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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부촌 중에서도 최고의 부자동네로 손꼽히는 타워팰리스 인근에는 시민들의 눈과 귀를 의심할 만한 빈민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영동5교’ 다리 밑에서 재활용 의류를 수거하거나 넝마주이 등으로 살아가는 소득 최하층 주민들이다. 이들이 사는 시설은 컨테이너나 텐트 등이다. 하지만 이곳은 ‘넝마공동체’라는 어엿한 이름이 있을 정도로 자활을 해서 사회로 복귀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1986년 윤팔병씨가 오갈 데 없는 노숙자들에게 마지막 주거지로 제공하면서 시작된 빈민자활공동체다. 최악으로 몰려 이곳에 들어왔지만 자활의지로 나간 사람들이 300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강남구청이 지난해부터 이곳을 철거하기 위한 작업에 나서면서 첨예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구청은 이주대책을 마련해 줄 거주민이 조사결과 16세대 17명이라고 파악했지만 거주민들은 60~70명에 이른다며 반박하고 있다. 따라서 거주민들은 구청의 추진계획에 따를 경우 수십명이 최후의 생활터전을 잃는다면서 배수진을 친 저항에 나서고 있다. 반면 구청 측은 ‘거주민들이 넝마공동체에 가입하면 임대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면서 회원에 가입시키고 있다’는 경고문까지 거주민 입구에 게시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넝마공동체는 다시 구청을 대상으로 허위사실 유포는 물론 폭행교사죄 등으로 구청을 고소하기에 이르렀고, 구청은 다시 넝마공동체를 설립한 윤팔병씨에게 1억6749만원 도로무단점용 변상금을 부과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따라서 양측의 갈등사태는 현재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넝마공동체는 300평 정도의 인근 다른 땅을 지원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 또한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거주민들도 인근 부촌에서 나온 재활용 의류나 폐지 등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 이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전혀 다른 지역에 가면 생활 자체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스카이데일리가 갈등의 현장을 현장 탐방해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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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주지 철거와 관련된 이주대책 문제로 강남구청 앞에서 단체농성을 벌였던 ‘영동5교’ 다리 밑 거주민들은 24일 오후에도 여전히 강경한 입장으로 생존권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스카이데일리
최근 거주지 철거와 관련된 이주대책 문제로 강남구청 앞에서 단체로 농성을 벌였던 ‘영동5교’ 다리 밑 거주민들이 구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입장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거주민들의 이 같은 목소리를 현장에서 듣기 위해 기자가 찾은 영동5교 아래에는 주민들의 치열한 생존권 투쟁 흔적이 남아 있었다.
벽과 컨테이너박스, 대형 현수막에는 주민들의 강경한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붉은색 글귀가 이곳저곳에 쓰여 있었다.
▲ 넝마공동체 입구에는 강남구청 측이 세워둔 ‘거주민 실태조사’와 관련된 경고문구가 세워져 있다. 거주민들은 빨간실선 글 내용이 오히려 허위사실 유포라고 주장하고 있다.
입구에는 강남구청 측이 세워둔 표지판에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거주민 실태조사’와 관련된 경고문구가 세워져 있었고, 그 뒤로는 근심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거주민들이 여럿 보였다.
서울 강남의 한복판인 지역에 다리 밑 도시빈민들이 모여살고 있는 장소가 있다는 사실과 이들의 거주시설 철거 및 이주대책을 놓고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는 것 자체가 믿어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주 관련 보상문제 놓고 입장 엇갈려
강남구청과 거주민들의 갈등이 촉발된 쟁점은 거주사실 조사시점과 관련된 문제를 놓고 이주대책 대상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게 된 배경에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하소연이었다.
당초 구는 지난해 7월부터 수차례 현장조사를 실시해 이주대책 대상자를 조사했음을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은 대상자를 실질적으로 조사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60~70명(고소장에는 100여명 적시)에 대한 이주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설사 구청이 조사했다고 해도 거주민들이 수시로 바뀌고 들락이기 때문에 적당히 했을 것이라는 것이 거주민들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구는 지난해 7월부터 실태조사를 해 거주민을 16세대 17명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이 같은 이주대책 대상자 수에 괴리가 오면서 구청은 자료를 통해 “넝마공동체 일부회원이 공동체 회원으로 가입하면 강남구에서 임대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외부인 40~50명을 끌어들였다. 이들이 집단항의를 하는 등 공무집행방해를 하는 상황이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넝마공동체는 큰 보상도 아니고 단지 이주대책을 요구하는 것임에도 구청이 지나치게 따지려 하고 인색하다는 입장이다.
▲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들의 입장을 피력했다.
