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연된 정의’ 윤미향 재판 소급 적용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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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세비·혜택 다 누린 후 유유히 퇴장
“지연된 정의로 또 다른 부정의가 발생한 것”
장기표의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실현하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18 00:02:01

윤미향 전 의원의 후원금 횡령 사건에 대해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집행유예 3년이라는 최종 판결이 내려졌지만 이를 지켜본 국민은 허탈하기만 하다. 이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4년 2개월이었고, 재판이 지연되면서 윤씨는 4년 동안 꼬박 세비를 받으며 의원직을 마친 뒤 유유히 퇴장했다. 이 사건은 단순히 한 정치인의 비리 사건을 넘어 우리 사회에서 ‘지연된 정의’가 어떻게 또 다른 부정의를 낳는지, 그리고 국회의원 특권의 폐지가 왜 시급한지를 보여 주는 사례다.

윤미향 전 의원은 2020년 5월 위안부 피해자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그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시점이 바로 기소 직후였기 때문에 사법 절차는 그의 의원직을 막는 데 필요한 속도감을 가지지 못했다. 1심 선고까지 2년 5개월이 걸렸고, 항소심에서 형량이 상향 조정되었으나 그 또한 7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이루어졌다. 대법원의 확정 판결까지는 1년 2개월이 더 걸렸다. 그 사이 윤씨는 이미 국회의원 임기를 모두 마친 상태였다.

윤씨의 재판이 이처럼 지연된 이유는 다양하다. 초기에는 수사 기록이 방대하다는 이유로 재판이 연기되었고, 그 뒤로도 공판 준비기일이 여러 차례 열리면서 실질적인 재판은 상당히 늦어졌다. 그러는 동안 윤씨는 임기 내내 세비와 각종 특권을 누리며 혐의가 드러난 상황에서도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윤씨가 국회의원 임기 중 받은 세비는 약 6억1500만 원에 달한다. 이에 더해 이 기간 동안 그녀는 차량 유지비·유류비·입법활동비·특별활동비 등도 전액 세금으로 지원받는 특혜를 누렸다. 심지어는 임기 내에 친북 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가 주최한 ‘간토대지진 100주년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일본 도쿄를 방문하면서 출장비를 전액 세금으로 썼다. 조총련은 대법원에서 ‘반국가단체’라는 판결을 받은 조직이다.

윤씨는 범죄 혐의가 밝혀진 상황에서도 수많은 정치적 활동을 이어 갔고 국민 세금으로 충당되는 모든 혜택을 누렸다. 국회의원 임기 초부터 시작됐던 재판이 임기를 마친 후에야 결론이 났다는 점에서 ‘지연된 정의’라는 지적이 따르는 이유다. 하지만 정의가 제때에 실현되지 않으면 이는 단순히 ‘지연된 정의’로 그치는 게 아니다. 윤미향 사건이 보여 주듯이 공정하고 신속한 사법 절차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범죄자가 자신의 특권을 누리는 또 다른 ‘부정의’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윤미향 사건을 계기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실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새삼 커지고 있다. 사단법인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착한법)’은 이 문제를 지적하며 국회의원의 형사사건에 대해 공직선거법과 유사한 소송 기간 제한을 두자는 법 개정안을 제시했다. 공직선거법 제225조에서는 선거에 관한 소송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국회의원의 형사사건에도 적용해 사법 절차가 늦어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윤미향 사건은 과거 민주화운동의 상징이었던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이 생의 마지막까지 추진했던 ‘국회의원 특권 폐지 운동’과 맞물려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장 원장은 생전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는 운동을 추진하며 정치인들이 국민을 위한 정치·투명한 정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특혜를 누리는 정치인들이 범죄 혐의가 입증되었음에도 자리를 지키는 현실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는 부정의이다. 앞으로 ‘지연된 정의’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윤미향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회는 법 개정을 서두르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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