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10년 공든 탑 ‘애플카’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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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보다 향후 시장전 흐려 조직 해산
앞으로 수익성 좋은 생성형AI에 집중

김학형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2-28 11:30:02

▲ 2019년 10월16일 촬영된 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 애플 매장 입구의 애플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애플이 10여 년간 공들여 온 자율주행 전기자동차(EV), 이른바 ‘애플카’의 개발 프로젝트를 포기하기로 했다고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27일 이 사실을 2000명 가까운 내부 직원에게 공개했으며, 아직 외부에 비공개 정보여서 소식통들이 익명을 요구했다.

이번 결정은 제프 윌리엄스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케빈 린치 부사장의 공동명의로 내려졌다. 두 임원은 직원들에게 애플카 프로젝트가 정리될 것이고 다수 직원이 존 지아난드레아 수석 부사장 지휘하의 인공지능(AI) 부서로 이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 핵심적 우선순위로 떠오른 생성형 AI 프로젝트에 자원이 집중될 전망이다.

애플카 팀에는 수백 명의 하드웨어 엔지니어와 차량 디자이너 등이 근무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애플의 다른 팀으로 이동할 수 있으나 얼마나 해고될지 불분명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본사를 둔 애플은 논평을 거부했다.

EV시장 선두주자 테슬라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경례’와 ‘담배’ 이모티콘만 게시해 눈길을 끌었다. 애플의 이번 결정을 두고 핵심 관계자들이 했을 고민에 ‘경의’와 ‘위로’를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자율주행차 관심이 실리콘밸리를 휩쓸던 2014년부터 코드명 ‘타이탄’ ‘T172’로 알려진 EV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당시 팀쿡 CEO는 블룸버그에 “(자율주행시스템 개발이) 모든 AI 프로젝트의 모태이자 매우 중요한 핵심 기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잦은 리더십·전략 교체 등으로 개발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애플카 개발의 핵심 임원인 더그 필드가 2021년 포드로 자리를 옮겼으며, 2019년 소프트웨어 접근 방식을 개선하면서 190명이 해고됐다. 지난달에는 자율주행 EV 출시일을 2028년까지 더 미루고 자율주행 사양을 레벨4(완전 자율주행)가 아닌 레벨2+로 전략을 수정했다.

한편 지금까지 자동차산업에서 애플의 최대 추진력은 카플레이 소프트웨어였다. 이를 통해 운전자는 지도·음성비서 시리(Siri) 등 아이폰 기능에 액세스할 수 있다. 차량 제어 및 엔터테인먼트 시스템과 더욱 긴밀하게 통합되도록 재설계되고 있다. 애플이 자사 소프트웨어를 향상시켜 더 많은 외부 모델에 확산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자동차 제조업체와 경쟁하지 않음으로써 더 나은 기회를 찾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아누락 라나와 앤드류 지라드 블룸버그 분석가 역시 “궁극적으로 AI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애플의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며 “전기차를 포기하고 생성 AI로 자원을 전환하기로 한 애플의 결정은 자동차에 비해 AI 수익원의 장기적인 수익성 잠재력을 고려할 때 전략적으로 좋은 움직임”이라고 논평했다.

자동차‧통신 등 다양한 첨단기술과 도로 인프라 등 조건이 융합된 자율주행차가 한 때 과학기술 분야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운전자의 간섭을 최소화하면서 안전한 도로주행이 목표인 자율주행차는 2012년 5월 구글이 미국 네바다주에서 자율주행차량의 시험주행 면허를 획득하면서 화제를 모으기 시작했다.

2013년 아우디가 자동차업계 최초로 네바다주에서 시험주행 면허를 획득했고 다임러사에서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대형화물차에 도입하고자 일명 ‘하이웨이 파일것’ 시스템을 개발해 2015년 10월 고속도로 주행 테스트를 실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2016년 3월 현대자동차의 제너시스 차량에 5년짜리 실도로 시험운행 허가증이 발급됐다.

그때만 해도 머잖아 자동‧무인의 자율주행차가 우리 일상에 자리잡으리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교통상황을 실시간 파악해 최적 경로를 찾고 차간거리를 최소화 해줄 자율주행차가 교통혼잡의 획기적 극복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였으나 그런 시대의 도래는 일단 기대보다 미뤄질 분위기다.

김학형 기자 h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