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독일에 손짓 “EU와의 관계 리셋 원해… 성장이 급선무”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국제정치

스타머 “브렉시트 철회나 단일시장 재가입 의미하진 않아”
숄츠 “영국과 이민문제 협의와 나토 협력 강화할 것”화답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30 04:45:36

▲ 영국과 독일이 내년 초까지 각 분야 협력 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정부 간 협의를 시작했다고 양국 총리가 28일(현지시간) 밝혔다. 키어 스타머(왼쪽) 영국 총리는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올라프 숄츠 총리와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무역·경제·국방에 다른 분야를 포함한 폭넓은 협정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연합뉴스

영국과 독일이 내년 초까지 각 분야 협력 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정부 간 협의를 시작했다고 양국 총리가 28일(현지시간) 밝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올라프 숄츠 총리와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무역·경제·국방에 다른 분야를 포함한 폭넓은 협정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14년 만의 정권교체로 7월 취임한 스타머 총리는 “성장이 우리 정부의 최우선 임무”라며 “이 목표의 달성에 독일을 비롯한 유럽 전역 파트너들과 관계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분배·복지 정의’를 우선하는 노동당 정부의 수장,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상태의 행정수반으로선 이례적 발언이다.

이어 양국 협정 계획을 “한 세대에 한 번뿐인 기회”로 표현하며 유럽 및 유럽연합(EU)과 관계의 ‘리셋’을 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스타머는 “브렉시트를 철회하거나 단일시장 관세동맹 재진입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영국의 지난 약 10년이란 사실상 브렉시트 여파로 흔들린 고통의 시간으로 평가된다.

2015년 국민투표의 예상 외 결과에 따라 브렉시트가 이뤄졌으며 부작용 또한 상상 이상이었다. 그간 영국에선 EU 재가입 추진 목소리도 있으나 그것을 추진할 경우 지난한 국민합의 과정과 국민투표 등 갈 길이 너무나 멀어 엄두를 못 내는 형편이다. 이런 가운데 EU 좌장격인 독일의 문을 두드린 것으로 현실 개선의 실질적 효과를 위한 초보적 노력을 개시했다는 뜻이다.

이에 숄츠 총리가 “영국이 언제나 유럽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큰 문제 해결에 필수적인 역할을 해왔다. EU를 떠난 후에도 바뀌지 않았다”며 화답한 셈이다. 숄츠 역시 사회민주당 소속이고 녹색당 등 강성 좌파 등으로 구성된 연정을 이끄는 처지다. 스타머의 ‘성장 우선’ 시도에 동조한 것은 상황이 다급하기 때문이다. 두 나라 모두 전후 부흥 이래 최악의 경제로 고전 중이다.

두 정상은 불법 이민에 대처하기 위한 공동 행동계획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양국 정부 공동성명엔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주요 유럽 동맹국으로서 모든 잠재적 위협과 적에 맞서 신뢰할 만한 억제·방어 능력을 유지할 것” “공격적인 러시아 억제” “우크라이나 지원 계속 및 유럽 방위 강화” 등이 언급됐다.

19세기 나폴레옹 군대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게 심대한 인적·물적 피해를 입은 러시아로선 납득하기 어려운 시각일 것이다. 러시아가 먼저 서유럽을 공격한 적이 없음에도 ‘위험한 러시아’란 서유럽 엘리트에게 보편적 습관적 입장에 가깝다. 특히 영국은 19세기 제정 시절의 러시아와 제국주의적 확장을 위해 정면 대립한 바 있어 경계심이 뿌리 깊다. 반면 영·독 화해의 역사가 세계사에 던진 의미는 적지 않다.

또 영·독 두 정상은 자국이 지원한 무기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도록 허용하겠느냐는 질문에 “새롭거나 다른 결정은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날 서방을 향해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확전을 겁내지 말 것과 무기사용 제한 해제를 거듭 요구한 상태다. 그는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확전이란 개념이 파트너국들 의사결정 과정을 지배한다는 점이야말로 전면전 이후 우크라이나가 직면한 최대 문제”라며 이렇게 주장했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