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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로 이주한 이후 궁핍한 생활을 이어가던 작가는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듣고 고향을 방문한다.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장서를 모두 팔아버리지만 비상한 기억력으로 그는 팔아버린 책의 내용을 모두 기억해낸다.
작가의 경험은 ‘문자 살해 클럽’ 속 제즈의 사연으로 되살아 난다. 제즈는 자신이 대면한 ‘텅 빈 서가의 공허’ 속에서 존재하지 않는 페이지를 보고 쓰이지 않은 글자를 읽기 시작한다. 그는 그 글자들을 보이는 족족 ‘필사’하기 시작하고 그렇게 완성된 소설은 불티나게 팔린다.
제즈는 어느 날 자신의 텅 빈 서가에 존재하고 있던 ‘순수하고 실체 없이 자유로운 구상’을 문자화함으로써 그것을 변질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일체의 창작 행위를 중단하고 자신과 뜻이 맞는 이들을 모아 매주 토요일 ‘문자 살해 클럽’을 연다. 매주 돌아가며 문자화되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
글쓰기로 변질되지 않는 순수한 구상이 존재할 수 있을까? 문자 살해 클럽의 구성원들은 이러한 질문에 사로잡혀 있다.
시기즈문트 크르지자놉스키는 ‘러시아가 놓친 천재’로 불린다. 그는 ‘문자 살해 클럽’을 비롯해 ‘하우젠의 귀환’ ‘미래에 관한 회상’은 등을 집필했지만 당시 소련 사회는 ‘노동자 계급에 적당하지 않다’는 이유로 출판을 불허했다. 사후 40여 년이 지난 후에야 빛을 보게 된 소설로 그는 ‘러시아의 보르헤스’ ‘러시아의 카프카’라는 찬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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