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 내렸는데… 증권사들 신용융자 이자 8000억 원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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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 삼성증권 상반기 1200억 이상 수익
시민단체 "이름만 신용보증, 주식 담보대출"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06 10:38:00

▲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증권사 29곳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수익은 7970억 원으로 전년동기(7603억 원) 대비 368억 원(4.8%) 늘어났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스카이데일리

증권사들이 상반기 신용거래융자 이자로 8000억 원 가까이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밸류업 프로그램 등에 대한 기대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이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자 장사’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금리 인하기를 맞아 연초부터 시장금리가 줄곧 내려갔음에도 증권사 3분의 1 이상이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하향 조정하지 않았다.

스카이데일리가 6일 금융투자협회에서 공시를 확인한 결과, 상반기 증권사 29곳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수익은 797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7603억 원)보다 368억 원(4.8%) 늘어난 규모다. 분기별로 4분기 3789억 원, 1분기 3862억 원, 2분기 4108억 원 지속 증가세다.

증권사별로 보면 미래에셋증권이 1328억 원으로 신용거래융자 수익이 가장 많았다. 삼성증권이 1224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다음 키움증권 1153억 원, NH투자증권 1057억 원, KB증권 667억 원, 한국투자증권 587억 원, 신한투자증권 355억 원, 유안타증권 282억 원 순이었다.

신용거래융자란 증권사가 투자자의 보유주식 등을 담보로 잡고 일정기간 주식매수자금을 빌려주는 대출을 뜻한다. 통상 증권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될 때 시세차익 목적으로 활용한다. 이름은 신용거래융자지만 매수 주식을 담보로 맡긴다는 사실을 미루어 볼 때 담보대출이므로 금리가 높은 편이다.

이 같은 증가세는 거래대금 확대에 따라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주식시장의 일평균거래대금은 21조1838억 원으로 1년 전(19조3781억 원)보다 9.3% 늘어났다. 밸류업 프로그램 등 증시 호재들이 잇달아 나오면서 신용거래융자 잔액도 지난해 말 17조5584억 원에서 6월 말 20조1077억 원으로 14.5% 불어났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문제는 시장금리 하락에도 증권사들 대부분이 금리를 하향 조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변경한 증권사는 NH·IBK 2곳에 불과했다. 8월부터는 17곳이 잇달아 신용거래융자 금리 하향 조정에 나섰으나 BNK·케이프·삼성·다올·교보·한화·LS·메리츠·대신·현대차 10곳은 현재까지 금리 변경 공시를 내지 않았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2월23일 대면 기준 △1~7일 5.1% △8~15일 8.1% △16~30일 8.7% △31~60일 9.1% △61~90일 9.6% △90~120일 9.8% △121~150일 9.8% △151~180일 9.8% △180일 초과 9.8% 등으로 최종금리를 산정한 뒤 2년 가까이 바꾸지 않고 있다. 대신(0.0~9.5%)·한화투자(6.9~9.4%)·메리츠(6.55~9.45%)·LS(5.45~9.45%)·교보(4.4~9.4%)·다올투자(6.5~9.4%)·현대차(3.9~9.3%)·케이프투자(7.5~8.5%)·BNK투자(5.9~8.5%)도 전년 금리 수준을 각각 그대로 유지 중이다.

신용거래융자 금리는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를 토대로 기준금리를 산정한 뒤 리스크프리미엄·신용프리미엄·자본비용·목표이익률 등의 가산금리를 더해 책정한다. 지난해 말 3.83%였던 CD금리(3개월물·AAA)는 6월 말 3.60%로 0.23%p 내린 뒤 3일 현재 3.52%로 더 하락했다.

제도상 허점이 컸다. 금융감독원은 신용거래융자 금리 산정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3월 ‘금융투자회사의 대출금리 산정 모범규준’을 개정했으나 기준금리 연동 이자율 변경심사 기준을 ‘전월 또는 직전 기준월 대비 일정폭(25bp) 이상 변동 시’ 실시하도록 했다. 한 달 새 CD금리가 0.25%p 떨어지지 않는 한 증권사들은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내리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주식을 담보로 잡는 등 100% 신용대출이 아님에도 신용거래융자 금리는 되게 높은 편이다”며 “금리 조정을 즉각 반영하지 않고 소비자에 이자 부담을 지우는 건 부당하고 증권사들이 어떻게 부담한 이득을 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금리 감면 요인이 발생하면 적극 반영해 소비자 이자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