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신건강증진’ 사업 집행 부진 해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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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정신건강증진 시설 확충 부문 ‘최하’ 판정
정부 ‘全단계 정신건강 정책’ 대전환 본격 추진
대국민 캠페인 등 통해 사회적 인식 전환 필요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16 00:02:01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가운데 국민 정신건강에 대한 국가의 책무에 무게가 더해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보건복지부가 예산을 투입한 2024년 재정사업 중 정신건강증진시설 확충 부문이 ‘최하’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차원의 국민 정신건강 증진 사업이 실행 단계에서 정체돼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2023 회계연도 재정사업 자율평가 결과’에 따르면 총 126개 사업 중 ‘미흡’ 판정을 받은 사업이 35개(27.8%)에 달했다. 그중 정신건강증진 시설 확충 사업, 즉 노후화된 정신요양 시설과 정신재활 시설의 신축, 증축, 개·보수, 장비 보강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이 48.7점으로 최하점을 기록했다. 입소자의 안전과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신건강증진 시설 확충 사업의 집행 부진 문제는 지난해 11월에도 제기된 바 있다. 당시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4년도 예산안 분석을 통해 “정신건강증진 시설 확충 사업에 대한 시설 및 지자체 참여 제고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신건강에 대한 국가 관리의 요구가 커지고 있으나 이에 비해 정부의 지원 서비스 및 관련 인프라가 크게 부족한 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의 정신건강 정책 재설계를 위해 지난달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가 출범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가 아무리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글로벌 문화 강국으로 도약했다고 해도 한 사람 한 사람의 국민이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강조했다.

생애 어느 단계인들 중요하지 않은 시기가 있을까만 특히 청소년 시기는 개인의 생애와 국가 장래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단계다. 그런데 최근 복지부가 발표한 소아·청소년 대상 정신건강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조사 대상 소아·청소년의 16.1%가 정신장애 경험이 있고, 7.1%는 전문가 도움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그간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 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따라 성인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 실태 조사를 2001년부터 5년 주기로 5차례 실시해 왔다.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전국 단위의 실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조사 결과 소아·청소년의 정신장애 평생 유병률은 16.1%(소아 14.3%·청소년 18.0%), 현재 유병률은 7.1%(소아 4.7%·청소년 9.5%)로 조사됐는데 청소년 유병률이 소아 유병률에 비해 약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정신장애 유병률에 비해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이 저조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용률 제고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이는 국회 예산정책처가 2024년도 예산안 분석을 통해 지적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점이다.

실제로 2021년 기준 국내 정신장애인 수 및 중증정신질환자 수는 각각 10만4000명·65만 명 수준이다. 그런데 정신 재활시설을 통해 수용 가능한 인원은 약 6900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정신건강 서비스를 비롯해 관련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정부의 정책뿐 아니라 정신건강과 관련한 사회적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정신건강 문제를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인다면 치료의 기회를 놓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민·관 협력을 통해 대국민 캠페인 등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또 정부의 정신건강 정책의 패러다임이 획기적으로 변화한다면 국민 인식도 자연히 그에 따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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