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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집 주변에 많이 심었던 나무가 있다. 밭에 자연적으로 난 것도 있고, 일부러 심은 것도 있었다. 그 나무를 흔히 빗자루 나무라고 했다. 필자의 고향인 여주에선 ‘댑싸리’
라고 불렀는데 다른 곳에서는 ‘대싸리’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 지금은 댑싸리가 표준어로 등재되어 있다.
‘댑싸리’는 명아주과에 딸린 1년초(草·풀?)이다. 키는 1.5m가량이고 줄기는 곧으며 가지가 많은 식물인데, 줄기로 비를 만들어 쓴다. 댑싸리비라는 것이 그것이다. 이 댑싸리는 원래 표준어가 ‘대싸리’였다. 하지만 새 표준어 규정에선 ‘대싸리’보다는 ‘댑싸리’가 더 널리 쓰이기 때문에 그것을 표준어로 삼았다. 이렇게 표준어로 바뀐 단어로는 ‘망가뜨리다’ ‘꼭두각시’ ‘귀고리’ ‘귀지’ 등 상당히 많다(황경수 ‘친숙하지만 틀리기 쉬운 우리말’ 참고).
성서에 “로뎀나무 아래서 쉰다”는 말이 나오는데 여기에 나오는 로뎀나무가 댑싸리이다. 아주 곤핍한 상황을 이르는 말이다. 로뎀나무(댑싸리) 아래는 그늘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가늘고 길어서 햇빛을 피할 만한 공간이 별로 없다. 겨우 얼굴만 햇볕을 가릴 정도를 이르는 말이다. 근처에 나무도 없어서 댑싸리 아래서 겨우 뜨거운 햇볕만 피하는 상황이 ‘로뎀나무 아래서’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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