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근칼럼] 딜레마에 빠진 북한·중국·러시아 3각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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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7-16 06:30:55

‘삼각관계’란 문자 그대로 세 나라 혹은 세 사람의 관계를 의미하지만 흔히 그 본래 의미는 안정적·조화적인 것이기보다 불행 혹은 불안정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한 남자를 놓고 싸우는 두 여자의 관계, 혹은 한 여자를 놓고 다투는 두 남자의 관계를 삼각관계라고 말한다. 특히 한 여인 혹은 한 남자를 놓고 싸우는 두 남자 또는 두 여자가 정말 친한 친구일 경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난감함이 추가된다. 한 남자 혹은 여자 때문에 친구 사이가 망가지는 것을 방치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사랑하는 이성을 포기할 수도 없는 관계를 삼각관계의 정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6월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한 이후 북한·중국·러시아 3국 사이에서 아주 미묘한 삼각관계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필자는 푸틴과 김정은의 만남을 ‘비정상적(非正常的) 정상회담(頂上會談)’이라고 해석한 바 있었다. 왜냐하면 두 나라가 동맹이 되는 데 필수 요건인 공통의 적을 상정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었다.

푸틴과 김정은은 굳건한 동맹임을 과시하기는 했지만 북한과 러시아가 진정 굳건한 동맹이기 위해서는 북한과 러시아는 반드시 ‘공통의 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동맹은 본시 친한 나라가 체결하는 것이 아니라 ‘적(敵)이 같은 나라’가 체결하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소련은 전혀 서로 친할 일이 없었지만, 나치 독일과 군국 일본을 공통의 적으로 인식했기 때문에 동맹이 될 수 있었다. 미국과 소련은 동맹을 맺어 나치 독일·군국 일본과 사활적인 전쟁을 벌였고 승리했다. 나치 독일과 군국 일본이 패망하자마자 미국과 소련의 관계는 곧바로 적대 관계가 되고 말았다.

북한과 러시아는 과연 어느 나라를 공통의 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더 구체적으로 김정은과 푸틴은 상대 국가가 외부의 무력 침공을 받을 경우 온 힘을 다해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전형적인 방위조약인데 러시아를 침략할 가능성이 있는 나라는 어느 나라이며 북한을 침략할 가능성이 높은 나라는 어느 나라일까.

미국 랜드연구소 연구원 부르스 베넷 박사는 북·러 방위조약 체결을 김정은의 실수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 이유는 김정은은 푸틴과 방위조약을 체결함으로써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경우 북한군이 참전해야 할 (감당하기 곤란한) 부담을 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경우는 그렇다 치고 북한이 침략당하는 경우 러시아 역시 김정은을 도와주기 위해 군대를 파견하고 북한 편에 서서 참전해야 한다는 의무를 지게 된 것이 사실이다.

북한을 침략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는 어느 나라일까. 미군이 북한 본토를 향해 진입한다는 상황을 가정할 수 있을까. 혹은 대한민국군이 휴전선을 넘어 북한 본토 내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을까. 현재 상황에서 미국 혹은 한국군이 북한을 침공할 가능성은 사실상 영(零)에 가깝다. 북·러 방위조약 체결을 대한민국이 노골적으로 비난하자 러시아는 조약이 대한민국을 상정한 것이 아니라고 변명했다.

대한민국을 상정한 것이 아니라면 미국의 공격을 가정한 것인가. 미국이 북한을 해상 혹은 공중을 통해 공격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을 터인데, 그 경우 러시아가 북한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다는 말일까.

그렇다면 김정은과 푸틴이 상정하는 공통의 적은 ‘시진핑의 중국’이란 말일까. 국제정치학적 상식으로 보았을 때 북한에 군대를 진입시킬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는 중국일 수밖에 없다. 중국은 이미 압록강과 두만강의 중국 측 국경지대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해 놓고 북한의 긴급사태에 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