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특고직’ 종사자 고용·산재보험 왜 시끄럽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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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하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01 00:02:30

지난해 7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개정으로 기존 ‘주로 하나의 사업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할 것’이라는 ‘전속성’ 요건이 폐지되며 대리운전기사를 비롯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직)에게도 고용·산재보험이 적용되게 됐다.

문제는 특고직 근로자와 위임 또는 도급계약으로 일감을 중개하는 사업자가 특고직 근로자의 고용·산재보험료를 일률적으로 각각 5대 5로 부담하면서 대리운전사업자들 사이에서 반발이 일어났다.

사업주가 100% 근로자의 고용산재보험료를 부담하는 일반적인 고용산재보험과 달리 특고직에 대한 고용산재보험은 자영업자인 프리랜서 대리운전 기사의 고용·산재보험료를 역시 자영업자로서 일감을 중개해 줄 뿐인 대리운전 사업자가 부담하는 형태다. 이에 대해 대리운전 사업자들이 부당함을 주장해 온 지는 오래다.

대리운전 사업자 협회인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측은 “대리운전 기사들은 자신들이 아닌 고객으로부터 급여를 받고 오히려 사업자인 자신들이 기사들에게서 수수료를 나눠 받는 입장인데 왜 우리가 고용주가 부담하는 고용·산재보험료를 부담해야 하느냐, 카카오나 티맵 등 대기업은 모르겠지만 일반 소상공인 사업자들은 자신들의 마진에서 각종 비용을 제하고 나면 고용·산재보험료조차 업자들의 생존을 힘겹게 만든다”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대리운전 사업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고용노동부는 대리운전업 관련 실태조사를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지만 해당 연구용역을 맡은 연구진마저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리운전 기사의 업무 특성상 근로자성이 명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반적인 고용근로 관계의 근로자에게 적용하던 산재보험을 무작정 적용하려 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대리운전 업계에서는 기본적으로 손님에게 받는 대리운전 비용을 대리기사와 대리운전 사업자가 8대2 비율로 나눠 갖는데 20%의 마진을 챙기는 대리운전 사업자에게 대리운전 기사가 가져가는 80%의 운임을 기준으로 고용·산재보험료를 책정해 징수해 가는 부분 역시 업계에서 제기되는 문제점 중 하나다.

정부는 대리운전 사업자들의 불만에 대해 미봉책으로 논란을 잠시 잠재우고 있을 뿐이다.

고용노동부는 부당함을 주장하는 대리운전 사업자들에게 제도 시행 이후 1년간 그들이 부담하는 산재보험료의 50%를 경감해 주며 불만 달래기에 나섰지만 제도가 시행된 이상 정상화 수순을 피할 순 없는 만큼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정부도 난감할 것이다. 이미 문재인 정권부터 전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을 발표하며 이후 그 일환으로 특고직 전반에 고용·산재보험 시스템을 이식해 왔지만 제도에 대한 업계의 문제점 지적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문제점을 바로잡자니 기존 고용·산재보험 시스템이 아닌 특고직만의 산재보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더더욱 멀고 험한 길일 것이기 때문이다.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으면 옷을 착용한 사람이 불편을 겪을 뿐이지만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억지로 도입하는 정책이나 제도는 단순히 불편에 그치지 않고 국민의 생계를 위협할 수도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각각의 개별 특고직에 대해 제대로 실태조사를 진행해 고용·산재보험에 필요한 기본 개념 정립과 관련 보험료 부담 비율 등을 정비하길 바란다.

노태하 기자 thn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