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갈란트 국방장관 전격 경질 “신뢰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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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임 카츠 “그처럼 낡은 생각에 젖어선 승전 못해”
“전쟁 중 국방장관 교체는 미친 짓”… 인질 가족도 시위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06 17:28:53

▲ 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이스라엘 총리가 요아브 갈란트(오른쪽) 국방장관을 5일(현지시간) 전격 경질했다. 네타냐후와 함께 집권 리쿠르당 소속인 갈란트는 작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이후 13개월째 가자지구 전쟁을 지휘해 온 인물이다. 이 해임 결정에 따른 찬반도 격렬하다.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지구 전쟁 방침 등을 놓고 충돌하던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을 5일(현지시간) 전격 경질했다. 네타냐후와 함께 집권 리쿠르당 소속인 갈란트 장관은 작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이후 13개월째 가자지구 전쟁을 지휘해 온 인물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저녁 영상 성명에서 갈란트 해임과 후임 국방장관에 이스라엘 카츠 외무장관 지명 소식을 알렸다. 아울러 “전쟁 중엔 그 어느 때보다 총리와 국방장관 간 완전한 신뢰가 필요하다”며 “전쟁 초반 몇 달간 국방장관과의 사이에 믿음이 유지돼 업무 성과도 낼 수 있었으나 지난 몇 달간 이 신뢰에 금이 갔다”고 말했다.

네타냐후는 갈란트 장관이 전쟁에 대해 의견을 달리했으며 내각의 결정에 반하는 결정과 발언을 내놓곤 했다고 지적했다. 또 “간극을 메우고자 수차례 시도했지만 점점 더 벌어지기만 했다”며 “이것이 용납할 수 없는 방식으로 대중에게 알려졌고 적들도 이 상황을 즐기며 큰 이득을 봤다”고 설명했다. 갈란트가 종종 자신에게 공개적 반기를 든 것에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한 셈이다.

네타냐후는 갈란트를 향해 “국방장관으로 봉직해준 것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후임 국방장관 지명자인 카츠 장관을 ‘불도저’로 표현하며 “5년간 외무부·재무부·정보부 장관을 지냈다. 오랫동안 안보내각의 일원으로서 국가안보에 대한 역량과 헌신을 입증했다”고 소개했다. 카츠 장관 역시 리쿠르당 소속이며 안보 사안에서 강경파로 분류된다.

신임 국방장관 카츠는 외무장관 시절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비난하지 않았다며 그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했다. 하마스 옹호 발언을 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을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에 빗대 여러 차례 비난하기도 했다. 카츠의 후임으론 9월 연립정부에 합류한 우파 정당 ‘새로운 희망’의 기드온 사르 대표가 지명됐다. 네타냐후의 라이벌 중 하나로 꼽힌다.

이스라엘 정가에선 갈란트 장관 해임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최근 네타냐후가 ‘하레디’로 불리는 초정통파 유대교도의 군 면제 길을 열어준 입법을 추진한 반면, 갈란트는 이에 반대하며 징집을 밀어붙인 게 양자 관계가 어그러진 결정적 원인이 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레디는 병역·경제활동 거부 및 보조금 혜택을 누리며 다자녀 관습 때문에 빠르게 인구 비중이 늘어나 점차 납세자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공교롭게도 미국 대선 당일 경질 발표가 이뤄졌다. 그간 전쟁 국면에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네타냐후보다 온건한 편인 갈란트를 대화 상대로 선호한다는 평가가 흘러 나오기도 했다. 해임 당한 갈란트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스라엘의 안보야말로 항상 내 인생의 사명이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는 성명 발표 약 10분 전인 오후 8시께 갈란트를 직접 만나 몇 분간 짧게 대화한 다음 해임통지서를 건넸으며, 이로부터 48시간 뒤 갈란트의 국방장관 임기가 종료된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 와이넷에서 전했다.

강성 시온주의자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낡은 생각에 젖은 갈란트가 승전을 거둘 수 없다”며 해임 환영 입장을 낸 반면,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전쟁 중 갈란트 경질은 미친 짓”이라며 비난했고 인질의 가족 등이 이날 저녁 거리로 나서 아얄론 고속도로를 막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스라엘군 남부사령관 출신인 갈란트는 2022년 국방장관에 올랐으나 이듬해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우파 연정의 사법부 무력화 입법을 공개 비판했다. 가자지구 전쟁 국면에서도 주저 없이 이견을 내곤 했다. 5월 이스라엘의 전후 가자지구 통치에 반대한다는 공개 발언을 했고, 8월 내각 회의에선 이집트-가자지구 국경 완충지대인 필라델피 회랑에 군 주둔 방침을 고수 중인 총리를 향해 인질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맞섰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