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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니치 예술상 수상자 고노 다에코의 ‘하얀 코 여자’가 출간됐다. 전구가 발명되기도 전인 17세기 이탈리아. 그곳에는 대를 이어 품질 좋은 양초를 판매하는 나르디 상회가 있었다.
100km 떨어진 피렌체 지역까지 양초를 납품할 정도로 규모가 있는 상회를 운영하는 나르디 씨의 고민거리는 딱 하나, 스무 살을 모두 넘긴 네 자녀의 혼사였다.
어린 시절에는 그 나이 애들 같지 않게 무뚝뚝한 표정과 적은 말수로 ‘양초 가게 엘레나’로 불리며 시장 상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나르디 상회의 막내딸 엘레나는 어느덧 숙녀티를 내는 아름다운 여인으로 자라 이제는 마을 청년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됐다.
그녀의 어머니 프란체스카는 그 시절 여인들이 그러하듯 딸이 정숙한 여인이길 바랐지만 엘레나는 사교 모임에서 “러브레터 따위 하나같이 장황하고 허풍스럽고 자신에게 취해 있다”는 말로 어머니의 화를 돋운다.
그랬던 그녀가 나르디 상회의 네 자녀 중 가장 먼저 결혼 소식을 알려온 건 뜻밖의 일이었다. 하지만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릴 때는 아무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그녀가 불행에 휩싸인 미망인이 되어 친정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리라는 사실을.
결혼식을 올린 지 겨우 2년을 조금 넘겼을 무렵 엘레나의 남편 자코모는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현장에서 체포되는데….
독자들에게 고노 다에코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그저 파격적이고 섬뜩한 하나의 사건이 아니다. 수백 년도 전 이탈리아의 어느 도시국가에 살다 간 한 여인의 30여 년의 생애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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