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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우리는 지금 나라가 좌·우로 갈려 대립하는 가운데 사상적으로 양분된 혼돈의 시기를 살고 있다. 대한민국 내 사상의 지도를 펼쳐 우익과 좌익의 실체를 규명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에 소모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 대신 ‘대세(大勢·대한민국 세력)’와 ‘반대세(反大勢·반대한민국 세력)’의 개념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사상의 스펙트럼을 분석한다. 나아가 이로써 우리 앞에 놓인 나침반이 가리켜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2012년 총선의 특별한 의미
2012년은 정치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는 해이다. 1992년에 제14대 총선·대선이 함께 있은 이래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이 함께 치러진 해였다. 특히 2월의 제19대 총선은 집권 마지막 해를 맞이한 이명박정부에 대한 최종 평가와 함께 8개월 후에 있을 제18대 대선의 전초전이 될 중요한 선거였다. 그렇기 때문에 여권과 야권을 비롯해 우파와 좌파 진영의 국민까지 모두 초긴장 상태로 이 선거를 지켜보고 있었다.
2011년 당시 민주노동당(민노당)은 국회의원 수가 5명뿐이었다. 이 숫자로는 도저히 2012년 대선에서 정권을 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 연대·연합 전술로 세력을 부풀리는 작업을 한 것이다.
민노당은 먼저 세력 부풀리기 작업을 위해 ‘진보 정치세력 대통합’을 내세워 진보신당 탈당파와 유시민 등 노무현 세력인 국민참여당을 끌어들여 통합진보당(통진당)으로 확장 개업했다. 그랬더니 종북 정당이라는 민노당의 색깔은 감춰지고 통진당의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그래서 총선 득표율 10.3%라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통진당의 지지율이 높아지자 민주당이 통진당과 선거 연대하는 것도 용이해졌다. 그래서 총선 1달 전에 통진당과 민주당의 야권 연대가 이루어졌고, 2012년 12월 대선에서 이석기의 통진당과 문재인 민주당의 공동정권 창출의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었다.
필자는 2012년 4월 총선에서 이석기의 통진당이 13석을 얻고 국민 지지율이 10.3%(220만 표)에 이르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간첩 종북 세력인 이석기의 경기동부연합이 주도하는 통진당이 총선 압승을 넘어 2012년 12월 대선에서 민주당과 공동 정권을 수립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필자는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아! 대한민국이 여기서 끝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통진당 내분 사태로 국가 위기 모면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총선 한 달 후인 5월, 통진당 내분 사태가 발생했다. 이석기 등 경기동부연합세력이 비례대표 선출을 둘러싸고 엄청난 부정투표를 자행한 것이 들통난 것이다. 이로써 5명이나 구속되는 사태가 발생했고, 언론을 통해 2∼3개월간 통진당 내부 문제가 온 국민에게 알려졌다.
당시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결과적으로 통진당이 일심회 간첩단·왕재산 간첩단 등과 연계된 간첩 종북 세력이 주도하는 정당임이 밝혀졌다. 그래서 10.3%이던 국민 지지율이 2∼3%로 급락하면서 민주당과의 야권 연대가 파탄 나고 말았다. 자유 대한민국으로선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만약 통진당의 비례대표 부정투표 사건이 터지지 않았더라면 통진당과 민주당의 야권연대 구상은 깨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12월 대선에서 이석기의 통진당과 문재인 민주당의 야권 연대팀이 박근혜의 새누리당을 누르고 공동 정권, 즉 종북 정권을 창출하는 데 성공했을 것이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 단독으로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막상막하였는데, 10.3%의 이석기 통진당 세력이 문재인 민주당과 합세하면 그 결과를 더 볼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통진당 입장에서 보면 종북 정권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놓친 안타까운 일이었다. 더욱이 통진당은 다음 해인 2013년 5월 이석기의 RO사건이 터져 이석기가 구속되고, 이 사건으로 2014년 12월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 정당으로 해산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통진당 입장에서 보면 불행이 겹친 일이었다.
불사조처럼 부활한 종북 세력
당시 대다수 국민은 이석기가 구속되고 통진당이 해산되는 것을 보며 종북 세력이 이제 끝장이 났나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오판이었다. 이석기 등 통진당 세력은 죽지 않았다. 이들은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의 도움으로 부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권기에 통진당 후신으로 진보당을 재건했으며, 이재명과 함께 더불어민주당으로 대거 들어가 당의 주도권을 장악하기에 이르렀다. 더욱이 2024년 총선 공천을 통해 친(親)문재인계 국회의원들을 밀어내고 다수의 국회의원직을 차지했다. 민주당은 이제 과거의 정통 민주당의 색깔은 사라지고 완전히 통진당화, 진성 종북 정당화되고 말았다.
