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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대림동·가리봉동에는 재중동포들이 밀집해 있다. 다른 곳에 비해 집값이 저렴하다보니 오래전부터 근로자들이 모여살기 시작했다. 현재는 음식점, 소매점, 서비스업종 등이 한 데 모여 생활권을 형성했다. 이 지역은 달라진 재중동포의 경제적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지난 2007년 취업 비자 완화 정책으로 한국으로 이주할 수 있는 여건이 자유로워지면서 한국으로 들어온 재중동포가 크게 증가했다. 노동자들은 주로 영등포구 가리봉동에 자리를 잡았고, 부를 축척한 조선족은 교통 및 거주 환경이 좋은 대림동으로 이주했다.
지하철2호선·7호선 대림역 12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먹자골목이 나온다. ‘도림로38길’, ‘디지털로37길’에는 중국에서 인기 있는 음식을 파는 음식점과 길거리 음식점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대림중앙시장이 나온다. 시장으로 가는 길에는 마트, 미용실, PC방, 정육점, 빵집 등 각종 근린시설들이 있다. 저녁시간이 다가오는 오후, 사람들은 미용실을 이용하거나 시장을 보고, 지인들과 함께 외식을 하는 등 다른 동네와 비슷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조선족 최신 트렌드…창업 성공 건물 매입 사례 증가, F4비자 위해 자격증 취득
대림동에는 먹자골목을 중심으로 외식업에 성공한 조선족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상인 및 주민들에 따르면 이들의 유형은 다양했다.
저소득층은 일하기 위해 한국으로 건너온 경우, 종업원으로 일했다가 가게를 차린 경우 등이 있으며, 드물기는 하지만 관광 차 한국을 방문했다가 부동산 투자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경우도 있다.
이곳에서 약 10년 간 거주한 재중동포 A(42·여)씨는 “이 골목만 해도 건물을 매입한 조선족이 많다”며 “음식점의 80~90%가 동포들이 운영하는 가게다”고 전했다. 부동산 관계자 B(55)씨도 “중국 동포 대다수가 운영하고 있어 이곳에서 한국인이 장사하긴 힘들다”고 전했다.
▲ 먹자골목에는 중국음식점뿐만 아니라 소매점, 마트, 미용실, 여행사, 핸드폰 대리점 등이 줄지어 있다. 조선족이 운영하는 업종이 다양해지는 가운데 새로운 직장을 연계해 주는 자격증취득 학원도 중국동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먹자골목에 있는 ‘연길순희냉면’과 ‘동북양꼬치’는 같은 주인이 운영하고 있다. 음식점에서 일하는 재중동포 C씨(36)씨는 “음식점을 차려 성공한 주인들은 인근에 비슷한 점포를 여러개 운영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먹자골목 내부에는 10년 간 음식점뿐만 아니라 미용실, 여행사 등 서비스 업종도 급격히 늘었다. 실제로 조선족을 원하는 일자리가 다양해지면서 요즘에는 자격증을 취득해 취업을 알선해주는 학원이 주목받고 있다.
D학원 경우 한식자격증 70만원, 세탁자격증 65만원 등이다. 이들이 자격증을 취득하는 이유는 국가자격증을 취득할 경우 한국에 더 오래 거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기술자격증 취득은 영주권(F5) 이전단계인 F4비자로 인정된다.
세탁·버섯재배 자격증은 단기간에 취득할 수 있는 분야라서 인기가 높다. 학원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자격증을 취득할 경우 월급 250만원이 가능한 휴대폰 제조공장 등으로 진출할 수 있다.
