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줄줄 새는 실손보험금 이대로 놔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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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진료·의료 쇼핑 등으로 연 2조여 원 적자
누수 유발 원인은 도수치료와 백내장수술
도덕적 해이 막을 방법 마련하는 게 기본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16 00:02:02

이른바 ‘보험금 빼먹기’라는 도덕적 해이가 극심하다. 국민 4000만 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이 과잉 진료·의료 쇼핑 등으로 연간 2조 원이 넘는 적자를 내고 있다.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 피해를 유발해 국민 의료비 부담을 키우고 필수 의료마저 망가뜨리면서 지속 가능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손보험은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하지 않는 의료비(급여 중 본인부담분+비급여)를 보장하는 상품이다. 국민 의료비 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설계됐지만 정부의 제대로 된 관리 없이 방치되면서 의료 과다 이용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손보험금 누수를 유발하는 비급여 의료비 1위 항목은 신체 교정 요법인 도수치료다. 원칙적으로 치료 효과가 없는 과잉 도수치료는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이를 입증하기 쉽지 않아 일부에선 체형 교정 효과를 앞세워 마사지처럼 이용하기도 한다.

손해보험협회와 손해보험회사들에 따르면 한 해 지급되는 실손보험금은 10조6000억 원 규모다. 이 가운데 약 11%인 1조1319억 원이 도수치료로 샌다. 5년간 총 576회 도수치료를 받고 1억4000만 원을 청구하거나, 치과에서 임플란트 치료를 받고 도수치료로 꾸며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나온다. 진짜 치료 목적으로 진료받고 타간 보험금도 섞여 있지만 보험사로선 이를 정교하게 가려내기 쉽지 않다.

보험업계에선 일부 안과에서 멀쩡한 눈을 백내장으로 둔갑시켜 보험금을 타 내는 이른바 ‘생내장’ 수술을 부추기고 있다고 본다. 실손보험에 가입해 있는 환자에게 노안 교정 효과가 있다며 멀쩡한 수정체를 잘라내고 다초점 인공 수정체를 넣는 수술을 받게 하는 등 병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실손보험에 기대고 있다는 것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시력 교정 수술은 보험금이 나오지 않지만 백내장으로 꾸미면 보험금을 탈 수 있다.

올해 1분기 보험사들이 백내장으로 지급한 실손보험금만 4500억 원이 넘게 되자 손해·생명보험협회는 백내장 보험사기 신고·포상금 제도를 운영해 35개 안과병원에서 보험사기 60건을 접수했다.

실손보험 때문에 필수 의료 공백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비급여 진료로 수익을 많이 올릴 수 있는 피부과·안과·성형외과·정형외과·재활의학과 등 개원의와 그렇지 않은 2·3차 병원의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 등 ‘필수 의료’ 의사들 간 소득 격차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상급종합병원에서 의료진 5명이 각종 의료 장비를 이용해 3시간 동안 대장암 수술을 할 때 받는 수가(건강보험공단이 병원에 주는 돈)가 약 250만 원이다. 의사 또는 물리치료사 한 명이 30분 남짓 시행하는 도수치료 10~20회 가격과 비슷하다. 필수 의료 건보 수가는 거의 오르지 않는데, 비필수 의료의 경우엔 경증 환자의 비급여 진료를 최대한 늘려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다.

우리 국민의 의료비 지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22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의료비(국민이 쓴 의료비 총액) 비율’은 9.7%로, OECD 평균(9.2%)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2016년 대비 증가율은 40.6%로, OECD 평균(5.7%)의 약 7배다.

실손보험에 대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실손보험이 문제를 양산해 온 것은 과잉 진료·의료 쇼핑 같은 도덕적 해이를 막을 장치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공적 보험이건 민간 보험이건, 보험은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잘 갖추는 게 기본이다. 건강보험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공백을 메우는 데 활용돼야 할 실손보험이 지속 가능하도록 제대로 된 개선책을 마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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