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홍해 사태 길어지면 韓·中 격차 벌어져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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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홍해 예멘 사태의 수출입 영향·시사점’ 보고서
후티 공습 이후 해상운임 250%↑… 납기지연 등 ‘이중고’
“후티 사태 장기화 대비해 한 달 전부터 선복 확정해야”

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2-28 11:22:45

▲ 평택항 야적장과 컨테이너 부두에 선적 대기 중인 컨테이너와 차량들. 연합뉴스

홍해 예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유럽연합(EU) 시장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피해를 입는 것은 물론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8일 ‘홍해 예멘 사태의 수출입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EU와 교역 중인 국내 화주들은 해상운임 상승 및 납기 지연 부담이 누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EU 대(對)아시아 수입이 둔화되거나 국내 기업들이 내륙 운송로를 확보한 중국 화주와의 경쟁에서 밀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후티 공습 이후 글로벌 선복 공급 및 컨테이너선의 운항 변동성이 크게 확돼됐다. 작년 12월 전 세계 가용 선복량은 과거 52주 평균 대비 57.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펜데믹 직후 선복량 감소 폭이었던 47.3%보다 높은 수준이다.

선복 공급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해상운임 역시 크게 올라 국내 기업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올해 2월 기준 국내의 EU향(向) 해상운임은 작년 10월 대비 250.1% 급등했다. EU 항로의 운항 일수는 수에즈운하 통과 대비 12일~14일 추가돼 납기 지연이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우리나라는 EU와의 수출 중 80%를 해상운송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자동차(99.8%)·석유화학(99.7%)·철강(98.7%)·이차전지(96.4%) 등 해상운송 의존도가 높은 주요 품목도 포함돼 있어 해상운임 상승 및 납기 지연 위기감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보고서는 이같은 영향으로 EU의 월별 수입 물량도 빠르게 감소 중인 상황에서 후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EU의 아시아 수입 둔화 혹은 아시아 외 지역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중국의 경우 후티 공습 피해가 제한적이고 내륙 철도(TCR) 등 대체 운송로가 확보돼 있다. 따라서 높은 수준의 한·EU 간 운임이 지속되면서 EU 수출 가격으로 전가될 경우 EU 시장에서 우리 기업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 주장이다.

작년 중국의 EU 수입시장 점유율은 7.91%으로 한국(1.13%)의 7배에 달한다. 특히 한국은 자동차(-0.6%p)·전기차(-6.9%p) 등 다수의 주력 수출 품목에서 EU 시장 내 중국 대비 낮은 점유율을 보인다. 따라서 홍해 예멘 사태가 길어지면 중국과 우리나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

옥웅기 무협 연구원은 “글로벌 선사들의 희망봉 우회 항로가 점차 정착되고 공급과잉 시황으로 운임 상승세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다만 중동 전면전 확산 등 추가적인 운임 및 공급망 교란 변수가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