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코로나19 국산 치료제 왜 허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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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재만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8-18 00:02:30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면서 많은 사람이 바이러스에 희생당했다. 전 지구적인 감염병은 이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인류에 바이러스는 언제든지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우리는 백신과 치료제가 없어 고통을 겪어야 했다.

코로나19 상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유행을 지나 토착화됐을 뿐이다. 질병관리청 코로나19 통계에 따르면 이달 8일부터 14일까지 주간 하루 평균 코로나19 감염자는 4만9018명에 이른다. 같은 기간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하루 평균 2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동안 코로나19에 감염돼 입원한 사람은 하루 평균 220명에 이른다. 적지 않은 숫자다. 가을이 오고 겨울이 되면 감염자는 더욱 증가할 것이 뻔하다.

이제 방역은 해제됐고 일상은 회복됐다. 하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걱정은 여전하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감염돼 보고는 그것이 만만한 질병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특히 노약자들에게 코로나19는 죽음을 부를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병이다. 사망자와 입원 환자의 수가 이를 증명한다.

코로나19 감염 자체도 고통스럽지만 장기 후유증도 무섭다. 많이 알려진 코로나19 후유증으로는 머리가 멍해지는 브레인 포그부터 후각상실·기억력 저하·우울증·어지러움·이명·신경통을 비롯해 자가면역질환과 비슷한 별의별 증상들이 발생한다. 이러한 코로나19 장기 후유증으로 병원에 가 봐야 한 번에 치료할 약도 없다.

장기 후유증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무서움을 모른다. 장기 후유증으로 이명 증세가 나타나면 이비인후과에 가야 하고, 신경통은 신경과를 찾아야 하며 브레인 포그와 기억력 저하와 우울증이 오면 정신의학과 의사를 찾아야 한다. 이쯤 되면 약간 과장해서 먹는 약만 한 가득이다. 주위로부터는 예민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코로나19가 이렇게 무섭다.

이게 다 코로나19 치료제가 없거나 처방 받기가 힘들어서 생긴 일이다. 다행히도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성분명 니르마트렐비르 및 리토나비르)가 개발돼 판매가 가능하지만 처방 받기는 까다롭다. 기저질환자나 60세 이상이 아니면 처방 받기가 힘들다. 게다가 약 값이 50만 원에 이르는 비싼 수입의약품이다. 내 땅에 치료제 하나 없는 서러움을 우리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겪어 봤다. 국산 코로나19 치료제가 없는 상태에서 화이자가 팍스로비드의 가격을 인상하면 눈 뜨고 당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당장 올 가을과 겨울에 감기와 함께 코로나19 감염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쉽게 처방할 수 있는 국산 치료제가 절실하다.

국산 코로나19 백신은 이제 준비가 됐다. 남은 것은 국산 치료제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힘들여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좀처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허가가 나지 않고 있다. 식약처가 왜 승인을 하지 않는 건지, 무슨 속사정이 있는 건지 알 길은 없으나 코로나19 감염자가 증가 추세인 상황에서 정부 부처의 대처가 안일하게 느껴진다.

일동제약과 시오노기가 공동 개발한 ‘조코바’의 경우 일본에서는 이미 처방 중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조코바는 일본 내 코로나19 치료제 시장 점유율 60%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일동제약이 품목허가를 신청한 지 반년이 지나도록 감감 무소식이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6월 코로나19 치료제 ‘제프티’를 개발하고 당국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한 상태지만 이 역시 허가가 더딘 상황이다. 현대바이오는 경증과 중증환자 모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는 제프티가 유일하다고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국산 코로나19 치료제의 허가는 수출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에서 처방이 되고 판매가 돼야 이를 발판으로 수출도 가능하다. 식약처가 국산 코로나19 치료제를 허가할 경우 세계적인 블록버스터급 의약품의 탄생을 꿈꾸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코로나19를 치료할 병원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국산 코로나19 치료제라도 허가하는 게 마땅하다. 정부는 환자의 고통을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식약처가 절차를 이유로 미적거리는 사이에 코로나19에 감염돼 고통받는 사람들이 늘어 가고 있다.

엄재만 jmeo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