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경쟁 치열한데… 韓주식 ETF는 존재감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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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장 국내 ETF 89개 중 국내 주식형 ETF는 22개에 불과
해외 주식 ETF는 연초 이후 37개 상장… 설정액 8.5조 원 늘어
해외주식 ETF 쏠림, 韓증시에는 부담… “액티브 ETF 확대해야”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25 09:00:00

▲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4일까지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 신규 상장한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89개 중 국내 주식을 기초로 하는 ETF 상품 수는 22개에 그쳤다. 게티이미지뱅크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국내주식 ETF가 존재감을 잃고 있다. 올해 상장한 ETF 89개 중 국내주식 ETF는 22개에 그쳤다. 37개 쏟아진 해외주식 ETF와 차이가 컸다. 투자자도 해외주식 ETF 위주로 투자하고 있다. 문제는 ‘해외 ETF 쏠림’이 국내 주식시장의 경쟁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액티브 ETF 확대해 투자 유인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카이데일리가 한국거래소 통계를 확인한 결과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 신규 상장한 ETF 상품은 24일 기준 89개로 집계됐다. 이 중 해외주식을 기초로 하는 상품 수가 37개로 가장 많았다.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ETF는 22개였다. 지난해 말 전체 상장 ETF 785개 중 해외주식 ETF가 209개, 국내 주식 ETF가 333개였던 걸 고려하면 해외 주식 비중이 더 커진 셈이다.

신규 상장된 해외주식 종류도 다양했다. 자산운용사들은 연초 글로벌 비만치료제 회사를 담은 ETF를 출시한 데 이어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가 투자하는 종목을 담은 ETF도 꺼내 들었다.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MS) 등 반도체·빅테크·인공지능(AI) 기업을 담는 ETF도 서로 공격적으로 상장했다. 인도·대만 등 신흥국 시장에 투자하는 ETF도 여럿 내놨다.

반면 국내 주식 ETF는 밋밋했다. 케이팝 및 IPO ETF 2개를 제외하면 대체로 AI 반도체 위주로 구성했다. 2월 말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저평가주·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커졌으나 ETF 시장은 비교적 한산했다. 관련 ETF로 나온 것은 △KoAct 배당성장액티브 △HANARO 주주가치성장코리아액티브 △SOL 금융지주플러스고배당 등 3개 정도였다.

자산운용업계는 투자자 니즈를 반영하다 보니 해외주식 위주로 출시했다는 입장이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미국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해외주식에 대한 투자자 니즈도 커진 것 같다”며 “투자자의 니즈를 바탕으로 상품을 설계하면서 나타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해외 증시 성적이 국내보다 호황인 점도 해외 ETF 출시를 유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신규 상장할 때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상품 출시를 결정하는데 최근 미국 등 해외 주식시장이 좋다 보니 그런 상품 쪽으로 많이 개발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국내 주식 외면 현상은 자금 유입 격차에서도 나타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24일까지 해외주식 ETF에 8조5157억 원이 순유입됐다. 연초 이후 수익률로는 22.4%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 ETF는 3조8658억 원 순유입에 그쳤다. 수익률은 3.3%다.

투자자도 해외주식 ETF에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연초 이후 개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주식형 ETF 상위 5개 종목은 △TIGER 미국S&P500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 △TIGER 미국나스닥100 △KODEX 미국S&P500TR △KODEX 미국나스닥100TR 등 해외주식 상품이었다.

문제는 국내외 주식 ETF 격차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식시장 전체에 부담을 줄 수 있다. ETF로 유입된 자금이 국내 주식으로 흘러간다면 선순환 구조를 갖출 수 있으나 ETF 유입 자금이 해외주식 등으로 빠져나간다면 국내 증시 경쟁력을 떨어트릴 가능성이 크다. 경쟁 관계인 셈이다. 특히 ETF는 개인투자자의 선호 현상이 강해 개인의 이탈을 부를 수도 있다.

국내 ETF 시장 전체 시가총액은 매년 성장 중이다. 24일 기준 157조5454억 원으로 2020년 말(52조845억 원) 대비 약 3년 7개월 만에 세 배 이상 불어났다. 반면 코스피는 같은 기간 2873.47에서 2758.71로 4% 감소했다. ETF 자금이 국내 주식 외로 빠져나간 결과로 읽힌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ETF와 증시 간 공존을 위해 국내 주식 액티브(기초지수 대비 초과수익 ) 상품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국내 주식 ETF를 활성화하려면 수익률 제고가 필요한데 패시브(지수 추종) ETF로는 해외주식 ETF 수익률을 따라잡기 힘들다는 점에서다.

박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인 성장 로드맵이 부재하다면 현재와 같은 흐름은 가속화될 것이다”며 “미국 증시가 ETF 시장과 함께 성장한다면 국내의 경우 오히려 증시와 ETF 시장이 경쟁하는 형태가 진행 중이고 이는 국내 증시에 반길 만한 소식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연구원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미국 주식에 물려도 언젠가는 오른다’는 믿음이 해외 주식형 상품 인기를 견인하고 있어 국내 주식 ETF는 좀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패시브 ETF로 승부를 보면 수익률 경쟁에서 이기기 쉽지 않아 액티브 ETF 상품 위주로 출시하면서 패시브 대비 성과가 확실하게 나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