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한의 중국고전] ‘삼성가노’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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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 좇고 배신 일삼다 국민 욕받이 된 여포
한동훈, 더 이상의 ‘배신자’ 오명은 안 된다

오주한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1-11 06:30:08

▲ 중국 후베이(湖北)성 징저우(荊州)에 세워졌던 높이 57m의 초대형 관우 청동 조각상. 연합뉴스

여포(呂布)는 후한(後漢) 말의 인물이다. 인중여포(人中呂布·사람 중에 여포가 최고)의 무용 뽐내며 ‘후한 제일검’을 자처했으나 은혜를 원수로 갚는 삼성가노(三姓家奴·성 셋 가진 종놈)의 행보 끝에 자멸한 필부다.

여포는 병주(幷州) 자사 정원(丁原)에게 중용돼 아들 같은 대접을 받으며 출세가도를 달렸다. 서기 189년 영제(靈帝)가 붕어하자 조정의 부름을 받은 정원은 군사를 이끌고 수도 낙양(洛陽)으로 향했다. 정원은 그곳에서 마찬가지로 군대를 끌고 온 동탁(董卓)과 대치했다. 그런데 여포는 더 큰 이익을 접하자 정원을 베고 동탁을 따랐다.

동탁 또한 여포를 양자 삼을 정도로 아꼈다. 실상 여포는 일신의 무예만 뛰어날 뿐 무리 이끌고 대외의 적과 싸우는 데는 무능한 ‘후한 저질검’이었다. 190년 반(反)동탁 연합군이 궐기하자 동탁은 여포를 내보냈다. 여포는 연합군의 선봉 손견(孫堅)의 용병술을 당해 내지 못했다. 허둥지둥하던 여포는 야밤에 부스럭 소리가 나자 “적이 야습한다”며 앞장서서 달아났다.

그럼에도 동탁은 여포를 크게 썼다. 허나 여포는 또다시 더 큰 이익을 보자 미련 없이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 조정 대신 왕윤(王允)이 헌제(獻帝)의 친위 쿠데타에 가담하자고 유혹하자 그 길로 동탁의 비대한 몸뚱이를 한 창에 꿰뚫은 것이다. 그렇게 여포는 친부에 이어 양부 두 명까지 섬기고 배신한 삼성가노의 오명을 뒤집어썼다.

신용도가 바닥을 친 여포를 곧게 볼 사람은 조야 막론하고 없었다. 배신을 거듭한 끝에 포박돼 끌려온 여포는 “나를 써 달라”고 애걸했다. 그를 내려다 본 유비(劉備)의 마지막 일성은 “정원·동탁을 섬기던 일을 잊었나?”였다.

반면 유비의 의형제 관우(關羽)는 갖은 역경·유혹에도 끝까지 주인과의 의리를 지켜 당대에 이미 아름다운 이름을 남겼다. 관우는 훗날 관성대제(關聖大帝)로까지 추존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고개 숙여 사죄했다. 여권에서는 홍준표 대구시장·나경원 의원 등 결속 촉구 목소리가 잇따른다.

거야(巨野)와의 싸움에선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집권 여당 당수라는 점이 무색하게 유독 정부에는 각을 세워 왔다. 이러한 행보 배경엔 ‘차기 대권’이라는 이익이 있다는 게 각계 추측이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후원과 후광으로 그 자리까지 왔다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 듯한 태도는 박수가 아닌 만인의 손가락질만 낳을 뿐이다.

오주한 정치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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