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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문기 한국코피노협회장은 한국인의 핏줄을 이어받았지만 한국의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아 힘들게 살아가는 코피노 가정을 돕기 위해 지난해 7월 협회를 설립했다. 그는 협회 설립 이전부터 필리핀을 찾아 집을 수리해 주거나 장학금을 전달하는 등 봉사를 해왔다. ⓒ스카이데일리
한문기 한국코피노협회장은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어린 시절 리비아·사우디 등 대수로 공사 소장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현재는 전공과 무관한 시설물 유지 사업에 종사하고 있다. 지난 20년 전부터 개인 사업을 해오던 한 회장은 수입이 생기면 반드시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봉사 활동이 제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꿔줬습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일에 늘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3년 전부터 국내와 필리핀 현지에서 집수리, 의료지원 등 봉사를 해 왔습니다.”
필리핀 현지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일들을 찾던 그는 한국인 남성들로부터 버림받은 코피노 가정에 대해 알게 됐다. 필리핀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코피노 가족은 극심한 가난에 시달려 간단한 질병도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회장은 고민끝에 지난해 7월 한국코피노협회를 설립해 그들이 안정적인 생활과 함께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자 나섰다.
“지금은 코피노와 관련해 이슈가 돼 많이 알려져 있지만 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코피노라는 말조차 몰랐어요. 몇 년 사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후원문의도 조금씩 들어오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후원금 없이 대부분 자비로 운영돼 왔어요. 향후 기업·민간 등 도움의 손길이 많아진다면 후원받아 돈이나 신발·의류 등으로 더 많이 전달해 주고 싶죠”
한국코피노협회에는 22명의 회원들이 있다. 그들은 각각 개인 사업을 하거나 직장을 다니면서 코피노를 돕자는 취지로 모인 사람들이다. 협회는 초기에는 후원금이 없어 한 협회장과 회원들의 사비로 운영됐다.
▲ 한 회장은 한국코피노협회 설립 이전에도 코피노 아이들을 교육시켜 자립을 돕거나 아이들의 생활에 있어서 필요한 부분을 아낌없이 지원했다. 최근에는 코피노 응급구호 활동을 위한 중고 구급차 1대가 무상으로 지원돼 필리핀에 전해지기도 했다. 사진(아래) 왼쪽에서 첫번째가 한 회장. [사진=한국코피노협회]
“전반적으로 주거환경을 개선시키기 위해 집수리 등에 집중했습니다.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 코피노 소녀들을 위한 유해환경 퇴치운동, 코피맘 직업알선 사업, 피딩(Feeding) 사업, 한국인유학생 생활지도 및 선도 등이 협회에서 한 일들입니다. 최근에는 한국코피노협회에 코피노 응급구호 활동을 위한 중고 구급차 1대가 무상으로 지원돼 필리핀에 전해지기도 했어요. 도움을 주신 경남도소방본부와 한국소방단체총연합회에 감사를 드립니다.”
유흥가를 찾는 코피맘, 코피노 가정의 생활 안정화 절실
“코피노에 대한 근거자료가 정부나 기업 등 어디에도 없습니다. 정확하게 답변할 수 있을 만큼의 자료를 만들어 정보력을 갖추는 게 첫 번째 목표에요. 저는 코피노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확실한 단체를 만들고 싶어요”
인본인과 필리피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자피노라고 한다. 일본의 자피노협회의 경우 17~18년 전에 만들어져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자피노의 경우, 자신들의 아버지가 일본인이라는 것에 대해 창피해 하지 않아요. 지원도 많이 해주고, 국적 취득도 쉽게 해주기 때문이죠. 일본어를 배우고 싶다한다면 일본에서 선생님을 보내 교육도 시켜줍니다. 자피노합창단과 무용단이 있어요. 자피노 관련 드라마와 영화도 찍고 실질적으로 많이 돕는 단체입니다.”
한 회장은 체계가 잡힌 시스템이 있는 자피노협회가 본인들의 롤모델이라고 했다.
