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까지 사직 ‘가세’… 더 꼬이는 의료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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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종합병원 ‘비상경영’ 체제… 정부 PA간호사 긴급 투입
의대생 휴학·전공의 복귀 안해… 사태 풀 실마리 보이지 않아
병원까지 문닫을 판… “의사 돌아오지 않는 한 정상화 불가능”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10 19:30:00

▲ ９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외래 접수창구가 병원 측이 수술 및 외래건수 감소로 무급휴가 등을 알린 여파로 한산한 모습이다. 장혜원 기자 ©스카이데일리

정부의 일방적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에 대한 당국의 징계 처분에 반발해 전국 의대 교수들이 연이어 사직하고 있다. 9일 교수협의회는 긴급총회를 열고 의대증원 추진 대응책을 논의 했는데 집단사직을 결의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전공의와 의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진료체계를 운영했던 상급종합병원들은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정부는 진료지원(PA) 간호사 등을 한시적으로 의료현장에 투입했으나 처치 범위와 직역 간의 갈등이 또다시 불거지며 사건 해결에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10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의 평행선은 더욱 두터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사건의 실마리를 풀 열쇠인 전공의들은 지난달 16일 사직서 제출을 한 후 한 달 가까이 복귀를 하지 않고 있으며 정부는 5일부터 행정명령사전통지서를 발송해 면허정지 절차까지 밟고 있다. 또한 정부와 각 대학은 의료계 절대 다수가 결사 반대하고 있는 ‘2000명 증원 입장 굳히기’에 나섰고 대형병원진료시스템 개편이나 간호사 및 군의관 등을 투입한 상황으로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했다. 이날 정부는 11일부터 4주간 20개 병원에 군의관 20명, 공중보건의사 138명을 파견할 계획이라고 알렸디.

정부는 이탈 전공의 면허정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서면 점검을 통해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1만2225명) 근무 현황을 점검한 결과 6일 오전 11시 현재 계약 포기 및 근무지 이탈자는 총 1만1019명(91.8%)으로 확인됐다. 복지부는 이탈 전공의 1만여 명 모두에게 3개월간 면허정지를 하는 행정처분사전통지서 발송을 다음주 초쯤까지 완료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공의 빈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부는 8일부터 간호사들을 의료현장에 투입했다. 정부는 ‘간호사 업무 시범사업 보완지침’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가 간호사들에게 심폐소생술·응급약물 투여 등 불법진료로 규정된 의료행위 일부가 허용됐다.사망 진단 등 5가지 행위와 대리수술, 전문의약품 처방 등 9가지를 제외하면 다양한 의료행위를 의료기관장 책임 아래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간호사들은 기존 의사 처치 행위에 대한 교육 부족과 숙련도 미흡 등으로료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대한 법적 보호 방안도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다. 실제 보건의료노조는 의료기관별로 간호사 업무 범위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환자생명과 직결된 의사업무를 간호사 업무 범위에 포함할 수 없도록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대리 처방 △동의서·의무기록 대리 작성 △대리 처치·시술 △대리 수술 △대리 조제 등 5대 무면허 불법의료행위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 9일 서울 아산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한 환자가 구급차에 실려 이송되고 있다. 장혜원 기자 ©스카이데일리

대학 별 의대 정원 배정으로 일부 의대 교수들의 사직이 줄을 잇자 전공의가 떠난 상급병원을 지켰던 의대 교수진도 집단 행동 조짐을 보이고 있다. 40개 의대 중 33개 의대가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전날 서울시내 모처에서 비공개 총회를 열고 상황 타개 방안 논의를 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다만 전의교협 측은 총회 직후 언론에 정부 ‘2000명 증원 방침’을 두고 “사직하겠다는 교수가 꽤 많다”며 “전공의와 학생이 없는 대학병원에서 교수의 의미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알렸다. 실제 서울아산병원·울산대병원·강릉아산병원에서 교수들이 사직서를 낼 계획을 밝힌 상황이다. 전공의(인턴·레지던트)의 집단사직서 제출로 근무지 이탈 이후 의대 교수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의대 교수들 움직임은 ‘의대 학장’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학 본부가 대규모 의대 증원을 신청한 데 따른 반발로 풀이된다.

병원들은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병동 운영을 줄이고 진료와 수술을 축소하고 있다. 기자가 전날 찾은 서울아산병원은 병동 자체에 사람을 찾아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통상 의료진 30~40%를 전공의로 채웠던 상급 대형병원들은 직격탄을 맞았는데 수술이 줄면서 병상가동률도 떨어지고 외래환자까지 축소했기 때문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두 달 이내 최대 50%까지 수익이 감소할 것”이라고 언론에 알렸다.

빅5병원(서울대병원·연세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한 보직교수도 “전공의 사직 기간이 2주 이상 되면서 발생한 적자만 수백억 원대에 이른다”고 했다. 이들은 최대 두 달까지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는데 최근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 등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무급 장기휴가도 권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대학병원 보직 과장은 “전공의 면허 정지 3개월 이후 재판 등 변수에 따르면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판국”이라며 “결국 전공의 공백을 메우고 진료 정상화를 하기 위해서는 ‘전문의’를 다시 채용해야 하는데 이의 경우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혀를 찼다.

한편 이날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이 5445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는데, 의대 재학생(1만8793명)의 29.0% 수준이다. 교육부는 이달부터 휴학을 신청했음에도 지도교수·학부모 서명 등 정당한 절차나 요건을 지키지 않은 휴학은 집계에서 제외하고 있어 휴학 의대생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의대의 수업 거부도 이어져 8일까지 수업 거부가 확인된 학교는 10곳에 다다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