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길면서 뻔한 내용… 2024 삼중전회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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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최·결정문 지연… 총60조 300개 과제
사유재산권·지방稅收 강화… 新기술 강조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23 05:41:48

▲ 15~18일 열린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삼중전회)에서 발언하는 시진핑 국가주석. 삼중전회 결론인 결정문이 21일 저녁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공개됐다.

15~18일 열린 중국공산당 삼중전회의 결론이 21일 저녁에야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공표됐다.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20기 삼중전회) 결론은 2만여자 분량의 ‘진일보한 전면개혁 심화와 중국식 현대화 추진에 관한 당 중앙의 결정’(이하 결정문)에 담겼다. 중국적 문맥에서 ‘개혁’이란 시장경제화를 의미한다.

작년 가을 열렸어야 할 삼중전회 개최가 9개월이나 늦어진 점, 한국어 번역 시 4만 자에 이를 장문(원문 2만2000자 이상)의 결론, 결정문 작성팀에 서열 2위 리창 국무원 부총리 이름이 빠져 있는 점 등이 이례적일 뿐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여느때보다 긴 총 60개 조항, 300여개 개혁 과제로 된 이번 결정은 사유재산권·지방정부 세수권·신기술전략산업의 강화 등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비(非)공유제 경제 발전에 양호한 환경 조성”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정책 견지” 등 민영기업촉진법 제정 약속, “재산권 제도를 완비해 각종 소유제(국유·민영·혼합 등) 재산권을 법에 따라 평등하게 항구 보호하고 고효율 지식재산권 종합관리제도를 수립한다” 같은 대목에서 사유재산권 강화 방침이 엿보인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년 몇년 줄곧 강조해 온 ‘함께 잘살자’ (공동부유富裕) 구호가 이번 결정문엔 보이지 않는다. 또한 금융법 제정 계획을 명시해 국제 자본시장 문호 개방에 좀 더 다가간 태도를 보였다. 자격을 갖춘 외자 금융기업이 신규 금융업 시범사업에 참여할 길을 열어준다고 한다.

중국의 모든 다짐에게 ‘기술굴기’란 빠지지 않을 기본값이다. 이번에 신기술을 통한 첨단산업 주도의 ‘신품질 생산력’ 개념을 구체화했다. 대규모 저임금 노동력 기반의 고속성장 지속이 불가능해진 가운데 기술굴기 외 다른 답을 못 찾고 있다. 다만 이 목표가 아직 중국 자력만으론 어렵다는 게 근본적·궁극적 고민이다.

신품질생산력에 대한 더욱 자세한 설명이 제시됐다. 결정은 작년 9월 시 주석이 처음 거론한 뒤 공식이 된 ‘신품질생산력=(과학기술의 혁명적 돌파+생산요소의 혁신적 배치+산업의 심도 있는 전환·업그레이드)×(노동력+노동수단+노동대상 조합 개선)’을 고스란히 집어 넣었다.

결정은 차세대 정보기술(IT), 인공지능(AI), 항공·우주, 신에너지, 신재료, 첨단장비, 생물·의약, 양자 과학·기술 등을 ‘전략 산업’으로 규정했다. 이들 영역에 대한 엔젤 투자, 벤처투자, 사모펀드투자를 독려하고 규범화하는 한편, 정부가 투자기금 역할을 더 잘 발휘해 ‘인내(忍耐)자본’(설립 초기 스타트업 등에 장기간 묻어두는 자본)을 발전시키기로 했다.

또한 부채의 늪에 빠진 지방정부 재정 타개를 위해 중앙-지방 간 재정관계의 재설정이 제시됐다. 1994년 분세제(分稅制) 개혁 이후 사실상 전국 세수가 중앙정부에 집중된 구조였는데 지방이 운용 가능한 세원과 징수·관리 권한을 늘려주겠다는 것이다. 지방정부에 책임을 물을 여지도 늘어난다. 구체적으론 소비세 징수 단계를 점차 지방정부로 옮기고 부가가치세 공제·환급 정책과 공유세 분할 비율을 손질하기로 했다.

부패 사건이 잇달아 발각된 군부 관련해선 “인민군대에 대한 당의 절대적 지도를 견지하며 군사위원회의 주석 책임제 메커니즘을 전면 관철해 정치적 군대 건설을 심화한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정치적 군대’란 정치적 이유를 들어 제어할 군대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중국에서 군이란 국민의 군대(국군)가 아니라 공산당의 군대이며 통상 공산당 총서기가 국가(행정) 및 군사위원회 주석을 겸임한다.

결정문은 작년11월부터 작성팀장 시 주석, 부팀장 왕후닝(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서열 4위)·차이치(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서열 5위)·딩쉐샹(국무원 부총리·서열 6위) 등이 총력을 기울인 문건이다. ‘일대일로’의 초안자 왕후닝이 포함돼 있어 엄청난 부작용과 불이익에도 이 프로젝트가 진행 중임을 말해 준다. 일대일로야말로 중국의 세계패권 의지를 만천하에 드러낸 결정적 계기였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