넝마공동체 김덕자 대표는 “이곳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개인적인 차원의 보상이 아니라 ‘넝마공동체’라는 단체가 함께 살 수 있는 적정 이전토지(대토)를 원하는 것이다”고 읍소하듯 호소했다.
그는 “하지만 구는 지난 1999년부터 ‘대토를 물색 중’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공문을 통해 넝마공동체가 자립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할 의사를 밝히기만 했다”며 “이후 계속해서 시간을 끌어오다가 급기야는 지금의 사태에 오게 된 것이다”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10여전 당시 강남구청으로부터 받은 공문을 취재기자에게 공개했다.
김 대표가 제시한 공문 첫 페이지에는 “귀하께서 요구하신 폐자원 보관시설 이전에 대하여 적정 이전토지(대토)를 물색 중임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폐자원 보관시설’은 주민들이 거주하는 컨테이너 등의 시설물 표현이라는 것이 주민들의 해석이다.
▲ 주민들로 부터 입수한 과거 강남구청측으로 부터 받았다고 주장하는 공문. 공문에는 “귀하께서 요구하신 폐자원 보관시설 이전에 대하여 적정 이전토지(대토)를 물색 중임을 알려드립니다”(빨간줄)라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다만 구는 “적정토지 선정시에는 반대민원, 유관부서 협의 등이 선행돼야 한다. 우리구에서도 귀하의 민원을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다소 애매한 단서를 달았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과거의 공문에 대해 실체를 파악할 수 없으며 확인 과정을 거치기 위해서는 공문을 확인해야 한다”며 “공문의 사본을 보내주면 확인 후 답변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영동5교에 거주 중이라고 주장하는 최근 주민들은 대다수가 ‘넝마공동체’를 창설한 윤팔병 씨가 보상에 대한 소문을 접한 후 데려온 외지인들이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양측의 주장을 상호 객관적으로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데 있다. 주민들이 주민등록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주민등록 전입을 요구해 왔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어렵다면 거주지 이전이라고 해달라고 계속 요구해 왔지만 동사무소와 구는 서로 책임을 회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대법원의 다른 판례까지 사례로 들며 거주민들의 주민등록 전입을 못해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구 관계자는 이에 “이주대책 관련 계획의 가이드라인이 나온 상황에서 타지에서 흘러 온 인원에 대해서 구가 책임지기는 힘든 실정이다”고 입장을 고수했다.
구청·주민들 간 고소·행정처분 등 진흙탕 싸움
현재 김 대표를 포함한 영동5교 거주민들은 신연희 강남구청장과 구청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폭행교사죄 및 초상권 침해 혐의를 들어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소장에 따르면 구청에서 고용한 용역회사 직원(폭력배)들이 주민들에 대해 폭행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또한 넝마공동체 정문 앞 10미터 앞에서 정상집회중인 회원 약 70여명의 초상권을 침해하는 촬영을 계속했다고 소장은 밝혔다.
넝마공동체는 이어 구청 측이 건설관리과 명의로 안내문을 붙인 내용에 대해서도 허위사실 유포죄 및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다.
구청이 임대아파트를 분양을 미끼로 타 지역 사람들을 넝마공동체 회원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허위소문을 냈다는 것이 소장의 주장 내용이다.
구는 이 같은 거주민들의 고소에 대해 강경대응으로 나서고 있어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구청은 지난 10일 넝마공동체의 설립자인 윤팔병 씨에 대해 ‘도로무단점용에 대한 변상금’으로 1억6749만원을 부과하는 초강수로 대응하고 나섰다.
이에 영동5교 주민 K씨는 “구청의 처분은 당장 내일 먹고살기도 힘든 우리 처지를 알면서도 저지른 행위다”며 “이 곳을 떠나게 하기 위한 협박으로 밖에 안 보인다”고 격하게 반응했다.
웅장한 타워펠리스 인근 다리 밑의 빈민촌
▲ ‘부자동네 다리 밑 빈민촌’으로 불리며 세간의 주목을 받은 ‘넝마공동체’는 재활용 의류를 수거하거나 넝마주이 등으로 생계를 근근이 꾸리며 생활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영동5교 다리 아래에는 ‘넝마공동체’라고 불리는 빈민들이 약 30년 가까이 생활하고 있다. 이들 주민들은 인근에 타워팰리스와 대비되면서 ‘부자동네 다리 밑 빈민촌’으로 불리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넝마공동체는 재활용 의류를 수거하거나 넝마주이 등으로 생계를 근근이 꾸리며 생활하고 있다.
이 중 생활의 기틀을 마련한 사람들의 경우는 이곳을 떠나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들이 또한 편입되는 형태로 공동체가 운영돼 왔다.
하지만 강남구청이 지난해부터 ‘고가(교량) 하부 불법시설 정비사업’을 벌일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곳 주민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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