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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7호선 청담역 8번 출구에서 곧장 걸어서 1분 거리에 있는 소리이비인후과. 이곳은 대한민국 최초로 귀만 전문으로 진료하는 병원이다. 그만큼 연구 업적에서나 환자 치료에서나 귀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있는 의료기관이다.
박홍준 소리이비인후과 원장은 소리가 안 들리는 난청 분야를 선도하는 의사로서 특히 청각장애를 일으키는 유전성 난청 연구에서는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전문의다.
보통 한국에서 알아주는 의사라면 대학병원에서 만나기 힘든 교수로 일하고 있을 법하지만 그는 사람들이 찾기 쉬운 곳에서 진료 중이다.
고민은 깊게 행동은 단순하게… 환자가 편한 병원 시스템
귀는 이비인후과 과목 중에서도 소수 분야에 속한다. 그래서 귀만 전문으로 진료하는 의사나 병원을 찾으려고 하면 쉽지 않다. 지금도 찾기가 어려운데 소리이비인후과가 처음 개원한 2002년 당시엔 귀 전문가를 만나려면 대학병원에 가야만 했다.
박홍준 원장이 귀 전문 병원을 시작하게 된 것은 사회적인 미충족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귀 진료에 대한 수요는 존재하지만 여러 여건상의 이유로 귀 전문병원이 없었다. 전문병원이 육성돼야 하는 이유다.
“우리 병원이 2002년 3월에 개원했으니까 올해 3월이면 22년째가 되네요.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귀가 눈에 안 보이고 다른 기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당히 작은 기관이어서 접근하기가 쉽지 않죠. 개인 의원급에서 귀를 진료하려고 하면 검사 장비·시설·수술방 등 갖춰야 할 것이 많아요. 환자 입장에서는 귀를 전문으로 진료하는 병원이 없으니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같은 3차 진료 기관에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해요. 하지만 그런 곳에선 진료받기까지 오래 걸리죠. 한 번 진료 보고 검사하고 오면 또 한 보름이 걸리고 수술이 필요해서 수술 날짜 잡으면 대충 6개월은 그냥 지나가 버려요. 그것은 지금도 동일한 것 같아요.
대학병원에 근무하다 보면 환자를 개인적으로 도울 방법은 없는데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돌리기가 쉽지 않고 순발력이 떨어지는 면이 있어요. 환자 입장에서 편하게 진료받고 검사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떤 의료기관이 있어야 할지 고민했죠. 고심 끝에 귀에 관한 모든 것을 한군데 모아서 진료부터 수술·검사까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비인후과에 전문의가 10명 있으면 귀를 전문으로 진료하는 의사는 많아야 2·3명 정도거든요. 그런 대학 동문·선후배·동료 중에 몇 안 되는 귀 전공한 교수급들이 의기투합해서 센터 개념의 병원을 만들었죠. 장비나 시설 같은 하드웨어를 만들고 모여서 귀를 전문으로 환자들에게 편리하고 효과적인 진료를 해 보자고 뜻을 모은 거예요.”
남이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개척하는 것엔 위험과 기회가 함께 따른다. 실패할 위험과 최초의 개척자로서 성공의 가능성 모두 열려 있는 상태다. 코·목에 비해 환자가 많지 않은 귀 전문 병원을 국내 최초로 개원했을 때 두렵거나 무섭지 않았을까 궁금했다.
“사실 이것저것 따졌으면 못했어요. 주변 동료들이 그때 ‘너희는 한 6개월하고 망할 거다’ 그랬어요. 개원하면 최소한 병원 유지를 해야 하는데 코와 목 환자는 잘 안 보고 귀 환자만 진료한다고 하면 환자가 적거든요. 의료적 전문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환자가 만족하는 병원을 만들어 보자는 정말 순진한 생각으로 접근했으니깐 가능했어요. 개원할 당시에 적자가 발생해도 병원을 유지하고 직원들 급여를 줘야 하니까 1년 동안은 원장들은 급여가 없어도 후회하지 않을 생각으로 보람차게 해 보자고 했어요. 실제로 한 3·4개월은 급여가 없었어요. 넓은 지하 포함해서 1~4층을 우리가 다 쓰는데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빵점이죠.”
박홍준 원장은 2002년 3월 소리이비인후과를 개원한 뒤 같은 해 7월 국내 최초로 성인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개인병원에서 실시해 화제가 됐다. 그 당시 인공와우 수술은 국내 한두 대학병원에서만 가능한 수술이었다. 2004년 소리이비인후과 의료진은 박홍준 원장을 주축으로 한국인의 유전성 난청에 대한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2006년에는 단일 병원 최초 귀 수술 누적 7000건· 2007년에는 인공와우 수술 300건을 돌파했다. 개인 병원이 학문적인 성과와 더불어 경제성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이다.
“통상적으로 이비인후과에선 감기 환자를 진료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우리 병원 개원으로 귀만 전문으로, 정말 이비인후과적인 진료를 하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죠. 소리이비인후과가 개원한 후로 이비인후과 개원가가 약간은 수준이 올라갔다고 생각해요.”
