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부동산 리스크 겹악재… 증권사 실적 기대감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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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증권사 5곳 3분기 예상 순이익 7771억 원… 전 분기 比 5%↓
금리 변동성 확대·해외대체자산 평가손실·PF 충당금 적립 등 반영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0-12 11:02:17

▲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등 주요 증권사 5곳의 3분기 지배주주순이익 추정치는 총 7771억 원으로 집계됐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스카이데일리

증권사의 3분기 실적 기대감이 가라앉고 있다. 증시가 하락세로 접어든 데 이어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 따른 금리 상승세가 채권 운용 수익을 깎아먹은 것으로 예상돼서다. 부동산 리스크도 여전하다. 해외 대체자산 평가손실과 충당금 적립 등이 부담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5곳(한국금융지주·미래에셋·NH투자·삼성·키움)의 3분기 지배주주순이익 추정치는 총 7771억 원으로 집계됐다. 2분기(8198억 원) 대비 5.2% 줄어든 수치다. 1개월 전 추정치(8204억 원)와 비교해서도 5.3% 낮다.

회사별로 보면 NH투자증권의 하락폭이 가장 크다. NH투자증권의 3분기 순이익 예상치는 1285억 원으로 전분기(1827억 원) 대비 29.7% 적다. 한국금융지주도 2198억 원에서 1887억 원으로 14.1% 감소할 전망이다. 삼성증권은 1560억 원으로 전분기와 비슷하다. 미래에셋증권(1492억 원)과 키움증권(1547억 원)은 각각 12.6%·16.1%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치 못했던 결과다. 8월까지만 해도 2차전지 테마주 투자 광풍 등에 힘입어 주식거래대금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코스피·코스닥시장의 7·8월 일평균거래대금은 24조9354억 원으로 2분기(21조1568억 원)보다 17.9% 불어났다.

그러나 호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조에 따른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 9월 일평균거래대금(19조787억 원)은 예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2600선을 넘어섰던 코스피지수도 2400선으로 다시 밀려났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박서현 기자] ⓒ스카이데일리

악재는 이게 끝이 아니다. 고금리 장기화 우려 여파로 채권 금리가 치솟으면서 채권평가손익도 흔들리고 있다. 채권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채권 가격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의미다.

글로벌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6월 말 3.8% 수준이었지만 7월 초 4%를 돌파하고 8월에는 4.3%를 기록했다. 9월 말에는 4.6%까지 넘어섰다.

증권사들이 운용하는 채권 규모가 작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치명적이다. 금융투자협회 공시(별도)에 따르면 10대 증권사들의 운용 채권 규모(국고채·특수채·회사채·기업어음·외화채권 등)는 약 273조 원에 육박한다.

개별 증권사 별로 운용 채권 규모를 살펴보면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각각 29조 원대로 가장 많다. 이어 KB증권(24조 원), 하나증권·메리츠증권(22조 원), 신한투자증권(20조 원), NH투자증권·삼성증권(18조 원), 키움증권(13조 원), 대신증권(5조 원) 순으로 운용 채권을 많이 보유 중이다.

특히 증권사들이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채의 금리가 급등해 손실 폭은 더 클 수 있다. 한국자산평가에 따르면 3년 만기 카드채(AA+) 및 기타금융채(AA+) 금리는 각각 6월 말 4.307%에서 9월 말 4.613%로 석 달 만에 0.3%p 이상 올랐다. 이 기간 3년 만기 국채 금리와의 격차는 0.650%에서 0.738%로 상승했다. 국채보다 금융채가 더 부진했다는 뜻이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 및 주식시장 하락의 영향으로 3분기 5개사 합산 트레이딩 및 상품 손익은 4813억 원으로 전분기 대비 20.9% 감소할 것”이라며 “국채 금리 상승 뿐 아니라 금융채권 금리 상승의 영향이 채권평가손익에 부정적”이라고 예상했다.

부동산 리스크도 악재로 다가온다. 시장에서는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 리스크를 주목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2018~2019년 북미·유럽 상업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해외 대체투자에 적극 뛰어들었는데 작년 하반기부터 해외 상업용 부동산은 하락세로 반전된 상황이다.

문제는 증권사들의 손실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9월26일 발표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증권사의 6월 말 기준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의 요주의 이하(연체기간 3개월 미만 자산) 비율은 23.6%로 보험(18.2%)·여신전문(16.6%)·상호금융(9.0%) 등보다 훨씬 높았다. 1년 이내 만기 도래 규모도 증권사가 3조2000억 원으로 제일 컸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요주의 이하 등급이라는 것은 이미 연체가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향후 투자 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해외 부동산 투자를 크게 집행했던 회사에게는 자본이 크게 감소하는 위기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충당금 적립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점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23곳이 보유한 PF 익스포저(대출채권+채무보증)는 24조 원이다. 이 중 내년 6월 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규모는 11조9000억 원으로 절반 수준이다. 내년 2분기쯤 돼야 PF 충당금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경기 둔화 장기화에 따라 해외 대체자산 평가 손실과 충당금 적립 등 요인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부동산금융의 경우 금리 상승과 부동산 PF 시장 침체로 신규 딜이 제한적이고 관련 수익성도 악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