2024년 총선 전략은 2012년 총선 전략의 확장판
야권의 2024년 4월 총선 전략은 기본적으로 2012년 총선 전략의 확장판이었다. 2012년 총선 때 야권의 총선 전략은 통진당과 민주당의 야권 연대였는데, 올해 4월10일 제22대 총선에서 야권의 전략은 야권연대를 더욱 발전시킨 야권연대·연합이었다. 2012년에 비해 양적·질적으로 훨씬 더 진화한 양상을 띠게 된 것이다.
첫째, 2012년 총선 야권 연대에서는 통진당과 민주당이 연대만 했지 같은 당으로 연합하지는 않았는데, 이번에는 진보당이 민주당과 동일한 비례정당 안으로 들어와 총선을 치렀다는 점이다.
둘째, 2012년에는 진성종북 세력이 통진당 안에만 있었는데, 이번에는 이들이 진보당과 함께 민주당도 장악했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통진당화한 것이다. 이는 그만큼 대한민국의 야권 정치 진영이 종북화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2012년과 2024년 총선 전략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야권 정당들이 연대·연합을 통해 총선 승리를 이루고, 나아가 대선에서 종북 정권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는 점이다. 이것은 2001년 9월 주사파들이 북한의 지령에 따라 개최한 ‘군자산의 약속’에서 계획한 프로그램에 따른 것이다. ‘군자산의 약속’은 당시 실현되지 못했지만 여전히 유효하다.
좌파의 명약이 된 진보·보수 프레임
진보·보수 프레임은 지난 30여 년 동안 종북 좌파들이 노력 없이 젊은이들을 줄줄이 우군으로 끌어들이고 자유민주 세력을 기피하게 만드는 기막힌 명약의 효능을 발휘했다. 진보·보수의 프레임으로 여론조사도 하고 선거도 하니,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좌파 세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뀌어 간 것이다.
2009년 한 여론조사(리서치플러스·2009.6)에서 자신을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36.7%·중도 34.8%·보수 24.2%로 나왔다. 이런 프레임으로 선거를 치르면 치를수록 좌파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우파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공산주의·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세력이 36%의 지지 세력을 얻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자는 세력이 ‘수구꼴통’의 이미지로 24%밖에 지지를 얻지 못하는 결과를 얻었으니 말이다.
특히 사상을 잘 모르는 젊은 학생·청년들의 경우엔 진보 세력에 대한 긍정 비율이 더욱 높았다. 필자가 2010년 경 ROTC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면서 자신을 ‘진보 세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 보라고 했더니 60%가 손을 들었고, 보수 세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 보라고 했더니 10% 정도만 들었다. 이것을 봐도 젊은 층이 어느 쪽·어떤 이미지를 선호하고 긍정적으로 보는지 알 수 있다.
우파의 나라에서 좌파가 득세하는 역전 현상
좌파 진영은 이처럼 좌파에게 절대 유리한 ‘진보 대 보수’의 프레임으로 엄청난 정치적 이득을 얻었다. ‘진보’라는 개념이 갖고 있는 좋은 이미지 때문에 젊은이들이 좌파 진영으로 줄줄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반대로 우파 진영은 보수라는 나쁜 이미지, 즉 진보를 거부하는 틀딱(틀니를 딱딱거린다는 말로 나이든 세대를 비하하는 표현)·수구꼴통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인해 30여 년간 젊은 층의 외면을 받아야 했다. 이로 인해 우파의 나라 대한민국에서 좌파가 득세하는 역전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진보 대 보수’의 프레임은 결국 2024년 4월 제22대 총선에서 종북좌파 세력이 188석을 얻어 입법부를 장악하고, 우파의 나라인 대한민국에서 우파 정당인 국민의힘이 108석밖에 얻지 못한 결정적 이유인 것이다. 앞으로 진보·보수 의 프레임이 지속된다면 다음 선거에서는 우파 정당이 대패가 아니라 소멸로 갈 것이 분명하다.
정리= 박혜수 편집위원
프로필
△경북대 법과대 행정학과·동 대학원 졸업
△국가정보원 27년 근무(1990∼2016)
△국가정보대학원 정신교육 담당 교수 17년(2000∼2016)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전)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책임연구위원
△자유수호포럼 공동대표
△주민자치법반대연대 대표
△한국자유총연맹 정책자문위원
△국민의힘 중앙연수원 교수
△주요 저서
‘분류한국사(성민사)’ ‘한국사(박영사)’ ‘반대세의 비밀, 그 일그러진 초상(인영사)’ ‘6·25동란과 트로이목마(인영사)’ ‘교양분류한국사(인영사)’ ‘박정희 대통령 100대 치적(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종북세력과 위기의 대한민국(대추나무)’ ‘주민자치기본법, 공산화의 길목(대추나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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