“들리네요”… 성공적인 개원 후 첫 환자 수술의 감동
소문은 빠르다. 의료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소리이비인후과를 찾는 환자의 절반은 수도권에서 오고 나머지 절반은 지방에서 내원한다. 인터뷰를 진행한 날에도 박 원장은 오전에 경남 합천과 울산에서 온 환자를 진료했다. 수많은 환자 중에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개원한 첫해, 2002년 여름에 내원했던 환자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개원한 해 여름에 제주도에서 내원한 환자가 기억에 남아요. 고등학교 친구가 자기 친구의 어머니라고 소개해 줘서 오신 분인데 보청기조차 별 도움이 안 될 전도의 고도 난청이었어요. 그때만 해도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하는 병원이 세브란스병원하고 서울대병원 정도밖에 없을 때였어요. 그런데 마침 그 환자가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인 거예요. 그래서 그분이 저의 첫 인공와우 이식 수술 환자가 됐는데, 수술을 하고나서 못 듣던 분이 듣게 됐어요. 그분이 ‘들리네요’라고 한 말이 기억이 나요. 지금도 그 표정을 잊을 수 없어요. 잘 못 듣는 분들이 다시 듣게 될 때의 표정 변화는 매우 극적이에요.”
대화는 자연스럽게 귀 질환으로 이어졌다. 최근 몇 년 사이 난청을 호소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에 따르면 2018년 58만7637명이던 난청 환자가 2022년 73만9533명으로 약 26% 증가했다.
“우리 사회가 초고령사회가 되고 65세 이상 인구가 늘면서 난청이 늘고 있어요. 60세가 넘으면 3명 중 1명이 난청이고 70세가 넘으면 2명 중 1명이 난청이에요. 난청은 질환이라기보다는 몸이 노화되면서 생기는 증상이에요. 노화가 되면 제일 많이 나타나는 게 관절염이고 그 다음이 고혈압, 난청이 세 번째예요. WHO(세계보건기구)가 2025년이 되면 전 세계 인구 중 12억 명이 청각장애를 겪게 되고 그 중 5억 명이 심각한 난청 질환을 앓게 될 것으로 예상했어요.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제일 빨리 초고령사회가 돼 가고 있죠. 그런데 본인이 얼마나 불편하게 사느냐 안 불편하게 사느냐의 문제지 청각장애는 자연스럽게 생겨요.”
노화로 인한 난청 외에도 잘 들리던 소리가 갑자기 작게 들리거나 안 들린다면 돌발성 난청을 의심할 수 있다. 돌발성 난청은 바이러스 감염이나 혈관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등 심각한 이유 때문에 발생할 수 있어 내버려두지 말고 신속하게 치료를 해야 한다. 발병 2·3일 이내에 치료를 받으면 약 70%의 환자가 정상 청력을 되찾는다고 알려졌다.
난청은 치매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면서 우리나라에선 치매 환자가 늘고 있다. 치매 예방을 위해서라도 노인성 난청을 방치하면 안되는 이유다.
“치매와 청력의 관계는 아주 밀접해요. 경도 난청일 경우 치매 위험이 2배 늘고 고도 난청일 때는 치매 위험이 5배 증가해요. 치매를 유발하는 여러 원인 중에 난청이 첫번째를 차지해요. 상대방의 대화를 듣고 이해하고 반응을 보여야 하는데 잘 듣지 못하면 그게 잘 안 돼요. 노인성 난청의 가장 큰 특징이 소리는 듣는데 무슨 말인지 몰라 분별력이 떨어지는 거예요. 소리는 알아듣는데 들리는 소리의 자음과 모음이 구별이 안 되는 거죠. 가나다라일 때 앞에 자음이 들려야 알아듣는데 전부 아아아아로 들려요. 자음과 모음의 구별이 잘 안 되고 분별력이 떨어지니까 무슨 말인지 몰라요. 맨 처음에는 뭐라고 말하는지 물어요. 그러다가 자존심이 상해 안 붇게 돼요. 그냥 고개만 끄덕거리면서 들었다고 그러죠. 그러다가 말하는 사람도 자꾸 얘기하는데 못 알아들으니까 목소리가 커지다가 결국엔 말을 안 해 버려요. 이렇게 대화가 단절되면서 자신감이 떨어지고 정서적인 고립이 오고 그러다 보면 인지 능력이 떨어지게 돼죠.”
청력이 좋을 때는 너무 큰 소음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나이가 들어 노인성 난청이 생겼을 때에는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아가 상담을 받아야 한다.
“잘 못 듣는 사람은 자기가 말하는 것조차 잘 안 들리니까 목소리가 커지고 표정이 굳어져요. 자기가 말하는데 본인이 못 듣고 남이 말을 하면 무슨 말인지 모르니까 목소리가 커지고 일방적으로 얘기하고 들으려고 하지를 않아요. 그래서 고집이 세지고 부부 간에 싸움 몇 번 하다가 말을 안 하게 되면서 고립돼요. 그럼 문제가 심각해지는 거죠.”
“못 듣는 분들을 잘 듣게 해 주면 삶의 질이 올라가요. 진작에 고치면 되는 것을 내가 왜 여태 못 듣고 살았나 하는 말씀들을 하세요.”
<박홍준 소리이비인후과 원장 프로필>
△연세대 의과대학 졸업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美 국립보건원 난청연구소
△제34대 서울특별시의사회 회장
△현재 소리이비인후과(청담본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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