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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유학생이 한 이야기 중의 하나다. “아이고, 여기 오느라 무지하게 애 먹었어”라고 하는 할머니가 있었는데, 무서워서 혼났다고 한다. 물론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좌중을 웃기자고 하는 말이었지만 외국인으로서는 가히 오해할 만한 말이구나 생각했다.
매운탕이나 코다리 식당에 가면 ‘애’와 ‘고니(곤이·鯤鮞)’를 착각하게 하는 곳이 많다. ‘애’는 창자라는 의미로 쓰다가 확장되어 ‘간장’이라는 의미도 포함하게 되었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남의 애를 끊나니” 할 때의 ‘애’는 ‘창자’에서 확장하여 ‘근심에 싸여 초조한 마음속을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며 때로는 ‘마음과 몸의 수고로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도 쓰인다.
‘애먹다’는 ‘속이 상하도록 심하게 어려움을 겪다’는 말인데, 외국인들을 동음이의어를 잘 모르기 때문에 이상해하는 것이 당연하다. “비가 와서 이사하는 데 애먹었어” “일하다가 갑자기 없어진 너 때문에 내가 궁따느라(시치미를 떼고 엉뚱한 말을 하느라) 얼마나 애먹었는지 알아?” 등과 같이 쓴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명예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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