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5.5º
미세먼지 좋음
여수 29.8º
미세먼지 보통
울산 27.4º
미세먼지 보통
제주 31.7º
미세먼지 좋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후보직에서 물러나...'))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후보직에서 물러나며 카멀라 해리스(59) 부통령을 공개 지지했다. 해리스가 11월5일 대선에 임하게 된다면 또 하나의 ‘미국 최초’ ‘세계 최초’ 사례를 더하게 된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검사장, 주(州) 법무장관·검찰총장, 부통령 등 해리스의 모든 주요 이력이 ‘미 흑인여성으로선 처음’이었다.
바이든 사퇴 발표 직후 제이미 해리슨 민주당 전국위원회 의장이 성명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이길 후보를 뽑기 위해 투명한 질서 잡힌 절차를 진행할 것”임을 밝혔다. 이어 해리슨 의장은 조만간 후보선출 절차를 공표할 예정이라고 말했을 뿐 아직 여러 가지가 불확실하지만 단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미 6월에 끝난 주(州)별 경선을 다시 하진 않으며 대선 후보 최종 결정권이 약 4600여 명의 민주당 전당대회 대의원들에게 있다는 사실이다.
백인남성이 주류였던 미국 사회에서 유리천장을 여러 번 깨고 지금에 이른 해리스지만 현직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라는 급변 사태를 만나 초유의 도전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선을 3개월 반 정도 남긴 시점에서 갑작스런 등판 같지만 다르게 볼 여지도 있다.
바이든은 애당초 존재감이 옅었으며 고령리스크 역시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비공개적으론 문제시되곤 했다. 처음부터 ‘해리스 부통령’ 낙점 자체가 유사시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는 시각이다. 카리스마를 키우지 못한 해리스의 무색무취 또한 조지 소로스 등 반(反) 자국중심주의 진영에겐 반가운 일이다. 주류 미디어를 장악한 이들이 총력을 집중한다면 상징자산(유색인종·여성)과 법조인 이력 등 조건은 해리스를 ‘여자 버락 오바마’로 만들기에 충분할 수 있다.
피격사건 후 대세론을 굳힌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대결 본선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게 해리스의 최대 과제다. 해리스는 화려한 이력에 비해 성과가 적다는 평가를 받아 왔으나 대안도 시간도 없다는 게 민주당의 고민이다. 무소속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70)라도 끌어들이지 않는 한 다른 선택 여지가 없어 보인다. 민주당·공화당 양측과 모두 일부 겹치고 일부 어긋난 케네디 후보의 영입이란 현재로선 상상하기 어렵다. 결국 해리스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경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상태였다. 4600여 명 대의원 중 99% 지지를 확보한 상태였기에 그가 사퇴하지 않았다면 전당대회(8월19∼22일·시카고) 혹은 그 전 온라인 투표를 통해 대선 후보로 확정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바이든의 중도하차로 인해 그를 찍기로 약속됐던 대의원은 일단 자유로워졌다.
바이든이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지지했다 해서 ‘바이든몫 대의원’들이 의무적으로 해리스를 찍어야 하진 않지만, 바이든의 공개 지지가 대의원들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또 해리스의 후보직 승계엔 바이든캠프 후원금(6월말 기준 9600만 달러·약 1333억 원)을 이어받을 수 있다는 편의도 있다. 제3의 인물이 나서면 후원자들 동의 등으로 문제가 복잡해진다.
우선 대의원들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대선 후보 결정 투표를 할지 일정·방법을 민주당 전국위원회(DNC)가 정해야 한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DNC 규칙위원회는 당초 월요일(22일) 회의를 열어 바이든을 후보로 공식 선출하기 위한 온라인 투표 날짜를 8월1∼5일 사이로 정하려 했으나 바이든의 재선 포기라는 변수가 발생한 것이다.