G학원 관계자는 “한식, 제빵, 컴퓨터 자격증도 공부기간이 다소 걸리긴 하지만 자격증 취득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며 “최근에는 제빵자격증을 취득해 제과점·커피전문점 등에 취업하기를 희망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2층 가게 사장님 건물주, “무역사업 시작으로 음식점까지 열었죠”
▲ 대림동 먹자골목 내 음식점 80~90%는 재한동포가 운영하는 가게다. 상인들에 따르면 양꼬치와 샤브샤브가 인기 창업 메뉴다. 순풍샤브샤브를 운영 중인 이해연 대표(오른쪽 위)는 5년간 건물 2층에서 가게를 운영하다가 건물을 매입한 뒤 한 달 전부터 1층까지 가게를 확장했다. ⓒ스카이데일리
대림역 먹자골목 초입, 매장 입구에 놓인 개업 화분이 눈에 띄었다. 가게를 오픈한 지 한 달 된 ‘순풍 샤브샤브’는 지난 5년 간 이 건물 2층에서 장사를 하다가 최근 건물을 매입해 1층까지 확장·오픈했다. 샤브샤브는 조선족 사이에서는 양꼬치 못지않은 인기 메뉴다.
이해연(46·여) 대표는 남편과 함께 10년 전 한국에 들어와 대림동에서 자리잡았다. 이 대표는 “10년 전만해도 재중동포들은 많지 않았다”며 “대림역의 경우 더블 역세권임에도 월세·전세가 다른 지역에 비해 저렴해 동포들이 밀집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가게를 하면서 돈을 모을 수 있었다. 테이블 단가는 술·음료를 포함해 평균 3만5000원으로 저렴한 편이지만, 고객이 몰리는 주말에는 20개 테이블이 5~6회전하기 때문에 매출이 잘 나왔다.
이 대표는 “5년 간 장사를 해오며 샤브샤브의 사업성을 확신했고, 최근 창업 트렌드를 반영해 무제한 뷔페로 사업규모를 확대했다”며 “이곳에서는 1인당 1만4000원에 샤브샤브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으며 술을 마셔도 3만원 선이다”고 설명했다.
다른 샤브샤브 가게와 비교했을 때, 무제한이 아닌 경우 기본 2인 한 테이블 기준으로 3만5000원인데, 고기 및 야채를 추가할 경우 돈이 더 들어간다.
또 그는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재료가 갖춰져 있고 소고기·양고기도 고품질이다 보니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며 “과거에는 손님이 동포들가 대부분이었는데, 이젠 한국인 손님도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이 대표 부부는 음식점 운영이 주요 사업이 아니다. 인천에서 음식 관련 무역사업을 하면서 부대사업으로 음식점을 열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중국에서 한국 식품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아 사업이 호황을 누렸다. 청정원·롯데 등 국내 대규모 식품업체와 직거래를 통해 중국에다 한국 식품을 수출하고 있다.
순풍샤브샤브는 1~2층 총 100평 규모로 인테리어 비용으로만 총 2억원이 들었다. 이 대표는 “과거만 해도 가게를 차릴 때 최저 비용인 2000만~3000만원 들여서 인테리어를 했다”며 “최근에는 동포들이 가게를 차릴 때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으며 최저 5000만원에서 최대 2억원의 비용을 지출 한다”고 전했다.
순풍샤브샤브는 먹자 골목 초입에 있다보니 점포 시세가 다소 높은 편이었다. 100평 기준, 보증금 1억원·월세 1000만원·권리금 2억5000만원짜리 점포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임대로 나온 12평 기준 점포의 경우 보증금 2200만원, 월세 175만원, 권리금 1억2000만원이다. 매물로 나온 건물 시세는 3.3㎡(1평)당 2000만~3000만원이며, 대로변의 경우 평당 5000만원이다. 그러나 매물은 거의 나오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업원으로 시작해 체인점 5개 거느린 CEO된 재한동포총연합회장
남구로역 3번 출구 방면에서 ‘진달래냉면’을 운영 중인 김숙자(61) 대표는 재한동포총연합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재한동포총연합은 상인들끼리 모여 설립한 단체다. 협회는 노인을 돕기 위해 13개 경로당을 설립했다. 김 대표는 자신이 번 돈으로 협회 및 경로당 운영을 도왔다.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면담을 신청해 동포사회의 어려움을 적극 알렸다. 그 결과 현재 5개 경로당은 구립, 3개 경로당은 시립으로 지원을 받는 상태다.
