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들 고마워"… 대형 증권사 상반기 순이익 3.2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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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KB證 반기 최대 실적 달성… 삼성·키움·NH도 성장세
해외주식 중심 위탁매매 수수료 및 운용손익·IB수익 증가 영향
금리 내리는 하반기 증권사 더 유리… “채권평가손익 개선 기대”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13 09:00:00

▲ 자기자본 5조 원 이상 증권사 8곳(미래에셋·한국투자·NH·삼성·KB·신한·하나·키움)의 상반기 합계 순이익은 3조2119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6.7% 늘어났다. ⓒ스카이데일리

대형 증권사 8곳이 상반기 3조2000억 원 규모의 순이익을 거뒀다. 1년 전보다 7000억 원 많고 작년 한 해 벌어들인 순이익을 넘어서는 규모다. 이 같은 호실적은 해외주식 관련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운용손익 및 IB 수익이 양호했던 점도 실적을 키웠다. 하반기 전망도 밝다. 금리 하락으로 증권사들이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스카이데일리가 13일 자기자본 5조 원 이상 증권사 8곳(미래에셋·한국투자·NH·삼성·KB·신한·하나·키움)의 상반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상반기 합계 순이익은 3조2119억 원으로 1년 전(2조5356억 원)보다 26.7% 늘어났다. 작년 한 해 전체 순이익(2조6755억 원)보다 20.0% 많은 금액이다. 상반기 기준 역대 2위다. 2021년 상반기 3조7818억 원을 거둔 것 다음으로 컸다.

회사별로 보면 한국투자증권이 가장 많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상반기 7109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1년 전(4311억 원)보다 64.9% 늘어난 규모이자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이다. KB증권도 상반기 순이익이 2523억 원에서 3795억 원으로 50.4% 늘어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삼성증권은 4042억 원에서 5110억 원으로 26.4% 증가하며 순이익 2위를 기록했다. 이어 키움증권이 4770억 원을 벌어들이며 3위에 올랐다. 4위는 4227억 원을 기록한 NH투자증권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346억 원으로 저조했던 하나증권은 올 상반기 1320억 원으로 네 배 실적을 키웠다. 미래에셋(3717억 원)·신한투자(2072억 원) 2곳만이 2.0%·14.3% 감소세를 보였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이 같은 호실적은 해외주식을 중심으로 위탁매매 수수료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식 등 국내·해외물 수탁 수수료를 공개한 증권사 4곳(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키움)의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총 1조1173억 원으로 1년 전(9436억 원)보다 18.4% 늘어났다. 이 기간 국내물 수수료(7763억 원)는 8.6% 소폭 늘어난 반면 해외물 수수료(3409억 원)는 49.2% 급증했다.

예견된 성과였다. 연초부터 해외주식 투자 열풍이 불면서 해외주식을 거래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국예탹결제원에 따르면 상반기 해외주식 매수·매도 결제금액은 2058억4322만 달러(약 282조1905억 원)로 전년동기(1414억805만 달러) 대비 45.6% 증가했다. 해외채권 거래 결제금액도 같은 기간 472억7432만 달러에서 494억4018만 달러로 4.6% 늘어났다.

운용자산 평가이익이 증가한 점도 실적을 키웠다. 운용 실적을 공개한 증권사 5곳(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KB·키움)의 상반기 상품운용손익은 총 1조9905억 원으로 2조 원에 육박했다. 1년 전(1조5728억 원)보다 26.5% 큰 규모다. 미래에셋 5901억 원, 삼성 5580억 원, 한국투자 3899억 원, KB 3001억 원, 키움 1524억 원 순으로 컸다. 시장금리 하락으로 채권 가치가 올라가고 미국 등 글로벌 주식시장이 호황을 보이면서 운용자산 가치도 상승한 것으로 읽힌다.

IB 수익도 양호했다. 증권사 6곳(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KB·신한·키움)이 상반기 기업공개(IPO)·회사채 등을 통해 확보한 IB 수수료 수익은 8465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7582억 원)와 비교해 11.6% 증가한 규모다. ‘채권개미’도 일조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개인투자자의 채권 순매수액은 23조1244억 원으로 1년 전(19조2371억 원)보다 20.2% 늘었다.

증권가는 증권사들이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하락 시 채권평가손익이 개선되고 주식 거래대금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동산 투자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도 호재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장 증권사 4곳(미래에셋·NH·삼성·키움)의 올해 예상 순이익은 총 3조918억 원으로 전년(1조8790억 원)보다 64.5% 크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시장금리는 기준금리에 선행해서 움직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증권사는 기준금리 인하 이전부터도 채권평가손익 개선을 향유할 수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가 거듭한다면 시장금리는 더욱 크게 하락할 것이기 때문에 증권에는 유리하다”고 말했다.

또 정 연구원은 “금리 하락은 거래대금이 증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데 유동성 자체도 확대시킬뿐 아니라 투자 심리도 개선시키기 때문이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증권의 부동산 PF와 직접투자의 회복에 기여하고 미분양과 가격하락의 부담도 감소할 전망이다”고 덧붙였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