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땅] 대통령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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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땅] 대통령의 딸

박병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30 06:30:53

▲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문다혜(가운데)가 18일 서울 용산경찰서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랑스 주간지 르 프티 파리지엥은 1905년 10월8일자에 미국의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장녀 앨리스가 대한제국을 방문한 사실을 소상히 보도했다. 을사늑약 체결 직전이었다. 고종은 일본의 만행인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고발하려 앨리스를 서울 청량리의 홍릉에 데려갔다.

승마를 즐겼던 앨리스는 말을 타고 능에 도착한 뒤 왕실이 신성시하던 코끼리 석상에 올라타고 사진 찍는 만행(?)을 저질렀다. 망국을 앞두고 미국의 힘을 필요로 했기에 고종은 눈치 보느라 한마디도 못했다. 조선에 와 있던 독일 출신의 왕실 요리사 크뢰벨은 훗날 저서에서 “앨리스의 망나니짓에 온몸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파티 걸’로 유명한 앨리스는 정치인과 결혼했지만 다른 정치인과의 불륜으로 자식을 낳았고, 당시 풍습과 달리 바지를 입고 담배를 피우곤 했던 골칫덩어리였다. 오죽했으면 “국정과 딸 보살핌 둘 중 하나는 해도 둘 다는 못 한다”고 루스벨트 대통령이 하소연했을까.

이에 못지 않게 요즘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의 기행이 입에 오르내린다. 그녀가 대중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7년 5월 대선을 앞두고 광화문 유세에서였다. “문빠 1호”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7월 인도 방문을 한 달 앞두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게 “세계 요가의 날을 축하한다”는 트위터를 보냈다. 다혜 씨가 요가 강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원칙적으로 요가에선 술을 금기시한다. 다혜 씨가 몸을 못 가눌 정도의 인사불성 상태로 음주운전 사고를 내자 요가 전문가들 사이에선 “요가를 제대로 배운 게 맞느냐”는 비판을 쏟아 냈다.

다혜 씨는 운전면허 취소 기준(0.08% 이상)을 넘는 혈중알코올농도 0.14％의 음주운전 사고로 경찰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제주도에서 미등록 상태로 불법 숙박업을 운영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뿐 아니다. 서울 영등포구의 오피스텔에서도 불법 숙박업을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밥상머리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았는지 그의 비행은 끝이 없다. 문재인의 대통령직 퇴임 후에 다혜 씨의 각종 비행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 재임 기간엔 어떠했을지 알려진 게 없다. 서슬퍼런 권력에 묻혀 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들에게도 자식은 행복이겠지만 ‘자식이 웬수’가 되는 경우도 있나 보다.

박병헌 취재본부장

박병헌 기자 bhpar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