▲ 재한동포총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김숙자(사진 오른쪽) 대표는 남구로역 인근에서 진달래 냉면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으로 역이주한 그는 종업원을 시작으로 고깃집을 운영 했고, 가리봉동으로 이사와 냉면집을 열었다. 냉면집은 입소문을 타고 맛집으로 알려지면서 성공했고, 다른 지역에도 체인점을 열었다. 김 대표는 가게 2층에 진달래 웨딩홀도 운영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김 대표가 동포사회에 적극 환원을 하게 된 계기는 자신이 처음 한국에 들어와서 어려운 시기를 겪었던 만큼, 어려운 동포들을 돕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한국에 온지는 어느덧 20년이 흘렀다. 그가 처음으로 발을 들인 곳은 친척이 거주하고 있는 ‘왕십리’였다. 그는 처음에 약 2개월 동안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을 했고, 가게 운영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되자 식당을 차렸다. 왕십리에서는 동포들이 많이 없었고 한국인 고객을 상대해야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
김 대표에 따르면 2003년 본격적으로 재중동포 1세대들이 한국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는 2005년 친구들이 한국에 놀러와 대림동에 있는 ‘연변냉면’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다.
그는 “1시간 기다려서 냉면을 먹을 만큼 냉면집이 인기가 많았다”며 “냉면을 먹은 순간 고향의 맛이 느껴졌고, ‘나도 한번 냉면집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부동산을 돌아다니며 가게를 찾기 시작했고, 30평짜리 점포를 얻었다.
그는 왕십리에서 한국인을 타깃으로 고깃집을 8~9년 운영해 번 돈으로 2006년 가리봉동에서 중국 동포를 대상으로 ‘진달래냉면’을 개업했다. 개업은 했지만 고깃집과는 경영방식이 다른 냉면집은 모든 것이 새로웠다.
김 대표는 “식자재를 어디서 사야할지 잘 몰랐고 처음이다보니 2000원에 구입할 것을 5000원에 구입하는 등 손해를 많이 봤다”며 “1년이 지나 경영 노하우를 터득하면서 밀가루, 고기 등은 한국 식자재를 사용하고 조미료는 수입해 들어온 것을 구입 한다”고 설명했다.
가게를 꾸준히 운영해온 김 대표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매출을 올렸다. 그는 고향의 맛도 중요하게 여겼지만 동포들의 대다수가 일꾼이다 보니 푸짐한 ‘양’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는 냉면집이 성공반열에 오르자 인근 지역으로 체인점도 열었다. 2007년 재중동포들이 밀집한 안산 원곡동에 ‘1호점’,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 ‘2호점’, 건대입구 ‘3호점’, 대림역 ‘4호점’을 열었다. 그는 냉면 외에도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메뉴로 ‘양꼬치’ 등도 추가해 판매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음식점을 확대하며 성공할 수 있던 계기로 음식의 ‘전문성’을 꼽았다. 그는 “주방장에 좌지우지 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요리를 해 요리 기술에 자신 있어야 꾸준한 맛을 유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주변에서 동포들이 자기만의 특수한 전문성 없이 쉽게 창업하는 경우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문을 닫은 경우를 많이 봤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음식점 2층에 소규모 ‘웨딩홀’을 운영중이다. 그는 “우리가 역이주 1세대라면 뒤를 이어 2세대가 들어왔고, 그들의 자식들이 자라나 현재는 3세대까지 거주하고 있다”며 “결혼식, 칠순 잔치 등 웨딩홀의 필요성을 느꼈고, 음식점과 시너지를 내는데 적합한 사업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한편 김 대표는 11년 째 가리봉동에 거주하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고 전했다. 그는 “처음에 여기 왔을 때에는 중국식당도 별로 없었다”며 “지금은 한 집건너 한집으로 음식점은 물론 노래방, 소매점 등 다양한 업종이 분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3D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도 있지만 돈을 모아 가게를 차려 영업하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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