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경제 ‘트럼프 리스크’ 경고등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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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IRA 손보나… 반도체·전기차·배터리 업종 보조금 축소될 듯
관세·인플레이션 등 위기… 트럼프 미국 우선 정책, 韓 경제 ‘악재’
10% 기본관세 ‘수출 코리아’ 엔진에 타격… 바이든식 동맹도 위축

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21 13:00:52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인 밴스 상원의원. 연합뉴스

11월에 있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 경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면서 미국 국익에는 도움이 될지언정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국 경제에는 상당한 충격파가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21일 정부에 따르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대외경제자문회의를 열어 대외변수를 점검하고 “굳건한 한미동맹 관계를 감안하면 정권에 상관없이 양국의 교역·투자 등 우호적 경제협력 관계가 유지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정책당국도 미국 대선을 주시하며 시나리오별 대책을 고심하고 있는 분위기다. 직접적인 리스크는 보호무역주의 기조 하의 고율 관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산에 60~100% 관세를 부과하고, 평균 3%대인 관세율을 10%까지 끌어올리는 ‘보편적 기본관세’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의 대미(對美) 무역흑자가 역대급으로 불어나는 상황이 되레 ‘부메랑’으로 작용할 공산이 커진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을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등 업종이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반도체법(칩스법)·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에서 직접적인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입법을 통해 해당 업종들을 지원했던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시 친화석연료 정책을 펴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렇게되면 IRA 등 법안을 상당 부분 축소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수출을 기반으로 내수부문 온기 확산에 주력하고 있는 한국 경제는 성장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공급망 정책도 수술대에 오르게 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그동안 대중국 ‘디리스킹’ 기조하에 동맹국 중심 공급망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에 초점을 맞췄다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철저하게 자국 내 공급망인 ‘온쇼어링’(on-shoring)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 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근거였던 미국의 경제안보 정책자체가 바뀔 수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정책이 물가를 밀어올릴 가능성이 있는 만큼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이 국내에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감세 정책으로 미 재정적자가 확대하고 고율 관세에 따른 수입물가 인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반이민 정책도 저임금 노동력 공급을 줄여 임금도 밀어올릴 수 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스케줄에도 정치적 변수가 될 조짐이다. 미 연준이 연내 금리인하에 시동을 걸더라도 ‘트럼플레이션’이 현실화한다면 추가적인 금리인하 스텝에는 조정이 불가피해진다. 이는 세계 각국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미국 금리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11월 대선 전에는 기준금리를 낮춰선 안 된다는 견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왕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본인의 임기에 하라는 취지로도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