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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천 길 낭떠러지 언덕길에 트럭이 보였다. 너무 높고 먼 거리라 망원렌즈로 촬영할 때도 길을 지나는 트럭만이 희미하게 담겼다. 나중에 사진을 확대해서 보니 트럭 화물칸에 빼곡히 실린 건 물건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그것도 이제 갓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이다.
트럭 한가득 아이들을 태우고 농촌 동원을 가는 길이다. 농촌 동원으로 밭에서 일하는 아이들에게는 분명한 할당량이 주어진다. 그저 그냥 시간만 때우고 오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분배된 할당량을 다 채우지 못하면 일은 끝나지 않는다.
양강도 혜산시가 고향인 어느 탈북인은 학창시절 ‘들쭉 동원’에 나선 일을 선명히 기억했다. 백두산 인근에 지천으로 달린 들쭉을 따러 가는 일인데 일주일에서 많게는 한 달 동안 산에서 야영을 하며 들쭉 동원에 나섰다고 했다. 하루 동안 자신에게 주어진 양을 반드시 채취해야 일과를 마칠 수 있었다. 북한 당국이 자랑하는 ‘백두산 들쭉술’엔 아이들의 피와 눈물이 담겨 있다.
만약 한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한여름 땡볕에 아이들을 화물차에 태워서 학교 인근 농촌 마을로 일을 하러 보냈다면 말이다. 자녀를 둔 부모라면 너나없이 학교에 항의하는 수준을 넘어 정부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시민단체는 성명서를 내고 급기야 해당 학교 책임자는 문책을 면치 못할 것이다.
어쩌면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 자체를 아무도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일이 바로 지금 이 순간 북녘땅에서는 벌어지고 있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해서는 안 될 일이라면 북녘 아이들에게도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북한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이런 아동학대가 벌어지고 있음에도 우리는 침묵한다. 내 아이가 아니라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활동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내 아이에게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북녘의 아이들에게는 버젓이 하고 있으니 그게 옳지 않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거룩한 분노라고 할까. 강제노동에 아이들을 동원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사진이라 표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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