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공천제는 한국정치 부패구조의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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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환의 시사저격

특권과 이권의 꿀단지를 치우면 부패 해결된다
명예직 국회의원제 도입해야 국민에 봉사할 것

구월환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5-11 08:37:48

지금 대한민국에서 제일 안 되는 것이 있다면 북한 비핵화와 국회 개혁이다. 비핵화는 김정은이 반대하는 한 안 될 것이니 그렇다 치고라도 정치개혁은 김정은과 관계없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결론은 항상 ‘안 된다’로 끝난다.

왜 안되나? 이치는 이렇다. 나비와 벌이 꽃을 보고 날아드는 것은 꽃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다. 꿀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여의도를 향하여 오매불망 돌진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거기에는 꿀(먹을 것)이 많기 때문이다. 입만 열면 국가와 민족, 국민행복 어쩌구저쩌구 하지만 그것은 몽땅 공염불이고 진실은 권력과 돈, 이권이라는 꿀단지 때문이다.

그런데 그 꿀단지를 차지하는 지름길이 공천이란 것이다. 공천이 곧 당선은 아니지만 공천을 통하지 않는 당선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공천을 힘이 센 누군가가 준다는 것이 근본 문제다. ‘그분’은 진짜 구세주 같은 은인이요 수퍼맨이 된다. 바로 여기서 국민 대표들의 운명적인 ‘국민 배신’이 시작된다. 국민은 보이지 않고 공천권자만 보이는데 그러지 않은 척 하려니까 사기꾼 비슷한 인간으로 변하게 된다.

선거제도가 발달한 미국이나 영국은 우리와 다르다. 미국은 지역구의 유권자들이 오픈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통해 후보를 선발하고 영국은 일선 지역구 당원들이 선발한다. 중앙당은 그러한 선거과정을 관리하고 감독할 뿐이다. 반면에 한국은 중앙당이 국회의원 후보를 결정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정치지망생들은 일단 유권자가 아니라 후보를 지정하는 정당 당수나 실력자들의 눈에 들어야 하는 것이고 이것이 우리나라 국회가 국민(유권자) 중심이 아니라 정당중심, 그중에서도 정당 당수나 실력자 중심으로 돌아가게 한다. 여기서 정당 권력의 사유화가 이뤄진다. 이재명과 더불어민주당이 생생한 증거다. 상명하복의 체제 밑에서 꼼짝 못하는 구조인 것이다.

그래서 미국 같이 예비선거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으나 지방 토호세력에게 먹힌다느니, 부작용이 많다느니 하면서 번번이 거부되어 왔다. 이런 주장은 어린이가 넘어져 다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옆에서 부축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이런 주장이 계속된다면 그런 아이는 죽을 때까지 혼자서 걸을 수 없을 것이다.

마치 부모가 정해주는 대로 맞선을 보듯 우리 유권자들은 정당이 정해주는 대로 2대 정당후보 중에서 하나를 뽑아 헌법 제1조가 보장하고 있는 모든 권력(주권)을 그들에게 맡기고 있는데 정작 그들은 권력의 주인인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지 않고 정당 보스들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2대 정당 말고 다른 정당이나 무소속을 뽑으면 될 거 아니냐고 하겠지만 막상 물건을 고를 때는 유명 브랜드를 외면할 수 없듯이 투표지에서 1번 아니면 2번을 찍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사람들 면면을 보면 이들보다 훨씬 똑똑한 경우도 많지만 대정당의 브랜드파워를 당해내기 어렵다.

이처럼 지역 유권자나 지구당원이 후보를 결정하는 제도가 요원하다면 결국 국회의원들이 누리고 있는 과도한 특권과 메리트(장점)들을 없애버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당장이라도 국회의원직을 모두 명예직으로 바꾸고 금전적 혜택과 특권을 모두 회수한다면 지금처럼 부질없는 짓으로 국민을 실망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즉 명예 이외에는 먹을 것이 없기 때문에 왕성한 식욕을 발동할 수가 없다. 자신의 명예를 걸고 헌법대로 ‘오직 국익과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려고 할 것이다. 지금처럼 특권이 많고 먹을 것이 많은 구조하에서는 개혁이니 환골탈태니 하는 달콤한 구호들은 모두 공염불이요 백년하청이다.

바퀴벌레를 막으려면 우선 먹을 것을 치우는 것이 상책이다. 지금과 같은 국회의원 생산구조에서는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먹이(공천)를 주는 보스에게 침을 흘리며 봉사하는 일이 반복될 뿐이다. 최근에 무슨 지방의원 공천 대가 문제가 도마에 올라 떠들썩하지만 이는 그야말로 ‘새발의 피’다. 총 4100명에 이르는 지방자치단체 선출직 중 대부분은 공천 때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의 영향을 받는다. 이것만 해도 어마어마한 이권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대어(大魚)는 중어식(中魚食)하고 중어(中魚)는 소어식(小魚食)하는 악순환이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계속되고 있는 것이 한국정치의 현실이다.

구월환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