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 우려 큰데… 캐피털사 채권 연내 25조 만기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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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시기 발행한 물량 12조 원으로 절반에 달해 차환 부담 ↑
캐피탈사 순이익 10% 감소하고 연체액 1년간 1조 원 이상 불어나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5-30 10:43:00

▲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에 따르면 올해 6월부터 12월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할부금융채(캐피탈사 발행 채권) 규모는 총 24조6269억 원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할부금융(캐피탈)업계에 조달비용 증가라는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올해 캐피탈 업계에 도래하는 채권 규모는 25조 원에 육박한다. 이 가운데 절반이 저금리 시절 발행한 물량이다. 캐피탈사의 조달금리가 높아지면 덩달아 자동차 할부 금리 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카이데일리가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서 할부금융채 발행잔액을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6월부터 12월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할부금융채 규모는 총 24조6319억 원으로 집계됐다. 할부금융채는 캐피털사가 할부·리스 등에 대비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월별로 6월 3조3630억 원, 7월 3조6580억 원, 8월 3조9415억 원, 9월 3조5660억 원, 10월 3조474억 원, 11월 3조3180억 원, 12월 3조7380억 원의 채권 물량이 만기를 대기하고 있다.

문제는 차환 과정에서 높은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할부금융채 연내 만기 물량(24조6269억 원) 중 약 50%(12조1545억 원)가 저금리 시기인 2022년 4월 이전 발행한 물량이다. 전체 평균 금리는 3.746%다. 28일 현재 할부금융채가 속한 여신전문금융채의 금리가 평균 5.366%(만기 3년, 신용등급 합계 평균)인 점을 고려하면 금리 차는 크다. 캐피탈사의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지면 할부·리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도 있다.

이자 비용이 늘어났으나 이를 감당할 여력은 크지 않다. 주요 캐피탈사 22곳의 1분기 합계 순이익은 6570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7295억 원) 대비 9.9% 감소했다. 절반 이상인 15곳의 실적이 뒷걸음질 쳤다. 은행·증권·보험 등 다른 업권이 1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것과 상반된다.

건전성도 흔들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할부금융·리스 등 캐피탈사 51곳의 지난해 말 연체액은 3조302억 원으로 전년(1조9658억 원) 대비 54.1% 불어났다. 이 가운데 고정이하(3개월 이상 연체)여신은 작년 2분기부터 쭉 2조 원을 웃돌고 있다. 연체채권비율(총대출채권 대비 연체액 비율)도 평균 1.12%에서 1.67%로 0.55%p 급등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수익성과 건전성이 동시에 악화하면서 일부 캐피털사는 신용등급 전망이 하락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28일 매출액 기준 업계 7위인 앰캐피탈 무보증사채의 등급을 ‘A-’로 유지했지만 등급전망에 대해선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고금리 지속, 부동산금융 부실 우려, 주주 관련 이슈 등에 따른 조달 여건 악화로 유동성 대응 부담이 커졌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따르면 3월 말 앰케피탈의 차입부채(2조6000억 원)원 중 단기성차입부채(만기 1년 이내) 비율은 69.3%로 컸다. 즉시가용유동성 규모는 2142억 원에 불과했다. 이는 1개월·3개월 이내 만기도래 부채의 각각 107.1%·32.7% 수준이다. 부동산 PF 잔액(5608억 원)도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5.3%,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이 43.3%로 높은편이다.

안태현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메리츠증권에 대한 투자자산 담보부차입(3000억 원)이 결정된 점을 감안하면 단기 유동성 대응 부담은 완화된 것으로 판단되지만 향후에도 차입부채 만기가 도래하는 가운데 주주 관련 이슈로 자금조달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점을 감안하면 차환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돤다”고 설명했다.

다른 캐피털사도 안심할 수 없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A-(부정적)’이던 오케이캐피탈의 신용등급을 6월에 ‘BBB+(안정적)’로, 12월에 ‘BBB+(부정적)’로 차례차례 내렸다. 같은 해 6월에는 DB캐피탈의 신용등급을 ‘BBB(긍정적)’에서 ‘BBB(안정적)’로 변경했다. 한기평도 작년 12월 에이캐피탈의 기업어음 및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각각 낮췄다.

증권가는 부동산 PF 손실 부담이 큰 중소형 캐피탈사의 단기 유동성 문제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신용등급 AA급 이상 캐피탈사 11곳의 PF 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16조4000억 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88.8%인 반면 A급 이하 캐피탈사 11곳의 PF 대출 규모는 10조9000억 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133.8%에 달한다.

공문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신용도 열위에 있는 캐피탈사의 발행 만기의 단기화 추세가 지속돼 금리 상승기에 만기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며 “단기성차입부채를 합산한 단기차입의존도가 높게 나타나는 캐피탈사의 차환 부담을 고려한 실질 유동성 대응 능력에 대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