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화두(話頭) 바꾸지 않으면 대한민국 미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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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면 국가 현안 해결할 생산성 제고부터 시작
내부 화두 획기적 전환으로 국력 하강 막아야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1-28 06:31:20

대통령의 잦은 해외 순방과 함께 파트너 국가들이 무엇을 준비하고 있고 우리와 어떤 분야에서 협력해 나갈 것인지 보도되고 있다. 국격이 높아진 것을 체감하면서 이 정도까지 올라간 국가의 위상이 어디서 비롯된 건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자칫 정치나 정부 등 공공 부문이 잘해서 밖에 나가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정상 외교나 엑스포와 같은 국가 주요 현안이 있으면 해외에서 지명도가 높은 기업의 총수들이 대거 동원된다. 수십 년 쌓아 올린 우리의 명성은 온갖 역경에도 불굴의 투지와 피땀으로 이룩한 기업과 이에 종사하는 숨은 근로자들의 덕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늘 뒷전이고 공헌도가 지극히 낮은 부류가 사회를 궁지로 내몬다.

미국은 정권의 색깔이 바뀌어도 노선은 선명하다. 약해진 힘의 공백을 노리는 중국을 견제함과 동시에 미국의 부활을 노린다. 특히 기술 우위와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다. 동맹을 규합하면서도 그 중심에서 결코 국익을 놓치지 않는다.

일본은 경제 재건에 혈안이다. 소비를 늘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엔화 약세 용인 등 과감한 재정정책을 구상한다. 영국은 EU 탈퇴의 불이익을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면서 EU에 속해 있을 때는 불가능했던 독자적 행보에 나서고 있다. EU 자진 탈퇴의 도화선이 된 것은 EU 내부의 불협화음으로 공동 노선을 견지하는 것이 영국에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영국은 EU 탈퇴를 통해 미국을 비롯해 한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들과 단독으로 협력의 물꼬를 트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추세에 맞추어 인도는 중국에 이은 세계의 공장으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빗장이 열리면서 외국 기업과 자금이 밀물처럼 들어가고 있다. 최고의 경제 우등생이 되면서 세계 공장으로서의 제조업을 국가의 성장 동력으로 확실하게 키웠다. 인도가 일본과 독일을 넘어 중국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예측이 벌써부터 들려 온다.

중동의 사우디도 시선을 끈다. 석유 고갈 시대에 대비하여 미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왕조 형태의 독재국가이긴 하지만 리더가 눈을 뜨고 진두지휘한다. 중국은 리더십에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서방의 견제와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동력을 살리기 위해 새로운 전략 짜기에 분주하다. 다수의 유럽·중남미 국가들도 국가적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이렇듯 세상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경험하면서도 우리는 태평하고 안일하다. 내부의 화두는 늘 구태의연한 정치판 놀음이고, 시시때때로 터져 나오는 갖은 말초적이고 잡다한 일에 함몰되어 바로 앞도 계산하지 못하고 표류한다. 언론도 이를 부추기면서 제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5000만이 넘는 인구에다 경제 규모가 이 정도까지 되면 기괴하고 흉측한 일들이 일상으로 생겨나는 것을 막을 방도가 없다. 다만 여기에 너무 집착하여 혼돈과 무질서를 부추기는 행위는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분위기가 이렇게 되면 스스로 구렁텅이로 들어가는 것을 자초하면서 국가는 후진한다. 유럽이나 중남미, 혹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우리와 비슷한 함정에 빠져서 계속 표류하고 있는 나라들의 모습이 수시로 목격되기도 한다.

왜 정치판 물갈이를 하려 하는가? 지금 여의도 정치인들에게 기대할 것이 없고, 그들에게 국가 미래를 맡겨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시대정신에 맞고 세계와 경쟁하면서 국가를 미래지향적으로 바꾸려면 판 갈이가 절실하다. 국가가 당면해 있는 현안을 화두로 제시하고 생산성 있는 담론을 만들어 내면서 방향타를 잡아야 올바른 길로 돌아설 수 있다. 당리당략과 진영 논리에 갇혀 선심성 자금이나 살포하고 국격의 상징인 기업을 옭아매지 못해 안달하는 집단에 대해선 이런 일을 기대하기 어렵다.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지만, 경쟁력 있는 원전은 절대 안 된다는 논리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생산 현장과 자영업자는 죽겠다고 아우성치는데 속수무책으로 먼 산 보듯 한다. 국가와 민생은 없고 얄팍한 표 계산뿐이다.

한국의 국력이 지금이 정점이 아니고 더 치고 올라가려면 우리 내부의 화두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그리고 이를 주도할 수 있는 여론적 지지와 강력한 드라이브가 필요하다. 청년 실업, 저출산·고령화, 인구 감소, 정년 연장의 필요, 노동력 부족과 이민 확대, 기업 경쟁력, 기업 상속, 공급망 재편과 기업의 리로케이션 등의 현안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야 한다. 그런데 TV 등 언론은 구차하면서도 쓸모없는 정치 이슈로 국민을 오도한다. 그들이 보기에 국민은 여전히 초등학생 수준이고, 그 수준에 맞춰야 시청률을 올릴 수 있다는 탁상공론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결국 모두 함께 천길 물속으로 뛰어들자는 물귀신 수작이다.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화두로의 전환과 생산성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역주행을 멈춰 세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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