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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임현범 차장|김민아·남승진·나광국 기자]독립운동가인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민족의 근본이자 뿌리가 되는 역사를 알지 못하면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게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역사 연구와 교육은 곧 민족을 지탱하는 버팀목으로 오늘날 대한민국의 주권을 지키기 위한 사투의 과정으로 평가된다.
정부뿐 아니라 개인이나 시민단체가 앞장서 왜곡된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활동에 박차를 가하는 배경이다. 문재인정부는 지난해부터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1970년대 반독재투쟁 등 역사바로세우기 작업을 본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개인이나 시민단체가 주축이 된 역사 바로세우기 운동은 정부의 활동보다 더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서예가인 청파 김영식(70·남) 선생과 ‘우리역사 바로잡기 시민연대’ 등은 이러한 활동의 최일선에 선 개인·단체로 꼽힌다.
서예 통해 왜곡된 우리 역사에 관심…“동북공정 대비해 우리 역사 찾기 활동 전개해야”
청파 김영식 선생은 서예를 통해 우리 역사 바로 알리기 활동을 25년째 이어가고 있다. 그는 고대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옥 유물을 수집하고 한·배달·고조선 시대 유물 보존과 우리역사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
김영식 선생은 20대 때 서예를 처음 접했다. 단지 붓글씨가 좋아 서예 공부를 시작했던 그는 젊은 시절에는 역사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중국과 서예 예술 작품 교류전을 시작하면서 우리 역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중국에 우리 동포들이 많이 살죠. 연변이나 산둥성 등 여러 지역 사람들과 일 년에 몇 차례 씩 교류를 했어요. 요령대학과 교류전을 하고 백두산을 올라간 적이 있는데 실제로 보니 기대와 많이 달랐죠. 정상을 반으로 나눠 한 쪽은 북한이니 갈 수도 없었고 나머지 한쪽은 ‘장백산’이라는 푯말이 꽂혀 있었죠. 우리 민족의 긍지를 담은 곳이라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와장창 부서진 거죠”
이후 김 선생은 발해 유적지를 방문했다. 유적지 인근에 동포들이 모여 사는 마을도 찾았다. 동포들이 모여살고 과거 우리 조상들이 살았던 역사를 직접 본 김 선생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발해 영토였던 지역은 과거 우리의 땅이었는데 현재는 중국 영토가 돼있었기 때문이다.
“발해 영토에 있던 마을에 오래 거주한 촌장님과 대화를 하게 될 기회가 생겼어요. 그분은 ‘한문은 사실 중국의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든 글자다. 동이족이 만들었지만 진시황 때부터 한족 문화로 문자가 흡수가 돼 중국 문자가 된 것이다’고 주장했어요. 처음에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믿지 않았어요. 하지만 머리를 한 대 쾅 맞은 것 같았죠. 제가 기존에 알고 있던 역사 지식을 완전히 뒤흔드는 것이었으니까요”
이후 김 선생은 세계의 역사 유적지를 전부 돌아다니며 공부를 시작했다. 25년간 연구를 하면서 우리 역사의 진실을 알게 됐고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후 김 선생은 경기도 평택에 ‘청파현대서예연구원’을 세우고 제자 양성에 나섰다.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서예 문인화 지도교수를 역임하기도 했고 주민센터와 노인대학에서 강의를 진행하면서 서예를 통해 올바른 역사 알리기 활동을 이어나갔다.
“제가 쓴 서예를 보면 일반적인 한자와는 달라요. 상형문자에 가까운 고어죠. 옛날 글자를 쓰면서 제자들에게 글자의 유래와 의미 등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올바른 우리 역사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어요”
김 선생은 중국이 지난 2002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동북공정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동북공정’은 중국이 중국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 역사로 만들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변경지역 역사 연구 프로젝트다. 그는 자신이 진행 중인 연구가 중국이라는 거대한 바위에 달걀도 아닌 작은 메추리알을 던지는 활동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역사를 모르면 나라가 없어요. 나라를 다 빼앗겨도 모르게 되죠. 당장 제 연구를 근거로 옛 발해의 영토를 찾자는 건 아니에요. 다만 더 빼앗기지 않게 대비를 하자는 거죠. 역사를 올바르게 알고 있어야 우리 역사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10~20대 주축된 젊은 역사연구단체…“누구나 역사 바로잡을 자격 있죠”
‘우리역사 바로잡기 시민연대(이하·우역바)’는 지난 2009년 세계에서 왜곡되고 있는 한국사 실태를 바로잡기 위해 결성된 비영리 역사 연구 단체다. 전영신(24·남) 대표와 배준용(22·남) 운영대표는 학창시절 잘못된 우리 역사가 세계에 알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우역바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한국사 왜곡이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언론을 통해 알게 됐어요. 처음에는 화가 많이 났죠.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정부의 대처가 미흡하단 사실을 깨닫고 누구라도 나서서 해야 한다고 생각해 우역바를 결성하게 됐죠”
우역바는 △학술행사 △역사여행 △세계 교과서 바로잡기 프로젝트 △홍보 △지식교류 △연구 등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 약 700여권에 이르는 각국 역사교과서에 잘못 적힌 우리 역사를 바로 잡는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각국 교과서를 입수해 우리 역사가 잘못 적혀 있다면 해당 출판사에 정정을 요청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사교과서에도 남미나 중동 지역 역사 관련 내용은 미흡할 뿐만 아니라 관련 전문가도 적어요. 외국도 마찬가지죠. 우리나라 역사 관련 전문가는 드물고 임진왜란, 한국전쟁 등 일부 큰 사건을 제외하면 한국 역사 관련 내용이 전무해요. 우리 역사 내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중국을 중심으로 서술해 왜곡이 심하죠. ‘조공문화’를 ‘한국이 중국의 속국이었다’로 해석한 경우도 있죠”
우역바는 국내 역사 교육에서 잘못 다뤄진 내용이 있는지 확인하고 이를 바로잡는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세계를 대상으로 우리 역사를 바로 잡으려면 우리 스스로 역사를 잘 알고 있는 게 우선시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역바는 회원 대부분이 10~20대의 젊은 층으로 이뤄져 있다. 회원들이 젊기 때문에 청년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알고 이를 이용해 역사를 알릴 수 있다는 점은 우역바만의 강점이다.
“역사를 바로잡는 활동은 전문가만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역사를 전공한 교수뿐 아니라 역사를 전공하지 않는 일반인도 역사를 공부할 수 있죠. 역사를 바로잡는 활동에 나이와 자격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우역바는 해외 교과서 바로잡기 활동에 이어 향후 국내 복지센터와 연계한 역사 알리기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노인센터·아동센터 등을 찾아 역사교육을 진행하고 관련 자료를 복지센터에 전달해 역사교육 대상자의 폭과 단체 활동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역사는 단순히 학문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공생하는 존재에요. 그만큼 우리 생활에 역사가 맞닿아 있는 거죠. 100년, 200년 뒤에 후손들이 지금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현재의 삶을 배우는데 왜곡된 역사라면 진실 된 모습은 알 수가 없죠. 그래서 올바른 역사를 배우는 것이 중요해요.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만 당시의 생각과 문화 등을 계승하고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어요”
[김민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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