“저희들 애초의 목표는 꼭 필리핀이 아니더라도 아시아 한인 2세들을 돕는 사회적 기업의 설립이었죠. 그런데 코피노를 알게 되면서 코피노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했어요. 정부, 기업 등 어떠한 곳에서도 전혀 도움의 손길이 없었어요. 그들은 그저 방치돼 있었죠”
그는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기에 자신이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코피노 아이들을 위해 코피노타운을 만들고 그 안에서 인재를 양성하고, 일자리 창출해 그들의 생활을 안정화시켜주고 싶다고 했다. 생활의 안정화가 코피노 문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제조업이 낙후된 필리핀은 여성이 일할 수 있는 자리가 많지 않아요. 한국인 남성에게 버린 받은 ‘코피노의 엄마’(코피맘, Kopimom)들은 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이게 됩니다. 아이를 키우고 가족을 부양하는데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린 일부 코피맘은 다시 유흥업소로 가게 됩니다. 결국 불행의 악순환이 되는 것이지요”
한 회장은 코피맘들이 유흥가로 나가서 번 돈으로는 2~3일 간의 가족들 생활비로 사용된다고 했다. 그리고 돈이 떨어지면 또 다시 유흥가로 나가게 되는데, 필리핀 정부는 가난한 사람들을 돕겠다는 의식이나 시스템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 한 회장의 최종목표는 코피노 아이들 생활환경 개선을 이루고 그 노하우를 통해 전세계 한인 2세를 돕는데 있다. 아직은 큰 꿈이지만 그는 언젠가 꿈이 이뤄질 날이 있을 것이라 믿고 코피노 아이들을 돕는데 값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사진=한국코피노협회] ⓒ스카이데일리
친자 확인 소송 확산시 국제적 망신…인재 양성으로 양국의 가교가 되고파
지난 6월 코피노 친자소송에서 한 코피맘이 승소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다. 한국의 유부남 A씨는 사업차 필리핀에 머물며 필리핀 여성과 동거하면서 두 아이를 낳았다. 이후 본인의 가정이 있는 한국으로 돌아가 10년간 연락을 끊었다.
필리핀 여성이 직접 한국에서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아이들이 A씨의 친자임을 증명했다. 재판에 승소한 이 여성은 A씨로부터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내용은 코피맘들 사이에서 문자 메시지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한국에 가정이 있는 한국 남성들이 코피노를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가정을 깨뜨리는 것도 또 하나의 폭력이죠. 혼외자식을 인정하기 쉽지 않아요. 실질적으로 코피맘이 원하는 것은 한 가지에요. 자신의 아이임을 인정하고 매월 20~30만원 정도의 기본 생활비만 받아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한국 남성들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진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인거죠”
현재 한국인 친부를 찾아주는 코피노 전문 변호사도 늘고 있다고 한다. 한 번 승소할 때 주는 변호사 비용은 약 5000만원인데, 승률이 무려 99.9%라고 한다. 한국 정부를 상대로 아버지를 찾겠다는 소송이 계속 된다면 국제적인 망신이 되는 것은 불보는 뻔한 일이다. 이제 더 이상 코피노의 문제는 일부 한국인 남성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인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첫 번째 친자소송 때도 논란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코피맘들이 정보를 공유하며 친자소송에 대해 퍼지고 있는 상황으로 친자소송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승소 확률이 높기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해서 많은 필리핀 변호사·브로커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필리핀은 한화 2000만원이면 2~3층짜리 건물을 지을 수도 있는 곳입니다.”
한 회장은 개별적으로는 한국 남성들이 책임을 지는 것이 옳지만, 이제는 한국 정부와 민간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협회의 입장에서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퍼주기만 하는 것도 필리핀 사람들에게 좋은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물고리를 잡아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자’라는 의미다.
자립의 의지를 심어주기 위해 한국의 ‘아름다운 가게’를 롤모델로 삼았다. 한국에서 후원받은 돈이나 물품을 필리핀으로 보내서 그것을 판매하는 곳을 만들어 코피맘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판매 수입으로 살아가도록 도우려 한다.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협회가 신경을 쓰고 있는 부문은 코피노 교육이다. 교육을 통해 가난이 세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코피노 합창단을 만들어 음악을 통한 마음의 치유를 해주고 싶어요. 코피노1세 한국방문도 추진할 예정입니다. 물질적 도움보다 정신적 도움이 크다는 걸 느낍니다. 코피노들에게 음악, 미술 등을 교육해 주고 싶습니다.”
그는 코피노 중에서 장차 교수나 장관 등 대단한 사람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했다. 한국코피노협회가 그런 인재를 만들어 한국과 필리핀, 양국의 교류에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의 최종목표는 우선적으로 ‘코피노 타운’을 세워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코피노에 대한 체계적인 틀을 마련하고 더 나아가 그 노하우를 통해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 이사아 한인 2세를 돕는 것이다. 더 나아가 전 세계적인 한인 2세 돕기 운동이 그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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