이제 온라인 투표로 갈지, 8월19∼22일 전당대회에서 현장 투표를 진행할지 알 수 없게 됐다. 당내 ‘열린 경쟁’ 보장을 위해 후보확정 시기를 8월19∼22일 전당대회 때까지로 미루자는 의견이 분출될 경우, 통상 경선 승리자를 추인하는 형식적 절차인 전당대회가 실질적인 경쟁 무대로 화하게 된다.
온라인 투표를 실시한다면 8월7일 이전 이뤄질 것이다. 최근 오하이오주 등록 마감일이 9월1일로 조정됐음에도 민주당은 8월7일을 고수해 왔다.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이었지만 사실상 바이든 후보확정을 서두르고자 한 의도였으나 현재로선 시간에 쫓겨 해리스 승계의 유리함만 더하게 됐다. 온라인투표 시 과반 득표가 없으면 최종 후보 결정은 전당대회장으로 미뤄진다.
해리스는 부통령으로 재직하며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고 평가된다. 바이든 후보 사퇴론이 제기된 이래 당내에서 해리스 대안론으로 의견이 모이지 못한 이유다. 워싱턴포스트(WP)는 작년 1월 익명의 민주당 의원 10여 명이 해리스에 대해 밝힌 회의적인 의견을 보도한 바 있다. “대선에 도전할 만한 힘·카리스마·정치적 기술을 가졌다고 보기 힘들다”는 내용이었다.
6월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모닝컨설트에 의뢰해 유권자 3996명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대선출마 시 승리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그렇다’ 34%, ‘그렇지 않다’ 57% 응답이 나왔다. ‘그렇다’ 답변은 민주당 지지층에선 약 59%였고 공화당 지지층 13%, 무당층 25%가 긍정적 답변을 했다.
또 최근 트럼프 계열 슈퍼팩(정치자금 모금 단체)이 트럼프-해리스 가상 대결 여론조사를 의뢰한 결과에선 해리스의 트럼프 상대 경쟁력이 바이든 대통령보다 못한 것으로 나왔다고 19일 폴리티코가 전했다.
그러나 흑인·여성이란 소구력이 큰, 무시 못할 상징자산이다. 해리스는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아프리카 자메이카 출신 아버지와 인도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모가 각각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암 연구원인 엘리트 이민자 가정 출신이며 특히 외조부는 인도에서 국무장관 격의 고위 공직자를 지낸 인물이다.
유년기·청소년기를 백인 중심의 ‘화이트 커뮤니티’에서 유복하게 자라다 보니 오히려 인종적 정체성 혼란을 겪었다고 전해진다. 해리스는 열두살 때 부모 이혼 후 어머니를 따라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로 이주했으나 대학강사·병원연구원인 어머니 덕분에 역시 백인들 속에 살면서 소외감이 컸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미 워싱턴DC의 흑인 명문 하워드대에 진학하면서 해리스는 심리적 안정을 얻었으며 30대 전후 이래 승승장구한다. 소련·동구권 몰락 후 ‘문화적 마르크시즘’이 힘을 얻어가던 시대였다. 오늘날 정치적올바름(PC)주의로 불리는 이런 경향 속에 유색인종 및 여성이 약자로서 배려받게 된 분위기를 잘 탄 면도 있다.
해리스는 학부에서 정치학·경제학을 전공한 뒤 캘리포니아대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가 됐고 1990년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 카운티의 지방 검사로 공직에 발을 들였다. 2004년 흑인여성 최초의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사장에 이어 2011년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으로 선출됐다.
재선을 거쳐 6년간 주 법무장관을 역임한 뒤 2017년 캘리포니아주를 대표하는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되면서 중앙 정치무대에 진출했다. 흑인여성 연방상원의원도 해리스가 처음이었고 2020년 바이든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이 된 것도 마찬가지다. 가족으로선 동갑내기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와 해리스와 결혼하기 전 얻은 그의 두 자녀가 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연재기획 ‘CIA와 대한민국’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