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부동산담보대출 불법 의심 거래 616건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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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규 위반 의심 492건, 초과 대출 의심 124건 확인… 2차 정밀조사 진행 중
대출취급·감정평가 미분리, 담보가액 과다산정 등 내부통제 장치도 미흡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24 12:00:00

▲ 금융감독원은 24일 은행권에서 4~6월 석 달간 중소기업 부동산담보대출 취급 절차상 내부통제 체계 전반에 대해 자체적으로 실시한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스카이데일리

은행권의 중소기업 부동산담보대출에서 내규 위반, 초과대출 등 위법·부당행위로 의심되는 거래 616건이 발견됐다. 은행권은 초과대출과 관련해 2차 정밀 조사 중이다. 대출취급·감정평가 간 직무를 분리하지 않는 등 내부통제 자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24일 은행권에서 4월부터 6월까지 석 달간 중소기업 부동산담보대출 취급 절차상 내부통제 체계 전반에 대해 자체적으로 실시한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부동산담보대출이란 중소기업·개인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내주는 금융상품을 뜻한다.

금감원은 최근 허위 매매‧분양계약서를 이용하거나 감정평가액 부풀리기를 통해 초과 대출을 취급한 금융사고가 잇달아 발생함에 따라 은행권에 유사사례 발생 여부와 부동산담보대출 취급 절차상 내부통제 체계 전반에 대해 자체 점검하고 그 결과를 제출토록 요청한 바 있다. 은행권은 금감원의 지도 내용을 반영해 자체 점검했고 미흡 사항에 대한 개선계획을 마련했다.

은행권이 금감원에 보고한 표본점검 결과를 보면 은행권 개인사업자‧중소기업 대출 중 사고 개연성이 높은 대출 1만640건(표본 추출) 중 일부 은행에서 담보가액 대비 초과대출(124건) 및 여신취급 관련 내규 위반(492건) 등으로 의심되는 거래 616건이 발견됐다. 현재 은행 검사부가 초과대출 의심거래(124건)에 대해 대출 취급경위, 직원의 고의‧중과실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2차 정밀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종료 즉시 금감원에 조사 결과를 보고할 계획이다.

은행권이 보고한 초과대출 의심 거래 사례는 다양했다. 공인중개사 없이 매도인‧매수인 쌍방이 작성한 부동산 매매계약서의 매매금액이 실거래가보다 2배 이상 높게 작성되거나 지식산업센터 분양계약서의 분양가격이 실거래가의 약 2배 수준으로 높게 작성된 사례가 확인됐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가족 관계로 추정되는 정황을 확인했고 공인중개사‧감정평가사 자문을 통해 임대차계약서상 임대료가 적정 수준 대비 2배 이상 과다 책정된 것으로 보이는 사례도 있었다. 임대차계약서상 특약사항으로 임대료 유예기간이 있어 사실상 임대소득이 발생하지 않았으나 계약서상 월세 금액을 그대로 적용해 임대소득을 과다 산정한 경우도 일부 나타났다.

내부통제도 미비했다. 많은 은행에서 영업점의 대출취급자가 감정평가법인을 지정할 수 있어 대출취급자의 공정하지 않은 가치평가를 차단할 수 있는 직무분리체계가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은행은 직무분리제도를 도입했으나 느슨하게 운영하는 경우 등 보완이 필요했다.

일부 은행은 감정평가액이 실제 매매가격을 크게 상회하는 경우에도 검증 없이 담보가액으로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대출한도가 과다하게 산정되는 측면이 확인됐다. 대출취급자가 담보인정비율(LTV)을 높게 적용해도 검증‧통제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이 미비하거나 임대차 현황에서 확인·현장조사 등이 소홀하게 이뤄져 선순위 임차보증금을 과소 차감한 사례도 다수 있었다.

아울러 영업점 자점검사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거나 자점검사 책임자의 개인 역량에 따라 점검수준의 편차가 커 사후점검의 실효성이 낮은 점도 개선 필요사항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현재 2차 정밀조사가 진행 중인 초과대출 의심거래에 대해 조사결과를 검토한 후 위법‧부당행위를 신속‧엄중하게 조치할 방침이다. 여신 내부통제 시스템 보완 관련 모범규준 개정 TF를 운영해 은행권 공통 개선 과제에 대한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금감원의 검토 결과를 각 은행에 제공해 보완이 필요한 사항을 안내하며 개선계획 이행 현황을 지속 확인‧점검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매매가‧감정평가액 부풀리기를 예방하고 대출한도 과다산출을 통제하는 은행의 사고예방체계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감독‧검사를 강화할 방침이다”며 “이를 위해 이번 점검 기간 중 도입된 ‘부동산 감정평가액 점검시스템’이 차질 없이 가동돼 일선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은행별 운영현황을 모니터링할 것이다”고 전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