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삼성중공업 하청 노동자들 ‘블랙리스트’ 명단 공유 의혹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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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취업 시 한화오션, 해당 업체 폐업”

허승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23 13:46:44

▲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파업 타결 2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제공

조선업계 ‘빅2’ 기업이 노동조합에서 활동하는 노동자들의 취업을 제안하는 일명 ‘블랙리스트’를 공유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3일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이 하청 노동자를 A·B·C로 등급을 나눠 관리하는 ‘블랙리스트’를 공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노동자는 재취업에 제한이 생기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한화오션 노조는 하청 노동자 479명을 대상으로 블랙리스트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하청노동자 76%(364명)가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고 답했고 피해 본 노동자를 본 적이 있다고 답한 비중은 63%(303명)였다. 이들 대부분은 노동조합에 가입(52%)했다.

노조는 “노조 활동을 안 하는 데 집회에서 우연히 사진이 찍혀 올라간 경우도 있고 노동부에 진정하거나 내부 고발을 해도 (블랙리스트)에 올라간다”며 “굉장히 광범위하고 체계적이고 정교하게 만든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퇴사를 종용당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조선소 도장업체에서 파워그라인더(전처리) 작업을 하는 한 노조원은 “업체 대표가 임시 하청업체에 노동조합 조합원이 있으면 한화오션 원청이 폐업시킨다”며 “노동조합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현재 한화오션 또는 삼성중공업에 취업하지 못하는 후배들을 여러 명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증언자는 “한화오션 탑재업체에서 상용직 본공으로 근무하던 중 지인 소개로 삼성중공업 하청업체 물량팀에 근무하기로 했는데 첫 출근을 앞두고 물량 팀장에게 전화를 받았다”며 “노동조합 활동 경력이 있어 입사가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미 다니던 한화오션 하청업체는 그만둔 상태이고 출입증까지 나왔는데 이제 와서 입사가 안 된다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노동조합 활동을 한 것을 삼성중공업 하청업체는 어떤 경로로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다”며 “입사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서 출입증까지 나왔음에도 노동조합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취업이 안 되는 이런 부당하고 잘못된 일을 다른 조합원들은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한화오션 관계자는 “거제통영고성 조선 하청지회가 주장하는 블랙리스트에 대해 전혀 아는 바 없다”며 “협력사 근로자 채용의 경우 협력사가 가진 고유 권한으로 회사는 관여할 수 없는 사항이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도 “블랙리스트 관련해서는 오래 전부터 주장하고 있으나 관련된 블랙리스트는 없다”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2003년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자 해당 업체를 줄줄이 폐업시켰고 노조에 참여한 조합원은 리스트를 만들어 재취업을 가로막았다”며 “7년간의 재판 끝에 대법원은 2010년 현대중공업의 이 같은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라고 판결했으나 조선업계에서는 여전히 블랙리스트가 존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승아 기자 heos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