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근칼럼] 미국 제47대 대통령에 근접한 도널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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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7-09 06:31:10

조 바이든은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이지만 미국 대통령을 역임한 사람은 총 45명이다. 미국 역사상 대통령의 대(代)수로 2번을 역임한 대통령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 22대 그로버 클리블랜드(재임 1885~89) 대통령은 재선에 실패해 대통령직을 23대 벤저민 해리슨(1889~1893)에게 물려주었다. 그러나 클리블랜드는 1892년 대선에서 현직인 해리슨을 꺾고 대통령에 당선돼 24대 대통령이 되어 1893년부터 1897년까지 재임했다.

2024년의 미국 대선은 134년 만에 전·현직 대통령이 대결하는 선거전이다. 만약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다면 트럼프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45~47이라는 숫자를 적어 넣은 티셔츠와 모자를 착용하고 다니는 이유다. 연임할 경우 8년을 재임해도 대수는 일대(1代)로 기록되지만 클리블랜드 대통령처럼 재선에 실패하고 다시 당선될 경우 이대(2代)로 기록된다.

원래 미국 대통령 임기에 대해서는 법적인 제한이 없었지만 1947년 3월21일 미국 의회는 대통령의 임기를 제한하는 22차 수정헌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1951년 2월27일 당시 48개 주 중 36개 주의 비준을 얻어 법으로 확정되었다. 22차 수정헌법은 4년 임기의 대통령직에 두 번 당선될 수 있다고 제한했다. 트럼프가 금년 11월 당선된다면 향후 4년간 대통령직을 역임할 수 있다. 그러나 4년 후(2028년)에 다시 출마할 수는 없다. 트럼프는 금년 11월 당선되면 4년 임기 대통령직에 이미 두 번 당선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강대국인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언제라도 세계인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과 군사동맹 관계일 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적으로 깊은 관계에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 첨예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은 대부분은, 특히 스스로 대단한 지식인임을 자처하는 사람의 경우에도, 미국의 정치 현상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지 않다. 잘 모를 뿐 아니라 왜곡된 정보에 함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우리나라 주류 언론의 보도 행태 탓이다.

한국의 주류 언론이 보도하는 미국 정치는 미국의 주류 언론의 보도 내용을 그대로 베끼는 것이 대부분이다. 한국의 미국 뉴스는 CNN·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WP)의 한글 버전이나 다름없다. 한때 이들 미국 주류 언론의 권위는 대단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주류 언론은 극단적으로 편향적인 견해를 표출하며 한 정파(주로 민주당과 미국의 좌파)를 대변하는 기관지로 전락했다.

물론 미국의 언론은 전통적으로 당파성을 표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를 분명히 밝힌다. 한때 미국 최고의 신문이었던 NYT는 1960년 이래 64년 동안 16번(2024년은 17번째)의 대선에서 단 한 번도 공화당 후보를 지지한 적이 없다.

1984년 NYT는 월터 먼데일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음에도 그는 미국 50개 중 단 1곳, 자신의 고향인 미네소타에서만 승리를 거뒀다. 재임에 성공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2번째 임기 중 소련을 붕괴시키는 데 성공하며 냉전을 미국의 승리로 종결짓고 소련을 역사의 쓰레기통에 처박아 넣는 대업을 이룩했다.

2016년 대선전에서 너무나도 노골적으로 힐러리 클린턴을 편들었던 CNN은 ‘Clinton News Network(클린턴 방송)’ 혹은 ‘Communist News Network(공산당 방송)’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는 등 조롱을 받았다. NYT와 CNN은 우리나라에서는 알아주는 언론사로 알려져 있지만 미국에서는 거의 폭망 수준의 언론이 되고 말았다.

우리나라 언론이 거의 인용하지 않는,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거의 보지 않는 폭스뉴스는 비록 사주 루퍼트 머독이 트럼프를 싫어하기는 하지만 그나마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폭스뉴스는 시청률상으로 CNN의 2~3 배가 넘는 미국 제일의 뉴스 채널이다.

그동안 미국의 주류 언론은 바이든이 정신도 맑고 육체도 건강하며 대통령직을 온전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수의 우파 언론이 바이든의 노망기를 보도할 때마다 주류 언론은 대놓고 잘못된 사기 보도라고 몰아치곤 했었다. 그런데 6월27일 CNN이 주관한 대통령 토론회에서 800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바이든의 노화 혹은 치매가 현실임을 알게 되었다. 압도적으로 바이든에게 유리한 세팅을 준비했지만 생방송의 위력은 대단했다. 미국 국민은 바이든과 트럼프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트럼프 47’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