘어났다. 지난달 6조6753억 원을 기록했다. 3월 6조4635억 원, 4월 6조5605억 원 등 매달 1000억 원 증가하는 추세다. 카드론을 빌려준 카드사에 다시 돈을 빌리는 대환대출 잔액도 작년 말 1조6273억 원에서 지난달 1조9106억 원으로 불어났다.

카드사의 대출잔액이 늘어난 것은 저축은행 등 타 2금융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상호저축은행의 여신 잔액은 올해 4월 100조7456억 원으로 지난해 말(104조936억 원) 대비 3조 원 이상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신용협동조합(106조8211억 원)은 여신 잔액이 1조3709억 원, 새마을금고(188조1116억 원)는 4조2822억 원 줄어들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카드사들이 타 2금융권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 것은 가맹점 수수료로는 기대 이상의 수익을 거두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가맹점 우대수수료율은 2012년 말 4.5%(영세가맹점 기준)에서 1.5%로 내린 뒤 3년마다 세 차례 하향 조정하며 2022년부터 0.5%를 적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8개 카드사는 가맹점 수수료수익으로 총 8조1023억 원으로 현 가맹점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기 전인 2021년(7조7024억 원) 대비 5.2%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신용·체크카드 승인액이 977조1000억 원에서 1162조2000억 원으로 18.9%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수수료율 인하 여파로 카드사의 수수료수익이 부진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부진에 카드사의 순이익은 감소세다. 지난해 카드사 8곳의 합계 순이익은 2조5823억 원으로 전년(2조6023억 원) 대비 0.8% 줄어들었다. 2021년(2조7138억 원)부터 2년째 내리막이다. 올해 1분기에는 7244억 원으로 1년 전(5866억 원)보다 23.5% 개선했지만 롯데카드(-54.9%)·우리카드(-36.2%)·현대카드(-9.9%) 등 일부 카드사는 여전히 손익 부진을 이어갔다.

대출 확대는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로 꼽힌다. 주로 중·저신용들이 카드사 대출을 받아서다. 카드사의 건전성은 악화일로다. 지난해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은 총 1조9095억 원으로 전년(1조3891억 원)보다 5000억 원 이상 불어났다.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평균 1.23%를 기록했다. 2019년(평균 1.04%) 이후 4년 만에 1%대 진입이다

더 큰 문제는 수익성·건전성 악화로 카드사들이 대출 금리가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에겐 악재다. 20일 기준 전업 카드사 7곳의 카드론 금리는 평균 14.33%로 전월(14.26%) 대비 0.07%p 상승하며 지난해 4월부터 시작한 14%대를 이어갔다. 특희 중·저신용자의 금리 증가 폭이 컸다. 700점 이하 회원 평균 금리는 17.04%로 전월(16.88%)보다 0.16%p 올라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카드사들이 대출보다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수익을 늘릴 수 있도록 적격비용 산정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적격비용이란 자금조달 등 결제 소요비용을 고려한 수수료 원가로 3년마다 재산정하고 여기에 마진율을 더해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산정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맹점 수수료율은 0.5% 밖에 안 되는데 카드사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여전채 발행 금리는 3.7% 정도 된다. 적격비용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카드매출이 늘어나도 카드사는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며 “마진이 남지 않다 보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연체율을 감수하면서 카드론 같은 대출을 늘리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카드회원과 가맹점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카드업계 특성을 살려 카드회원의 연회비 상승률 이내로 가맹점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연동제 방식이 필요하다”며 “그러면 카드사가 가맹점 수수료율을 올리고 싶어도 카드회원들 눈치를 봐서 많이 올리지 못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