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생법안 ‘반도체법’ 입법 속도 높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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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에 국력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뒷전으로
美·日 등 경쟁국처럼 ‘직접 보조금’도 고려하길
모처럼 여야 공감한 ‘반도체 특별법’ 성과 내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19 00:02:01

반도체산업은 세계 각국이 미래 먹거리로 사활을 걸고 있는 분야라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정치권의 엇박자로 귀중한 시간을 마냥 낭비하고 있어 관련 업계는 물론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이 타들어간다.

국민의힘에서는 6월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고동진 의원이 반도체 클러스터를 지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반도체 산업 발전지원 특별법(반도체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어 같은 달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반도체 생태계 육성과 지원을 위한 특별법’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이 여야가 벌이는 정치적 공방에 밀려 아직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발의된 반도체 특별법안은 반도체 클러스터 인허가 등을 면제하는 ‘패스트트랙’ 도입을 골자로 하는데, 민생을 책임질 반도체에 국력을 총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이 중요한 안건이 소모적인 정쟁의 뒷전으로 내몰린 것이다.

그러잖아도 우리나라는 미국 등 다른 경쟁국에 비해 반도체산업에 대한 국가 지원이 미미한 실정이다. 미국은 2022년에 ‘반도체 지원법’을 제정했고 이후 5년간 약 70조 원에 이르는 지원금으로 직접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일본 역시 과거 반도체 강국의 부활을 목표로 보조금을 직접 지원하거나 대출 보증의 형식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대만 TSMC가 일본에 파운드리 1공장을 짓는 데 적극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통상 계획 발표 후 착공까지 2년 걸리는 것을 6개월로 단축했고, 보통 5년이 걸리는 반도체 제조 시설(팹·Fab) 건설도 2년 이내로 앞당긴 것은 관련 지자체가 공장부지 조성에 직접 발벗고 나섰고 일본 정부도 투자금의 40%인 약 4조4300억 원을 보조금으로 지급함으로써 공사 속도를 높인 덕분이라는 평가다.

이에 비해 우리는 정부의 지원 사항이 초라하기 짝이 없다. 그나마도 직접 지원이 아닌 간접 지원에 머물러 있다. 게다가 설비투자 시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은 올해 말 일몰을 앞두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현장은 각종 규제와 토지보상 문제 등에 묶여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예를 들어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원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클러스터(집적단지) 건설 현장은 각종 인허가 문제 등 장애물이 산 너머 산이다. 인근에 조성되는 삼성전자 반도체 클러스터 역시 토지보상 문제로 고전 중이다. 이렇듯 경쟁력제고에 필요한 정부 보조금도 없는 데다가 인허가 과정에서도 발목이 잡혀 있으니 경쟁국과의 거리가 멀어지기만 할 것은 빤한 노릇이다.

메모리 강국이라는 자부심도 흔들리고 있다. 우리의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은 각각 2.3%·13.9%에 머물고 있다. AI반도체 기술 수준에서 보면 선도국인 미국을 100으로 놓고 볼 때 우리나라는 80.0이라는 성적표다. 중국(90.0)·유럽(85.0)보다 뒤처져 있다.

AI반도체 시장규모는 2022년 411억 달러에서 2028년 1330억 달러로 연평균 21.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시급한 이유다.

22대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 처리한 민생 법안은 아직 한 건도 없다. 모처럼 우리나라의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여야 공감대가 형성된 ‘반도체 특별법’이 여야의 정쟁에 밀려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민주당은 현재의 ‘불통 정국’을 대통령 탓으로 돌리며 국가 미래를 좌우할 민생 법안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될 것이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