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현실 도피’는 비정상적 국가의 대표적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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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냉소적,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외부자’ 속출
정치판에 등장해 득세하는 ‘법팔이’ 꼴불견 지나쳐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5-21 06:31:30

요즘 뉴스를 보지 않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2030 세대들은 원래 뉴스를 잘 보지 않지만 그나마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40대 이상 중·장년층이나 고령층의 이탈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번 총선 이후 나타나고 있는 특징 중 하나다. 그만큼 기존 TV나 신문부터 유튜브 등 다양한 미디어 등이 주도하고 있는 뉴스의 가치가 사회적 관심이나 보편적 지적 수준에 크게 미달함이 원인이 아닌가 싶다.

자고 일어나면 접하게 되는 뉴스가 사류 정치판의 꼴불견과 일부 지도자급 인사들의 법적 혹은 도덕적 일탈 행위로 도배되다 보니 지겨움에 더해 혐오감까지 들 정도다. 자칭타칭 평론가라고 하는 자들이 나와 앵무새처럼 반복적으로 떠들어대는 수준 이하의 평론은 차마 듣기 거북하다 못해 속이 메스껍다.

이런저런 이유로 요즘은 해외 미디어의 뉴스에 자주 접근해 본다. CNN을 비롯해 BBC·NBC·CCTV·NHK 등을 보면 우리와 크게 차이가 난다. 국내 뉴스도 다루지만, 현재 돌아가고 있는 세계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것이 확연히 다르다. 글로벌 이슈에 대해 다수의 전문가가 나름대로 경험과 식견을 가지고 현상을 객관적이면서도 심층적으로 분석하며 견해를 피력한다. 이스라엘·하마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론이고 미·중 슈퍼 관세 경쟁과 보호무역, 중국·러시아의 밀착과 미국 등 서방과의 알력 등이 최근의 주요 뉴스 아이템이다. 이 밖에도 사회·문화적 관심사와 스포츠 등의 분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정보를 취급한다. 다양하면서도 민감한 콘텐츠로 뉴스의 질을 높이고 글로벌 시청자들을 끌어들인다.

25~34세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 지표를 보면 한국은 38개 회원국 중 단연 1위다. 25~64세 인구의 절반을 훌쩍 넘는 수가 대학 졸업자다. 25~34세 청년의 경우 10명 중 무려 7명에 달한다. 이러한 비율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그만큼 교육열이 높고 지식에 대한 욕구가 높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대졸자 취업률을 보면 거의 꼴찌 수준인 35위 전후에 머물러 있어 최하위에 가깝다.

이런 이유로 25~34세 청년들은 기성세대나 기득권의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한 행위에 대한 불만감이 높다. 불합리와 불공정은 이들이 현실을 외면하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들은 한국 사회가 공통으로 직면하고 있는 민감한 아젠다나 현안은 애써 외면하거나 피하려 한다. 말단지엽적이면서 말초적인 이슈를 교묘히 포장해 공동체의 집단 지성과 엇박자를 내는 일이 다반사다.

오래전부터 지상파나 심지어 종편까지도 TV 뉴스의 내용 편성을 시청률과 연계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의 질적 기준과 이에 걸맞은 콘텐츠로 구성하는 쪽으로 민감한 경쟁을 하다 보니 차별성을 스스로 무너뜨려 천편일률적이다. 국민의 평균 눈높이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방송을 고집하면서 국민을 우롱한다. 전체 국민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이든 도가 지나치면 한계에 이르기 마련인데 그들 스스로 위기를 자초해 이제 이러한 방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 위험 수위에 도달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바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고 미지수다. 우리 내부가 비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이지 않은 것을 단절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계속 도태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근자에 우리 사회에서 목격되고 있는 씁쓰레한 꼴불견이 있다. 법으로 먹고사는 자들이 대거 힘쓰는 주류에 진입하여 위세를 부리는 희한함이다. 사회 곳곳에 불법과 탈법·편법이 난무하고 범죄자들이 우글거리니 자연스럽게 이들이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커진다. 민의를 대변한다는 자리에 다양한 계층이 참여해야 하는데 한쪽 인사들이 불균형적으로 비대해지면 잡음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상당수가 본인이나 배우자 등의 부정과 비리로 사법적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 보니 이래저래 법팔이들이 판에 몰려 꼬여 든다. 세간에선 벌써 용산의 힘과 여의도의 힘이 작동한다고 입방아를 찧는다. 둘 중 하나가 망하든지, 아니면 궁극적으로 둘 다 공멸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비정상적인 국가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징조가 있다. 우선 매사에 무관심하고 급기야 냉소적으로 바뀌는 이들이 늘어난다. 현실에서 도피하려 하고 안에는 관심이 없고 밖으로만 나돈다. 1년에 몇 번 해외에 나갔다 와야 숨구멍이 트이는 것 같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돈이나 기업, 심지어 인재들마저 팍팍한 국내보다 물 좋은 외부로 나갈 기회만 찾는다. 내부는 진영으로 나뉘어 뒤범벅된 채 끝장을 보자는 진흙탕 싸움질을 계속한다. 양극화가 심화되고 배가 산으로 가는 개혁 헛발질을 반복하면서 국가는 공전한다.

이웃 일본은 바닥으로 떨어졌어도 우리처럼 극단적 분열은 없었다. 공정과 상식에 기반한 개인 소유 최소화와 공공 소유 최대화를 지향하는 내부의 집단 자율과 성숙한 시민 의식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의 공기(公器)라고 하는 미디어 하나라도 중심을 잡고 이런 전환의 물꼬를 터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