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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앞 ‘스페이스 중학’은 국내 유일 다게레오타입 전문 전시관이다. 그 귀하다는 다게레오타입 컬렉션만 100여 점에 이른다. 중학이라는 이름은 주소지인 서울 종로구 중학동에서 빌려왔다.
개관 3주년 기획전 ‘1839.08.19. -사진 발명 이야기’를 7일 마무리하고 다음 전시를 준비 중인 이원균 대표를 갤러리 ‘스페이스 중학’에서 만났다. 그에게 어떤 내용의 전시회였는지 물었다.
상용화된 최초의 사진술 ‘다게레오타입’
“금속 지지체를 이용한 세 가지 사진술인 헬리오그래피·다게레오타입·틴타입을 소개하면서 암브로타입 등 19세기 사진 발명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전시했습니다. 사진이 어떻게 발명되고 발전되었는지 한눈에 알아보는 시간이었죠.”
해당 전시는 2022년 ‘다게르의 밤 –두 번째 사진술에 대하여’ 전시 기획을 통해 얻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기획됐다. 각 프로세스의 장점과 단점을 쉽게 이해하고, 사진의 발전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알 수 있어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국내에는 생소한 다게레오타입의 제작 시연을 진행해 더욱 뜻깊은 전시였다.
다게레오타입이 세상에 선을 보이기 전 헬리오그래피가 있었다. 최초의 사진술이라 할 수 있는 헬리오그래피는 프랑스 사람 조제프 니세포어 니엡스(765~1833)가 개발한 사진 기법이다.
그는 유대역청이 빛에 민감하다는 사실을 현상에 이용했다. 빛을 받지 않은 부분은 오일에 녹는 반면 빛을 받은 부분은 오일에 녹지 않고 남았기 때문에 ‘태양의 그림’이라는 뜻에서 헬리오그래피라 이름 붙였다. 하지만 니엡스의 방법은 노출에만 8시간이 걸리는 등 시간이 너무 많이 소모돼 상용화되지 못했다.
헬리오그래피가 출현한 지 11년 만에 다게레오타입이 등장했다. 다게레오타입은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둔 최초의 사진술로 루이 다게르에 의해 1839년 처음 소개됐다. 그는 일찌감치 니엡스의 사진술에 관심을 갖고 공동 연구를 제안했으나 니엡스가 사망하면서 독자적으로 연구를 계속하여 ‘다게레오타입’이라 불리는 신기술을 완성했다.
사진술의 특허권을 국가에 인계하다
다게레오타입은 은도금된 동판을 요오드에 노출시켜 감광성의 할로겐화 은 피막을 형성시킨 후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이 사진기 내부에 잠상을 만들어 내는 기법이다. 이후 뜨거운 수은 증기를 이용해 현상하고 식염수로 세척해 할로겐화 은을 제거하는 식으로 사진을 얻는다.
다게르는 디오라마를 운영하는 등 극장 사업에도 손을 댔는데 그만 뜻하지 않은 화재로 전 재산을 날리고 말았다. 망연자실할 때 다게레오타입의 가치를 알아본 프랑스 정부가 손을 내밀었다. 정부는 특허권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다게르에게 연간 6000프랑의 돈을 종신 연금으로 제공했다. 이로써 그의 사진술은 세상에 무상으로 공개되고 전 세계로 퍼져나가 사진 산업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게레오타입은 공기에 노출되면 변색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건판을 유리로 덮는다. 1945년 촬영한 에스더 앤 터너의 사진을 보면 다게르 타입의 특징을 명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다게르 타입은 은도금된 동판을 거울처럼 닦아 이미지를 만들기 때문에 보는 각도에 따라 사물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한다. 비스듬히 바라보면 보이는 상이 똑바로 바라보면 삽시간에 사라지면서 은제 거울이 되어 감상자를 비추는 것이다.
또한 노출시간을 짧게 하기 위해 조리개를 많이 열어 촬영하기 때문에 배경이 흐려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요즘 스마트폰의 인물사진 기능처럼 저절로 아웃포커싱이 되는 것이다.
다게레오타입에 바친 30년
이 대표가 다게레오타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0년 일본 여행길에서였다. 그곳에서 처음 다게레오타입 전시를 접한 그는 150여 년 전 사진술의 독특한 아름다움에 매료됐다. 언젠간 시도하마, 결심만 하다가 2000년 다게레오타입을 디지털로 재현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의 시도는 매번 실패로 돌아갔다. 다게레오타입의 작동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이었다. 다시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에 몰두한 결과 이 대표는 2013년 다게레오타입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었다. 그리고 30년 가까이 모은 수집품을 바탕으로 ‘스페이스 중학’을 열었다.
그가 벽에 걸린 브로치를 손으로 가리켰다.
“다게레오타입은 장식품에도 이용되었습니다. 그냥 보면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그러나 비스듬히 비켜서 보거나 정 가운데에서 빛이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면 브로치 한가운데 인물이 들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죠.”
그의 말대로 비켜서 보니 아름다운 귀부인의 자태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다게레오타입의 비밀을 이용한 신비한 장식품이었다.
그가 옥상에서 찍은 다게레오타입의 동십자각과 일반 인쇄물 속 동십자각을 비교하여 보여주었다. 확연한 차이가 났다. 인쇄물 속 사진이 밋밋하고 무미건조하다면 다게레오타입은 기계가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아우라’를 간직하고 있었다.
‘아우라’를 철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이는 발터 벤야민이다. 그는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 작품’에서 1930년대를 ‘기술복제시대’라 명명한 뒤 예술의 대중화가 초래한 아우라의 소멸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우라는 본래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뜻하는 단어이다. 성화에서 그리스도나 천사·성인의 머리 위에 둥글게 드러나는 광휘가 바로 아우라다.
뛰어난 예술 작품 역시 이런 아우라를 지니고 있다. 인쇄물은 대상을 100% 똑같이 재현하는 것 같지만 아우라만큼은 복제하지 못한다. 진품이 지닌 아우라는 그것이 사라지면 다 사라지는 현존성에 기반한다.
“다게레오타입은 단 한 장만 구현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다게레오타입의 약점이지만 또한 그래서 가치가 발생하죠. 우리가 책에서 보아온 다게레오타입은 잘 보이는 각도에서 카메라로 찍은 것입니다. 진정한 다게레오타입 사진이라고 할 수 없죠.”
실물로 영접한 다게레오타입은 더할 수 없이 신비하고 아름다웠다. 그가 왜 다게레오타입에 빠져들었는지 알 것 같았다. 이 대표가 벼룩시장이며 이커머셜을 뒤지며 보냈을 30년 세월을 상상하니 그 사랑과 집념·노력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사진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스마트폰은 영원히 다게레오타입과 같은 아우라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다. 하나뿐인 것의 가치는 고귀하다. 인생이 기이하고 슬프며 아름다운 것은 단 한 번뿐이기 때문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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