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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반가의 씨받이는 한국사회에서 사라졌지만 현대의 ‘대리모’는 여전히 있다. 대리모란 불임부부의 의뢰에 따라 정자나 수정란을 제3의 여성에게 착상시킬 때 그 제3의 여성을 말한다. 사진은 서울시내 산부인과들.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스카이데일리
임권택 감독의 영화 ‘씨받이’는 지난 1986년 개봉했다. 이듬해 이 영화는 제44회 베니스영화제에 초청됐고 주연을 맡은 강수연은 동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는 조선시대 종갓집이 배경이다. 집안 어른들은 종손과 그의 아내 사이에 아이가 없자 씨받이를 들이는 것을 권유하게 된다. 종손은 씨받이로 들어 온 처녀(강수연 분)에게 첫 눈에 반하게 되고 씨받이 역시 자신의 신분을 망각한 채 그를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이 사실을 안 종손의 아내는 둘 사이를 질투하게 되면서 벌어진 이들 사이의 갈등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유교를 바탕으로 건국된 조선이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사회였다 하더라도 씨받이는 일종의 편법으로 여겨졌다. 반드시 정실부인의 양해나 합의가 이뤄져야만 씨받이를 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 영화 씨받이 포스터 [사진=영진위]
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불임 혹은 아들을 낳지 못하는 원인이 모두 여성에게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정실부인은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씨받이로 들어온 여성이 만삭에 이르러 아이를 낳을 때까지 정실부인은 외부에 임신했다고 위장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또 태어난 아이는 정실부인을 친모로 여기고 살아야 했다.
‘아이’ 얻기 위해 지갑 열고…돈 벌기 위해 ‘출산노동력’ 제공 현대판 씨받이 ‘대리모’
양반가의 씨받이는 한국사회에서 사라졌지만 ‘대리모’는 여전히 있다. 대리모란 불임부부의 의뢰에 따라 정자나 수정란을 제3의 여성에게 착상시킬 때 그 제3의 여성을 말한다.
착상이 불가한 불임부부의 경우 본인들의 정·난자를 인공수정해 대리모에게 착상시키며, 난자에 문제가 있을 경우 대리모의 난자를 채취해 같은 방식으로 아이를 낳게 된다.
성관계가 아닌 인공수정·착상을 통한 방식을 이용하기 때문에 과거 존재했던 씨받이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하지만 아이를 얻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고, 돈을 받은 이는 출산노동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현대판 씨받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리모는 각종 윤리적·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다. 대리모가 장애아를 출산하게 될 경우 의뢰자가 아이를 외면하는 일이 발생하거나 임신 과정에서 모성애가 생긴 대리모가 의뢰자에게 아이를 주지 않고 친권을 행사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또 남편이 정자만 제공했을 때는 아내 입장에서 남의 아이를 키우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행법상 대리모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리모가 친권을 행사하고자 할 경우 친권은 대리모에게 있다. 아이를 직접 낳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사회 음지에서 대리모가 만연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지고 있다.
▲ ⓒ스카이데일리
대리모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비단 한국뿐만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대리모를 인정하지 않는 곳이 다수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을 비롯해 미국 내 다수주 등이 대리모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대리모 관련 사항을 철저하게 법적으로 다스리고 있다. 형사 처벌은 시술자만을 대상으로 한다. 의료인으로서 윤리의식을 저버렸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불임부부·성 소수자 등 꾸준히 느는 ‘아이 원하는 사람들’…‘대리모 산업’도 늘어
하지만 아이를 원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일부 국가들을 중심으로 점차 대리모를 합법화하는 모습이다.
미국의 경우 일부 주가 대리모를 합법화 한 상태다. 대표적인 주로는 캘리포니아주와 코네티컷주가 있다. 일부 불임부부들은 입양 대신 ‘혈육’을 얻기 위해 이곳을 방문하고 있으며 성적 소수자들도 점차 이곳을 향하는 상황이다.
스타워즈의 감독 조지 루카스, 영국 팝의 거장 엘튼 존, 로버트 드니로, 제시카 파커, 리키 마틴 등 유명인들의 대리모 출산은 많은 이들의 캘리포니아·코네티컷 방문을 이끌어 냈다. 평균적으로 미국에서 대리모 출산을 위해 지불되는 금액은 11만5000달러다. 한화로 약 1억4000만원 상당이다.
▲ 자료: 센서블 서로거시 ⓒ스카이데일리
이는 대리모가 합법화된 국가들 중 가장 비싼 금액이다. 만약 대리모의 미모가 뛰어나거나 아이비리그에 재학 혹은 졸업하는 한 인재로 두뇌가 좋다면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라고 알려졌다.
지난 2002년 대리모 제도를 합법화 한 인도는 대리모 출산을 원하는 이들의 천국이다. ‘대리모 관광국’ 혹은 ‘아이 공장’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곳에서 대리모 출산에 드는 비용은 미국의 1/5수준이다. 약 2만8750달러(약 3400만원)면 새 생명을 얻을 수 있다.
현재 인도 내부에서는 가난하고 어린 인도의 여성들이 돈을 벌기 위해 대리모에 지원하는 등 사회적 문제로까지 부각된 상태다.
대리모제도를 철저히 금지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밀거래 시장이 생겨난 상태다. 중국 당국이 관련 계약은 물론 의료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단속이 쉽지 않은 상태다.
지난 3월 베트남이 대리모를 합법화 해 최근 대리모 출산을 희망하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는 가운데 이웃나라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 일본 등도 합법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리모 상황에 대해 산부인과 전문의 A씨는 “국내에서는 대리모 출산이 법적으로 금지돼있어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정확한 규모를 추산하기는 힘드나 불임 확정판정을 받은 부부들의 경우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문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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