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카이로 승부수 “중동 확전 NO… 일시봉합이라도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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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이집트서 가자전쟁 중단 협상 열려
바이든, 11월 대선 승리 위해 필사적 노력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18 16:32:14

▲ 지난달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 하마스 새 지도자로 선출된 야흐야 신와르 대형 사진이 걸렸다. 온건파로 협상을 주도해 온 이스마엘 하니예을 이스라엘이 폭사시킨 가운데 중동 상황은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스카이데일리·AFP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경계에 대기 중인 이스라엘 탱크들. '하마스 궤멸' 목표를 고수해 온 벤야민 네타냐후 총리의 '휴전 의지가' 의문시되고 있다.

가자전쟁 중단을 위한 협상이 21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 이후 한껏 고조된 중동 지역의 확전 위기를 막고자 미국과 중동 주변국이 필사적인 노력 중이다. 특히 미 바이든정부로선 현 사태를 일시봉합이라고 해놓지 않는 한 11월 대선 승리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낙관” “진전”을 말한 반면, 그 모든 것을 “환상”으로 일축한 하마스의 반응에 비추어 전망이 밝진 않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가 17일(현지시간) “다음주 말까지 휴전 및 인질석방 협상 타결 목표”라는 바이든 발언을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그가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낙관적”이란 표현을 쓰며 “두어개 문제는 있으나 (휴전협상 타결)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악시오스는 한 미 고위 당국자와 중재국인 카타르 군주(에미르)·이집트 대통령 역시 협상이 막바지에 도달했다는 의견이라고 전했다. 미국이 이스라엘-하마스 입장차를 좁히기 위한 중재안을 제시했으며 이스라엘도 인질과 교환할 팔레스타인 석방자수를 늘리는 것에 전향적인 자세를 가지기로 합의했다고 전해진다.

이스라엘 측 대표단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로부터 이전 협상 때보다 큰 재량권을 부여받은 점 또한 진전의 기대를 높여준다. 다만 이스라엘과 중재국들 간 협상이 순조롭다 해서 하마스가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그간 하마스 측에선 이번 회담에 대표단을 보내지 않았으며 새 지도자 야흐야 신와르가 지하터널로 종적을 감춘 채 정세를 관망 중이라고 알려졌다.

하마스 정치위원이자 대변인인 가지 하마드는 레바논의 알 마야딘 방송과 인터뷰에서 “협상에 진전이 없었다”며 미국 등 중재국들을 향해 ‘이스라엘 압박’을 촉구했다. “네타냐후가 시간을 끈다”는 것이다. BBC와 인터뷰한 또 다른 하마스 고위 인사 역시 ‘협상안에 대한 실망’을 표출하며 “중재국들이 환상을 판다”고 주장했다.

이에 BBC가 바이든의 “휴전 합의 임박” 언급은 처음이 아님을 짚었으나 미국 측은 하마스의 속내가 공개적으로 밝힌 것보다 중재안에 긍정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실상 최대 걸림돌은 ‘전쟁 강행’ 입장을 고수해 온 네타냐후인 셈이다. 최종 합의를 위해 향후 며칠간 고강도 외교가 필요할 것으로 악시오스는 분석했다.

13일부터 미국·이집트·카타르·이스라엘 대표단이 도하에서 협상을 이어온 가운데 18일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이스라엘로 향했다. 휴전안 수용 압박을 위해서일 것이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또한 네타냐후 총리와 신와르 하마스 지도자를 협상의 최대 장애물로 지목했다.

네타냐후가 하마스 궤멸 목표를 놓지 않아 이스라엘 정부 내에서조차 그의 ‘휴전 의지’ 자체를 의문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WSJ에선 “그(네타냐후 총리)가 없었다면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았으리라 매우 확신한다”는 아랍의 전직 협상가 말을 전했다.

중재국 협상을 하루 앞둔 14일 네타냐후가 이스라엘 군대의 이집트-가자지구 사이 국경 완충지대인 필라델피아 회랑 주둔을 주장했다는 이스라엘 당국자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이는 하마스 측 요구인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완전 철군’에 반할 뿐 아니라 이스라엘 안보기구의 기존 입장과도 어긋난다.

이 전쟁 발발 당일 이스라엘인 1200여명이 살해됐고 251명이 납치당했다. 현재까지 억류된 인질은 120명 정도이며 이들 다수가 살아 있지 못한 것으로 추측된다. 하마스 기습으로 촉발된 전쟁임에도 팔레스타인 측 희생자가 4만 명을 넘고 그 중 민간인이 다수라는 점에서 국제사회 여론이 오히려 하마스에 동정적이다.

이스라엘군 내부에서조차 하마스 상대로 ‘완전한 승리’를 말하는 네타냐후 총리의 목표가 현실적이지 않으며 인질들 송환 협상이 더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 지 오래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이 최근 의회에서 이 문제를 제기해 총리실과 설전을 벌였다. 네타냐후는 집권을 유지하려면 연립정부를 지켜야 하고 이를 위해 시온주의자들과의 연대가 필수적이다. 이것이 협상을 어렵게 만들어 온 요인의 하나다.

신와르의 휴전 의지 역시 불투명하다. 2011년 당시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군 한 명(24세 길라드 샬리트 병장)과 1027명을 맞교환할 때 신와르도 석방됐다. 5월 하마스 내 해외 정파가 휴전 및 인질 협상에 유연한 입장을 보이는 등 내부 균열 조짐이 보이기도 하지만, 10.7 사태를 기획·실행한 신와르야말로 이스라엘 인질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하다.

한편 신와르가 협상력 우위를 자신하는 이유로 ‘인질의 존재’를 지적한 이집트 당국자에 비해, WSJ에선 이스라엘 반격 과정의 민간인 희생 규모를 주목하며 신와르가 국제 여론을 자기편으로 여긴다고 봤다. 그러나 “둘(네타냐후와 신와르) 사이의 아주 깊은 간극이 해소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이스라엘군 팔레스타인 담당 정보장교 출신인 마이클 밀슈타인의 말을 결론적으로 인용했을 뿐이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