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협박해 돈뜯은 노조간부 징역형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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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지방법원 항소심에서도 원심 판결 유지
노조 전임비․조합원 채용 강요 5인 유죄판결

김학형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6-06 11:50:10

실체가 없는 유령노조를 설립한 뒤 건설현장을 돌면서 노조 전임비를 갈취한 노동조합 간부들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다른 노조 소속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현장에서 노조 전임비를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사를 방해했었다.

전주지방법원 제3-2형사부는 6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노조 지역본부장 A(49)씨와 사무국장 B(58)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노조 활동을 빌미로 협박해 금품을 갈취했다”고 질타했다.

A씨 등은 2018년 9월부터 2022년 10월31일까지 총 9개 건설공사 현장에서 ‘노조 전임비를 달라’ ‘조합원을 채용해 달라’ ‘응하지 않으면 집회를 열거나 민원을 제기해 공사를 지연시키겠다’고 협박해 시공사 관계자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1억 원이 넘는 금품을 갈취한 혐의로 적발됐다.

노조 전임비는 노조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시간에 대해 근로 제공 없이 급여를 지급하는 노동조합법상 ‘유급 근로시간 면제’ 제도를 의미한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노조 조직국장 C(44)씨도 징역 1년2개월형을 선고받았다. 이밖에 노조 간부 2인도 원심과 같은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피해를 입은 시공사가 “(당신과)다른 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일하고 있어 전임비를 줄 수 없다”고 거절하자 A씨 등은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라는 명분으로 집회를 열어 앰프·스피커가 설치된 차량을 통해 결의문을 읽고 노동가를 반복 재생하는 등 공사를 방해했다.

시공사는 5개월간 이어진 집회로 공사가 지연되자 A씨 등에게 임금·단체협약비 명목으로 현금을 줬다. 시공사 관계자는 경찰 조사에서 “(집회·민원 등으로)공사가 지연돼 회사가 막대한 손해가 생길까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특히 이들은 잘 알려진 노조 산하에 허위로 지부를 만들어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지부는 상급 단체에서 운영비를 지급받지 않고 오직 건설업체에게 받은 전임비 등으로만 운영됐다고 알려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실체가 없는 유령노조를 설립한 뒤 노조 활동을 빌미로 피해 업체들을 협박해 금품을 갈취했다”며 “이는 건전한 고용관계를 왜곡하고 헌법상 보장된 노조 활동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을 일으키는 범죄로 죄질이 상당히 나쁘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형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으나 갈취 금액이 1억 원을 초과하고 피해 복구 또한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 조건에 비춰보면 원심의 형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간 건설업계는 현장에서 일하지 않는 노조 간부에게 전임비를 관행처럼 지급하기도 했으나 2022년 말 경찰청과 국토교통부가 불법 행위로 규정하고 집중 단속에 들어가면서 제동이 걸렸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작년 말 건설사 81곳을 상대로 ‘건설 현장에 없다고 노조 전임비를 주지 않은 것은 불법(부당노동행위)’라며 17건(재심)의 구제를 신청했으나 올해 초 중앙노동위원회는 ‘현장에 출근하지 않은 건설노조 간부에게 노조 전임비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로 17건 모두 기각했다.

김학형 기자 h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